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일 문제 대응, ‘편협하게’ 바라보기

[대만 소소한 일상] 국제문제 대응, 대만 정치와도 연관

by KHGXING

12월 하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방문한 일본 오사카 시내 우메다 거리에는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가 섞여 들린다. 들뜬 분위기 속에 동북아 3개국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 난다.


일본이니 일본어야 당연하다. 11월 방일 외래객 가운데 제일 많은 외국인은 한국인이니 한국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렇다면 중국어는? 방일 외래객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중국인과 대만인이다. 중국어가 들리더라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한국인은 11월 한 달 82만 명이 일본을 찾았다. 1~11월 누계는 849만 명이다. 일본 전체 외래객 가운데 21.7%에 해당한다. 중국인은 1~11월 877만 명이어서 외래객 누계치 수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일 갈등이 불거진 11월에 국한한다면 56만 명이 일본을 찾아 10월에 이어 다시 한국에 수위 자리를 내주었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3% 증가한 수치지만 1~11월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37.5%인 점을 감안하면 급감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11월 일본 외래객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기에 중국 관광객 증가율은 그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중일 갈등으로 수백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항공예약 무료취소까지 가능하지 않았나. 중국 정부의 관광의 무기화, ‘무언의’ 분위기 조성이 일부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완벽한 극적인 성공이라 평가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일본의 11월 전체 외래객 증가율(10.4%)이 연간 증가율(17.0%)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일까. 그 빈자리를 채운 ‘고마운’ 존재들이 있다. 한국과 대만이다. 특히나 대만이 놀랍다. 대만인은 11월 54만 명이 일본을 찾았다. 56만명의 중국인 규모에 육박했다. 인구대비로 한다면 전 국민의 2.3%가 11월 한달 동안 일본 관광에 나선 것이니 상위 국가들 가운데 사실상 제일 많이 일본을 찾은 셈이다. 중국은 0.04%, 한국은 1.6% 규모다.


대만의 ‘ITLOVEJP’가 효과를 발휘한 것인가?


대만 유사사태를 둘러싼 일본 총리 발언에서 촉발한 중일갈등 국면에서 대만은 철저하게 일본 편에 섰다. 우선 대만 남부 가오슝시 의회 의원인 치우이잉(邱議瑩) 등은 ‘高市가 高市를 응원한다“는 캠페인을 제안했다. 앞의 高市는 가오슝시를 의미하고 뒤의 高市는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이름이다.


캠페인의 구체적인 방식으로 대만 정부가 국민들에게 지급한 1만 대만달러(약 47만원)를 이용해 일본 여행을 가자고 독려했다. 대만 정부는 지난 10월 ‘중앙정부의 국제정세 대응을 위한 경제사회 및 민생 국가안보 강인성(韌性) 강화 특별예산’을 공포하고 11월부터 초과 세수를 전국민에게 현금으로 지급했다. 그 ‘공짜돈’을 이용해 중국 관광객이 보이콧하고 있는 일본을 돕자는 얘기다.


민간 항공업계의 동참도 촉구했다. 일본노선 할인정책을 추진해 달라는 것이다. 대만 중화항공 자회사인 저가항공사 타이거에어가 바로 호응했다. 특별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그 프로모션의 할인코드명이 바로 앞서 애기한 ‘ITLOVEJP’다. IT는 타이거에어의 항공사 코드명이니 ‘타이거에어는 일본을 사랑합니다’란 의미일 터다. 아울러 프로모션 포스터에 ‘일본에 빈 객실이 하나라도 있지 않게 하겠다’‘란 결연한 문구를 적었다. “대만과 일본이 함께 가는 만큼, 우리가 일본을 확실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중국 관광객이 찾지 않는 ‘비상국면’이지만 그렇다고 대만 관광객 등을 추가로 유치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반면, 대만이 스스로 알아서 동원령을 내린 셈이다.


그 정점은 라이칭더 총통이었다. 중국이 일종의 경제보복으로 일본산 해산물 수입 금지를 발표한 날 라이 총통은 일본 해산물 먹방을 한 바 있다. 훗카이도산 가리비와 가고시마산 방어 등으로 만든 초밥을 미소 된장국과 함께 먹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게다가 대만 식약청은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수입에 부과했던 제재를 전면 해제했다.


