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이 영화 관련자들에 대한 칭찬이 엄청납니다.
스파이더맨만큼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영화는 아직까지 없었고, 사실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당시 12살이었던 2002년 샘 레이미의 영화부터 2012년 마크 웹의 영화랑 2016년 루소 형제, 17년 존 와츠 감독들 모두 스파이더맨이라는 존재는 내 삶을 가장 행복하게 했던 아이콘이었다.
스파이더맨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를 잠깐 한다면, 몇년간 어떤 캐릭터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캐스팅을 두고 원작과 달라서 실망이니 어쩌니 하는 네티즌들을 볼때마다 화가 난다. 그들이 원작을 과연 보긴 봤을까? 2007년 스파이더맨 3편은 영화사의 지나친 개입으로 망작이 되었고, 여파로 샘 레이미는 fuck sony를 외치며 결국 스파이더맨 4편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그 대신에 베놈을 영화로 만들거라고 하던 루머는 띠가 거의 하나 돌아서 2018년에 나왔는데, 이 또한 망작이 아닐 수가 없었다. 소니는 생각을 하고 그 영화를 만들었나 싶었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가 영화로 나오면 수십억...? 최소 몇억은 기대를 하는 판에, 스파이더맨이 성공적이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떤 히어로 영화가 성공적일 수 있을까 싶다. 2008년에 개봉한 아이언맨부터 그랬다. 우리나라에 아이언맨은 정말 소위 덕후 중의 덕후들만 아는 캐릭터였고 나조차도 아이언맨은 익숙하지 않았다. 난 스파이더맨이 좋았어서 10대 시절 스파이더맨 원작들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인터넷 검색 능력은 지금에 비하면 우스울 수준이었고 영어 실력 또한 그랬다. 결국 난 베놈과 뉴욕에서 스파이더맨이랑 같이 활동하는 디펜더스의 데어데블, 루크 케이지 정도만 아는데서 그쳤었는데,
얘기가 길어졌는데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원작의 캐릭터를 잘 살렸네 못 살렸네 하는건가 싶고, 그런 관점에서, 원작의 외모와 원작의 캐릭터성을 논하며 이 영화는 또는 이 배우는 어떻다 저떻다 하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생각 같은 거 없다. 원작은 2000년대만 해도 볼 수 있는 창구가 잘 없었고, 우리나라에 번역출판 된 그래픽 노블은 디씨 마블 합쳐서 20권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캡틴 마블 원작 보고 브리 라슨이 캡틴 마블 안 닮았다고 지랄하나 모르겠다. 닉 퓨리가 백인이었던건 아니?
그래서 스파이더맨의 원작을 참고를 많이 하면 할수록 중요한 포인트가 세 가지 있다.
베놈은 스파이더맨을 배제하고서는 서사를 이끌어나갈 수 없는 캐릭터라는게 일단 하나, 그리고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와의 관계 없이는 역시 스파이더맨의 서사는 한정적일 수있다는 것이 둘, 그리고 그럼에도 스파이더맨에 대한 사랑은 다른 모든 캐릭터들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라,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 하나만 놓고도 영화는 수십편을 찍어낼 수 있다는게 마지막이다.
베놈이 스파이더맨 3편에 나왔을 때 그래픽과 캐릭터는 나쁘지 않았고, 샌드맨과 뉴 고블린이 없었더라면 충분히 멋진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10여년 전 당시에도 생각은 들었다. 그때 나왔던 에디 브록/베놈을 연기한 배우의 캐스팅 자체는 상당히 괜찮았다. 그 배우로 영화 베놈을 3편의 연장선에서 진행했더라면 사실 나쁘지 않았을텐데, 역시 아쉽고. 그리고 톰 하디는... 베놈 하기엔 너무 선해보여... 베놈이 안티히어로(쉽게 말하면 개츤데레)긴 하지만, 영화 베놈(2018)의 베놈은 너무 착하잖아... 포스터에 영웅인가 악당인가 써놓고 fucking hero를 만들어놓으면 어떡함? 더 많은 이야기는 베놈과 스파이더맨에 대한 이야기는 베놈 2편이 나오면 그때 하고 싶다.
