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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비안 Sep 03. 2016

<쇼스타코비치>

by Novus Quartet and Pianist YE Son

노부스 콰르텟 Novus Quartet 8번째 정기연주회, 쇼스타코비치

8월 27일 토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김영욱 Young-Uk Kim, 김재영 Jayoung Kim, Violin /

이승원 Seung-Won Lee, Viola / 문웅휘 Woong-Whee Moon, Cello

with 손열음 YE Son, Piano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5중주중 3악장 (앙코르 버전)



바라보는 카메라는 5명이 전부 제각각이지만...


연주에 앞서 나를 포함한 모카들은 지난번처럼 모이긴했지만, 이번엔 조금은 다른 목적(?)으로 모였다. 노부스 콰르텟과 손열음은 각각 올해 초에 그들 각자의 앨범을 녹음하고 발매를 했었는데, 오늘 모카들의 임무는 연주장 입구 앞의 매대에서 그 앨범과, 목프로덕션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팜플렛과 포스터를 판매하는 일이었다.

왼쪽 위 표지를 넘기면 오른쪽 아래 사진처럼 그들의 사진이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노부스 콰르텟의 죽음과 소녀 프로그램북 맨 끝 페이지에 예고된, 올해의 쇼스타코비치 프로그램.

그때 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연주에 올리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부스 콰르텟이 쇼스타코비치를, 심지어 피아노 5중주는 손열음과 함께 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들떠 있었다.


String Quartet No. 6 in G Major, Op. 101

(Vn1 김재영, Vn2 김영욱, Va 이승원, Vc 문웅휘)

이번 연주의 프로그램 세 곡 중 가장 친숙하지 않은 곡이다. 그리고, 아 그 영향이 커서 그랬을까, 객석도 나도 여전히 집중이 잘 안 된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모르는 곡인 만큼 음악적인 부분 외에 연주자들이 내보이는 모습에 집중을 하게 된다. 내림 활로 한음을 빠르게 반복해서 긋는 김재영과 김영욱의 모습이 묘하게 대칭된 반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곡 전체를 지배하는 심상이 유쾌하고 안정적이었는데, 바로크 시대에 행복과 축복을 표현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G Major라는 조성 덕분에 그런 분위기가 가능했던 것 같다.

2악장이 끝난 뒤에 박수가 터져 나온 점이 사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홀 크기도 너무 크고, 어수선한 객석인 것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지만 더 밀도 있는 연주와 감상엔 좀 아쉬웠달까.


String Quartet No. 8 in c minor, Op. 110, '파시즘과 전쟁의 희생자들에게'

(Vn1 김영욱, Vn2 김재영, Va 이승원, Vc 문웅휘)

작곡가가 드레스덴을 방문했을 때 폭격으로 황폐화된 도시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그 곳에서 사흘만에 쓴 곡이라고 한다. 악보에는 '파시즘과 전쟁의 희생자들에게' 라고 쓰여있다. 

희생자들에게 헌정된 곡이라서 그랬을까? 네 명의 현악 주자는 재입장 후 박수소리가 멎은 뒤 모두 묵념처럼 고개를 숙이고 잠깐의 정적을 청중에 흘려주었다. 어쩌면 이 앞의 묵념도 연주로 만들려는 시도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곡의 첫 머리부터 강하게 스며드는 그의 이름으로 구성된 반음계, 첼로의 저음으로 시작해서 차곡차곡, 비올라, 두 대의 바이올린으로 쌓여 올라가는 '레-미b-도-시b'. 이 곡을 쇼스타코비치가 악보 머리에 써놓은 헌정 글귀를 그대로 가져가서 표제음악이라고 말해도 전혀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리게, 너무나 우울하게 들리는 선율이 망자의 탄식으로 들린다. 

김영욱은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레퍼토리를 정말 멋지게 표현한다. 이 곡과 뒤에 연주된 피아노 5중주에서 독주 및 곡의 외연을 표현하는 퍼스트 바이올린을 맡은 이유도 그의 쇼스타코비치가 특별하기 때문일 거라고, 멤버들끼리 그런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있었지 않을까 상상이 된다.

격렬하고 파괴적인 2악장에서 특히 빛났던 이승원의 뭉툭한 비올라 소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2악장 시작에서 김영욱이 날카롭게 보여준 이상한 반음계의 멜로디가 지나서 비올라로 옮겨가니 두꺼워진 현의 두께만큼 두터운 소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이 악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문웅휘의 아르페지오가 드럼 비트를 치듯이 명확하고 충격적으로 나타난 부분이었다. 이런 아르페지오 위에 광기의 춤을 추는 두 바이올리니스트는 얼마나 신났을까?

4악장에서는 사실 퍼스트바이올린이 무미건조하게 한 음만, 나머지 세 악기가 탕탕탕! 쾅쾅쾅! 하는 듯한 소리 아래에 깔려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도시 구석구석을 뒤지는 군인들과, 그에 대한 숨어있는 시민들의 공포감이라고 표현했는데 김영욱의 무미건조한 음이 내게는, 그 장면의 시민들이 느낄 두려움처럼, 너무나 비참하고 슬프게 들렸다.

