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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비안 Aug 06. 2016

Abel, The Grand Overture

리게티의 현악사중주 1번

MOC 프로덕션의 무섭게 떠오르는 신예 아벨 콰르텟, 그 첫번째 정기 연주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벨, 그 위대한 시작' 이라는 타이틀을 뭔가 멋지게 표현해보고 싶어서...

어디선가 많이 쓰이는 것 같은 표현인(어디서 처음으로 쓰였을까...) The Grand Overture 라고 멋대로 이름붙였다.



8월 12일 금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 챔버 홀

-프로그램-

Mozart String Quartet No. 21 in D Major, K. 575

Ligeti String Quartet No. 1 "Metamorphoses Nocturnes" (1953-1954)

Schumann String Quartet No. 2 in F Major, Op. 41-2



고전파 음악을 대표하는 모짜르트의 후기에서 한 곡, 

음악의 시인으로 불리며 낭만시대를 함께 연 슈만의 곡,

그리고 진은숙 작곡가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현대음악 작곡가 리게티의 현악 사중주 1번을 한 자리에서 올린다.

아벨 콰르텟이 굉장히 짧은 시간에 국제 콩쿠르에서 엄청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만큼, '어느 특정 작곡가를 잘 다루는지 아닌지' 라기보다는 '방대한 레파토리를 보여줄 수 있는' 현악사중주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프로그램이 달리 보일 수밖에 없는데, 서양음악사를 크게크게 관통하는 곡들을 연주하기 떄문이 아닐까.


사실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곡은 역시 리게티의 현악사중주다.

작년 이 맘때였나, 서울시향의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연주에 너무 심취했던 나머지 현대음악을 듣는 귀가 트였다고 해야할 지...

현대음악이 내게 그 이후로는 더 이상 편견에 의해 기피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너무 궁금하고 알고 싶은 영역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때 동시에 깨달았던 게 하나 있는데, 어떤 곡을 음원이나 영상으로 수없이 접했다 하더라도 직접 음악이 연주되는 장에 가서 연주자와 같은 공기를 마시지 않는 한은 '난 그 곡을 안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같은 선상에서, 모르는 곡을 연주장에 들으러 갈 때 미리 찾아서 듣고 가는 것보다는, 미지의 땅을 모험 및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연주장에서 처음 듣는 것이 긴장감도 살고 연주에 대한 깊은 감상이 된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리게티의 현악사중주가 어렵고 대하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자주 연주되는 곡도 아닌 것 같기에, 

아벨 콰르텟이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하는 첫번째 그들의 정기연주회에 리게티가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뻤다. 


리게티에 대한 기대가 큰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작곡가들은 무의식적으로든, 의도적으로든 본인의 다른 작품의 요소들을 차용하거나 비슷한 어법을 사용하여 노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내가 어디선가 들었던 리게티의 또다른 곡이 있었다.

얼마전에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영화감독의 샤이닝이라는 스릴러 영화를 봤는데, 영화 내의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감독이 사용한 음악이 바로 이 리게티의 Musica Ricercata라는 굉장히 특이한 음악이었다.

이 무지카 리체르카타가 쓰인 시점이 51-53년이었고, 현악사중주 1번이 53-54년에 작곡되었다는 사실 또한 기대를 걸게 되는 요소다.

무지카 리체르카타가 끝나자마자 또는 끝내는 중에 쓰기 시작한 작품이 현악사중주 1번이라는 얘기가 되는데, 무지카 리체르카타의 재밌는 요소들이 현악사중주에서도 사용될지, 된다면 어떻게 사용될지 느껴보는 것도 중요한 감상 요소라고 생각한다.


아벨 콰르텟의 또다른 연주들

Haydn String Quartet in g minor, Op. 74-3 / https://youtu.be/F8rdK0XpJoA

하이든 콩쿠르 우승팀의 하이든 연주

Ravel String Quartet in F Major, 2nd Mov. / https://youtu.be/smlKepL2tic

생명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통통 튀는 아벨의 라벨

무지카 리체르카타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한다면, 이 곡은 11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악장을 이루고 있는 음의 갯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위에서 말한 특이하고도 재미있는 점이다. 

음의 갯수를 저렇게 제한해도 리듬이나 악상만을 바꿔서 곡을 진행시킨다. 근데 너무나도 멋지다.

그 곡의 첫번째 악장의 Score Video를 여기 첨부하는데, 한 음만 사용했음에도 이렇게 멋진 곡이 나온다는게 너무나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줬었다.

https://youtu.be/nIs3jechQ_E

Musica Ricercata의 첫번째 악장. 오직 두개의 음으로만 이루어져있고, 두번째 음은 곡의 끝을 맺기 위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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