아이언맨 모르면 우주 간첩이냐는 수준으로 스타워즈, 해리포터만큼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상황에서 드디어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을 필두로 꾸려나가는 MCU에 들어올 수 있었다. 능력 획득, 벤 삼촌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삭제한 존 와츠 스파이더맨은 정말 훌륭했다. 우리 귀요미 착한 스파이디는 애초에 원작에 얼마나 악당이 많으면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 역시 메인 빌런 벌쳐를 등장시켰고, (2대) 베놈이 될 플래시 톰슨은 상당히 재미있게도 인도계 재벌 가문의 캐스팅을 감행했다. 그는 2편에서도 역시 특유의 캐릭터성을 발생시키면서 베놈으로서의 떡밥도 한두줄 뿌렸다. 플래시는 스파이더맨 워너비인것처럼 극 중 내내 스파이더맨의 위대함을 언급했고, 마지막에 해피도 플래시 뿌듯하라고 '네 라이브 방송 없었으면 스파이더맨이 여기 못왔다'고 하는 걸 보면 존 와츠의 스파이더맨은 큰 그림을 이미 잘 그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1대) 베놈의 본 아이덴티티는 기자였던 에디 브록인데, 요즘 세상을 보면 기자보다 유튜버가 훨씬 더 사회고발이라든가, 원래 기자가 했어야 했을 일을 더 많이하기도 한다. 그런 점을 녹여내서 기자가 아닌 유튜버로서의 캐릭터와 대사를 잘 만든 감독과 작가들에게 2차 칭찬. 존 와츠의 스파이더맨에서 베놈을 에디 브록으로 등장시키지 않고 플래시 톰슨으로 데려갈 생각인 것 같기도 하다. 죽기 직전 sharing session에서도 플래시가 '난 좋아요에 환장해서 재밌을 동영상만 찍어냈어!' 라고 한 것 역시 성인이 되면 기자로 발전할 에디 브록의 면모를 갖춘 플래시 톰슨 / 베놈에 대한 떡밥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거(라고 주장하고 싶)다.
아버지의 역할이 어떤 역할인지 조금도 제시하지 않고 죽은 채로 진행된 벤 파커의 흔적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 등장한다. 수학여행을 가는 피터의 여행가방에 BFP라고 써있는 것이 그것인데, 벤 파커의 본명은 Benjamine Frankline Parker다. 캡틴아메리카:시빌워에서등장시켰던너도알고나도알고우리모두가다아는'거미에게물려서슈퍼파워를얻었지만삼촌이내실수로죽었다며친절한이웃이된스파이더맨의캐릭터성서사는 아이언맨이 대신했고, 아이언맨이 죽은 엔드게임 후 첫번째 영화인 이 영화에서는 아이언맨의 친구 해피 호건이 대신했고...
그러면서도 엔드게임 뒤의 이야기인 핑거스냅- 앞으로 MCU에서 블립이라고 이야기될- 이후의 상황을 아주 간략하고 유머러스하며 빠르게 짚어냈다. 내 동생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요 라든지, 산 사람들은 산 사람대로 사회를 재정비하고 가정을 새로 꾸렸다든지, 장례식을 치러줬는데 이건 뭥미라든지... 영화 철저 비판 유튜버 '라이너의 컬쳐 쇼크'의 라이너가 얘기한, 타노스 사태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있을거라고, 그것만 그려내기도 힘들 영화가 이 영화일텐데 어떡하려 그러나 싶긴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깊은 이야기는 정말 현명하고 유쾌하게 넘어갔다. 물론 유쾌하게 넘어갈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우리 일상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는. 이 점을 가지고는 영웅 영화의 서사를 절대 풀어나갈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때문에 아주 위트있게 처리한 부분에 대해서 또 작가들에게 칭찬과 감탄의 말을 보낸다.
교내 방송을 진행하는 친구들이 방학을 앞둔 마지막 방송에서 블립의 개념과 블립으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한 것 이외에도, 나의 죽은 영웅들, 토니 스타크, 스티브 로저스, 나타샤 로마노프, 비젼 (Cho)의 추모 영상을 사진과 함께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틀어놓은 것도 진짜 이 글을 쓰는 내게 너무 감동적이었고 훌륭한 선택이었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정말 완벽하게 흐려놓으면서 영화로 데려가는 연출을 이렇게 멋지게 해내다니. 그러면서 새삼 느낀 것은 아이언맨과 마블 스튜디오가 이끈 11년의 시간이 영화와 일상에 이렇게 훌륭한 역사가 되었구나, 내 개인적으로 엄청난 역사가 되었구나, 였다.
오프닝크레딧 이전에는 마리아 힐과 닉 퓨리가 함께 제보 받은 멕시코 현장으로 가서 미스테리오와 첫번째 엘리멘탈을 만나는데, 이 엘리멘탈이 사실 샌드맨의 오마주라는 것도 정말 감탄스러웠다. 샌드맨이 스파이더맨의 여러 숙적 중 한 명이라는 것은 원작으로도 스파이더맨 3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예고편에 대놓고 샌드맨의 물버전... 이 아닌 워터맨 마그마맨 에어맨등등 샌드맨 오마주처럼 놓은 것도 스파이더맨 올드팬 뉴팬 모두를 공감시킬 제작진의 멋진 의도라고 생각한다.
이 밑에는 원래 글이 위에 있던 양의 두배 정도 있었는데, 일단 여기서 1편을 자르는걸로...
사진 편집도 나중에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