위 장면이 지나고 곡을 쓰는 현재의 본인을 다시 바라본 듯, DSCH가 나지막히 울리다 슬프게 활을 내려놓는 네 명의 예술가들의 몸짓과 숨을 따라 나도 함께 마지막 호흡을 내뱉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Piano Quintet in g minor, Op. 57

(Pf 손열음, Vn1 김영욱, Vn2 김재영, Va 이승원, Vc 문웅휘)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도 썼듯이, 김재영은 이전에 다른 연주에서 손열음과 함께 이 곡을 연주한 적이 있었다. 아마 금호 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연주였을텐데, KBS 클래식 FM의 이벤트에 당첨되서 그 연주를 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가 아마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였던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그때의 연주는 기억에 오래남지 않아서, 오늘의 연주가 굉장히 기대되었다. 김재영이 리더로 있는 노부스 콰르텟 네 명 모두가 함께 손열음과 이 곡을 올릴 수 있다니 김재영 또한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았다.

그 이후엔 첼리스트 문웅휘의 스승인 아르토 노라스가 바이올리니스트 레지스 파스퀴에, 피아니스트 주하니 라거스펫츠와 함께 작년 11월에 내한했을 때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러갔었다. 3명 모두 연주 경력도 굉장히 오래되었고, 국제적으로 활동을 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거장들이다. 그런 세월이 묻어나온 탓이었을까, 실제로 그들이 살아온 시간동안에 냉전시대를 겪은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보았겠지, 그래서 체제에 억압받는 쇼스타코비치를 표현하기 참 탁월한 조건을 갖췄을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난 그날 쇼스타코비치를 정말 가까이 느꼈다. 그 때 느꼈던 쇼스타코비치의 아우라 때문에 사실 오늘 걱정을 했지만, 쇼스타코비치를 정말 잘 연주하는 김영욱이기도 하고, 손열음과 노부스 콰르텟의 치밀하고 섬세한 앙상블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 지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노부스 콰르텟과 손열음의 연주는 지난 연주의 기억을 지워버리기 충분하게 훌륭했다.

앞의 두 곡에 비할 바도 안 될 만큼, 4명이 침묵한 동시에 하나의 악기가 노래하는 완벽한 솔로도 많았고, 피아노와의 2중주도, 그 외의 여러 조합으로 3중주, 4중주가 흘러나오는데 그 모든 솔로 파트와 앙상블 파트가 특별히 멋지게 나타나거나 특별히 아쉽게 나타나지 않게, 5명의 연주자는 하나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조화를 이루어나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눈의 늪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쇼스타코비치. 

얼마나 깊은지도 알 수 없고, 얼마나 멀리 가야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새하얀 심연을 그려낸 젊은 연주자들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손열음도, 그리고 노부스 콰르텟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꽉 채우는데 문제 없는 예술성도 스타성도 갖춘 연주자들인데 이 둘이 함께 한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 객석에 있는 모든 청중들은 행복한 2시간을 보낸 셈이었다. 두 연주단체 모두 심지어 후한 앵콜 무대로도 정평이 나 있는 바, 

이렇게 많고 다양한 연주를 보너스로 보여주고 나가셨다.

관객들이 술렁이게 만든 앵콜이 하나 있었는데, 퀸텟 연주 앵콜에 왠 피아노 듀엣이 나타났지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그 장면이다.

첼리스트 문웅휘가 첼로와 함께 무대로 앞서 나오는데 그 뒤에 따라 들어오는 사람은 손열음과, 비올라를 들지 않은 이승원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첼로를 내려놓는 문웅휘를 보고 사람들이 웅성웅성대는 틈에, 이승원이 왼쪽에, 그리고 손열음이 오른쪽으로 피아노 의자에 같이 앉더니 연탄곡을... 팬들로서는 정말정말 흥분되는 장면이 아닐수가 없었다. ㅠㅠ 문웅휘는 첼로로 눈속임을 하고 페이지 터너로 함께 했다. 중간에 악보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지금 여기 어디 치고 있는거지' 라는 표정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장면까지 포착됐으니 정말 보너스인 앵콜 무대로 멋진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관객들 모두 행복해하는 환호성과 박수를 터뜨렸으니... 


8월 21일 대전에서 시작해서, 9월 4일 통영까지 노부스 콰르텟과 손열음은 이 프로그램으로 전국 투어 중이다.

9월 3일 (토) 오후 7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9월 4일 (일) 오후 3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 국제 음악당의 콘서트홀은 그 음향이 굉장히 좋기로 유명하다. 최근에 롯데 콘서트홀이 개관하며 개관 연주들을 감상한 많은 평론가들이 일본 도쿄 산토리 홀의 음향보다 롯데 콘서트홀의 음향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는데, 그 음향보다 통영의 음향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니.

이렇게 작고 고급스러운 홀에서 듣는 노부스 콰르텟과 손열음의 투어 마지막 연주. 이미 들은 연주지만, 그리고 통영까지 다녀오는데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투자할 것이 많지만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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