라이 총통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중국이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단체를 이끌고 일본으로 가자”고 발언했다. 린자룽 외교부장도 “대만 국민의 일본 여행을 지지한다”고 공개 표명했다. 중일갈등 국면에서 원래 친일 노선을 걷고 있는 대만은 더욱 강력하게 일본과의 연대를 표명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만의 이러한 조치는 물론 국제정치와 양안관계, 대만이 종종 주창하는 글로벌 자유민주진영 연대 강화 측면에서 분석 가능하다. 하지만 ‘편협하게 바라보자면’ 대만 국내정치, 대만 여당의 2026년 지방선거전략과 정권 재창출 차원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 있다. 대만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보다 더 전력으로 일본을 응원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러하다.


대만은 이제 2026년 지방선거 모드로 들어서고 있다. 각 정당별로 후보 경선이 시작되고 있다. 내년 11월 선거인데도 거리 곳곳에 벌써부터 후보 경선에 참여하려는 정치인들의 포스터가 나붙고 있다.


라이 총통에게 내년 지방선거는 중요하다. 민진당이 패배한다면 2028년 총통 선거에 라이 총통의 자리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연임은 물론 후보로 나서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일부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2024년 1월 40.1%의 득표율로 당선된 라이총통과 33.5%를 득표한 국민당 후보와의 격차는 6.6%에 불과했다. 야권 후보가 단일화 했다면 라이 후보의 당선은 어려웠을 수도 있다.


라이 총통으로서는 양안관계와 미중관계에서의 지정학적인 위치 속에서 대만 국민의 여론을 유리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대만 국민들의 친일 분위기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중일갈등 국면에서의 일본 편들기는 좋은 소재인 셈이다. 민진당과 라이 총통이 적극적으로 일본 여행을 독려하고 나서는 중요한 배경일 수 있다.


특히나 2025년 국내정치에서 득점이 아닌 실점을 기록했다는 불안감이 있기에 그러하다. 대만 국민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한자는 ‘파(罷)’였다. 보이스피싱을 의미했던 2위 글자 ‘사(詐)’보다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선택이었다. 파는 15,084표를 얻었고 사는 7,588표를 얻었다.


라이 총통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결과일 터다. ‘파’가 올해의 글자로 선정된 배경에는 라이 총통이 올 한해 꽤나 집요하게 추진했던 국민당 입법위원 31명을 대상으로 한 사상 최대 규모의 파면 국민투표가 있다. 여소야대 국면을 뒤집기 위한 시도였지만 주민투표에서 모두 부결됐다.


대만 국민들은 올해 대만 정치하면 이 파면 사태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내년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라이 총통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국민들의 관심을 민진당에게 보다 유리한 프레임 속으로 이끌어 감으로써 국내정치에서의 실점을 만회하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편협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니 최근 우리나라의 전자입국신고서를 둘러싼 대만 정부의 갑작스런 여론몰이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


문제 발단은 이러하다. 우리나라가 시범 운영중인 외래객의 전자입국신고서 기본정보의 국가/지역 선택 옵션에서는 ‘TAIWAN’을 선택할 수 있으나 상세정보에서 ‘출발지’와 ‘목적지’ 항목에서는 ‘TAIWAN’이 없다. ‘CHINA(TAIWAN)’이 있을 뿐이다.


대만 외교부가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역적자가 막대한 한국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꽤 강한 수준의 표현까지 했다. 라이칭더 총통도 “한국은 대만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수그러들었지만 1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대만 온라인이 뜨거웠다. 대만 대표 메신저 ‘라인’이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한국여행을 취소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65%나 됐다.


처음엔 대만 반응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의문스러운 점이 하나둘 드러났다. 우선 전자입국신고서 시범운영은 2월부터 시작된 것인데 이제야 언론에 공식 문제제기를 공개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입국사증과 외국인등록증 등에서 2004년부터 대만을 CHINA(TAIWAN)으로 표기해왔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대만 정부다.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민진당과 라이 총통으로선 내년 선거 국면이 시작되면서 대만 국민들에게 대만이라는 국호를 둘러싼 분쟁을 제기해 대만인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려 했다고 볼만한 대목이다. 정체성 논란은 민진당으로선 불리할 게 없는 이슈이기에 말이다.


대만은 동북아에서 참으로 뜨거운 감자다. 최소한 2027년까지는 민감한 이슈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그 민감도는 물론 국제정세 속에서 가장 뜨겁겠지만 ‘편협하게 바라본다면’ 대만 국내정치와의 관계로도 더욱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어찌됐든 우리로서는 데이지 않아야 할 터이다.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청연재 칼럼'에도 동시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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