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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비안 Sep 17. 2016

볼레로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5가지

영화 밀정을 보고

제목을 좀....... 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게 써보려고 애를 썼다...


영화 밀정을 보고 왔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로, 송강호와 공유가 주연, 한지민 이병헌 등이 조연(특별출연)한 영화인데, 송강호와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의 전작에 같이 출연한 적도 있었고, 또 따로 나오기도 했었다. 


영화 자체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해서 화제가 충분히 되었고, 페이스북 친구들이 하도 이 영화에 음악감독이 참 센스가 좋다며, 나오는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중 한 곡, 그리고 라벨의 볼레로.

(사실 이 세 곡은 모두!!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소재로서 또는 반복적인 배경음악으로서 자주 사용된 곡들이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는 어디 나왔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엔딩 크레딧에 올라 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어디 나왔는지 캐치하신 분들은 언질 부탁드립니다...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은 피아노 연탄곡으로도,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는 두가지 버전이 모두 쓰였고, 8곡 짜리 모음곡을 두번 써서 정확히는 16개의 짧은 곡들이 모여있는 모음곡집이다. 그 중 이 영화에 쓰인 것은 두번째 모음곡집 중 두번째 곡인데, 유튜브에서 검색하려면 'Dvorak slavonic dance 72-2'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기차 장면에서도 그리고 엔딩 장면에서도 송강호가 연기하는 이정출의 내면을 드러내려 사용했던 곡이다.

그리고 라벨의 볼레로. 영화 안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이고, 그 장면이 가지는 영화적인 위치를 생각하면 정말 탁월한 선곡이라고 생각한다.


1. 볼레로 Bolero라는 이름은 3박자의 스페인의 춤곡에서 왔으며, 라벨은 러시아의 안무가 이다 루빈시테인의 요청을 받아 작곡한 작품이다.

2.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깔리는, 그리고 정말 작게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스네어 드럼의 리듬은 다음과 같다. 

하지만 이 드럼 리듬을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들이 돌아가면서 함께 한다. 그러다보니 호른이나 오보에같은 소리내기 어려운 악기들도 이 지루하고 빠른 리듬을 반복해야하기 때문에 참... 듣고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곡이다.

3. 저 리듬 위에 올라가는 멜로디를 노래하는 악기들은 처음엔 플룻의 극저음에서 시작한다. 모든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들의 솔로를 일종의 순서대로 거쳐가기 때문에 관악 주자들 개개인의 실력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곡이고, 이 장면이 노다메 칸타빌레 유럽편 극장판에 고스란히 등장한다. 이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그리고 활동하는 오케스트라에서 솔로를 부는 관악기 친구들을 보기 전까지는 이 곡이 이렇게 (개개인에게) 어려운 곡인지 몰랐다. (물론 후반부에 가면 멜로디를 부는 악기가 여러 악기군에 걸쳐 들어가기 때문에 묻어갈수 있다)

신나게 틀리는 트럼펫 단원 쳐다보는 표정들
그걸 지켜보는 지휘자

3-1. 그래서 실연으로 만나기가 참 쉽지 않은 곡이다. 몇 해 전 교향악축제에서 모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를 했으나, 위 사진과 같은 상황들이 바순을 포함한 여러 목관악기에서 발생하여... 잔뜩 부풀었던 내 기대를 실망으로 가득차게 했었다. 그 때는 노다메칸타빌레의 극장판을 보지 않았었기에 저 치아키님의 표정이 정말 내 표정이었던걸... 뒤늦게 보면서 깨달았다.

4. 영화에 삽입된 곡은 사실 원곡이 아니다.(!) 볼레로는 15분에서 17분 정도 되는 굉장히 긴 곡이라 이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볼레로는 언제 어떤 장면에서 나타날까...'가 굉장히 궁금했다. 드디어 나타난 그 장면, 굉장히 후반부였는데, '여기서 재생시간만큼 긴 시퀀스를 끌어도 영화가 안 지루할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이 시퀀스는 굉장히 짧았다. 물론 곡이 굉장히 반복적인 곡이다보니 일정 부분 중간 생략하고 이어붙여도 이상할 거 없는 곡이긴 하다. 그래서 엔딩크레딧을 유심히 살펴봤다. 볼레로 옆에 'Andre Rieu'라는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검색해보니 7분여의 길이로 된 볼레로가 있었고 들어보니 영화에 나왔던 음악 그대로 처음은 알토 색소폰(아니면 잉글리시 혼), 두번째는 소프라노 색소폰이 멜로디를 불며 진행되는 편곡된 버전인 것 같았다. 후반부엔 합창 음성도 들렸던 것 같았고...

어쨌든 볼레로는 볼레로고, 단지 원곡을 들으면 더 다채로운 악기의 소리와 조화와 영화에 삽입된 것보다 훨씬 더 정적인데서 시작하는 곡을 감상할 수 있다.

5. 정말 많은 사람들은 이 곡을 듣고 디지몬을 떠올릴 것이다. 왜냐하면 디지몬 어드벤쳐의 극장판에서 선택받은 아이들의 과거 시절에 나타났던 그레이몬의 전투 장면에 쓰였기 때문. 클덕인 나도 클래식을 접하기 이전에는 '디지몬 노래'라고 칭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영화나 영상이나 광고에도 많이 사용되기도 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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