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대만 소소한 일상] 두 달 반 만에 러닝의 매력에 복귀

by KHGXING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달리며 땀이 나는 것이요.


대만에 와서 2년 반 정도 일상이었던 달리기가 멈춰진 게 지난해 2025년 11월 29일이었습니다. 테니스를 치다가 종아리 근육파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렇게 다치는 경우 ‘테니스 레그’ 부상이라 표현하더군요.


7주 정도 쩔뚝이며 걷다가 어느 정도 디디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수영도 하고 종아리 근육 스트레칭과 뒤꿈치 들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1주 정도 지난 올해 2026년 설날 연휴 기간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연휴 첫날인 2월 14일 토요일 500미터에 도전했습니다. 걷는 속도로 달렸지만 자세는 달리기였으니 달렸다고 할 만합니다. 둘째 날인 2월 15일 일요일 드디어 1km를 연이어 달렸습니다. 속도는 마찬가지로 1km당 10분 정도입니다. 셋째날 2월 16일에 1.5km, 2월 17일 2km, 2월 18일엔 달리다 약간의 통증이 있어 1.5km, 2월 19일 다시 3km까지 늘렸습니다. 2월 20일엔 같은 3km지만 이전에는 1km당 9~10분이었다면 이날은 8분대로 진입했습니다. 이제는 시속 7km 정도이니 정말 가볍게 달린다 말할 수 있는 속도네요.


그러다 드디어 토요일, 5km를 달렸습니다. 1km당 7분 40초 정도의 속도였으니 시속으로 환산하면 8km 정도 속도입니다. 여전히 가벼운 속도지만 그래도 걸어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입니다. 총 39분 달렸고 평균 심박수는 154입니다. 최대 심박수는 169까지 올라갔습니다. 드디어 다시 달렸다 할 만합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달리기의 묘미를 알기에 다시 느끼고 싶은 열망이 강했죠. 이날 이 정도로 ‘빨리’ 달릴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아내가 강변으로 달리러 나간다기에 오랜만에 강변 바람이나 쐐보자는 심산으로 함께 갔습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강변에 도착해서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친 이후엔 아직 다리가 무겁습니다. 빨리 내딛기도 부자연스럽죠. 거기다 다시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1km 정도 지나는 구간의 속도를 보니 의외로 빠릅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8분대로 달리고 있네요. 약간 속도를 높여봅니다. 다리가 따라와 주네요. 8분 초반대와 7분 후반대를 유지하는데도 다리가 내디뎌 줍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3km를 뛴다면 2km를 지나기 전에 돌아와야 합니다. 그대로 계속 달리면 ‘어쩔 수 없이’ 4km나 5km를 뛰어야 합니다. 왕복이니까요. 욕심이 생깁니다. 다리도 통증이 없습니다.


다치기 전에 주말이면 10km 정도 달렸습니다. 평일에는 5~7km 달리고요. 속도는 시속 10km 정도였으니 1km당 6분 정도입니다. 그러니 7분 후반대와 8분 초반대면 천천히 뛰는 속도 정도죠.


하지만 올해 들어 제일 빨리 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달리면서 바람이 느껴지고 땀방울이 송송 맺히다니 얼마만입니까. 러너스 하이를 느끼기에는 턱없는 고강도 운동이지만 거의 석 달 가까이 달리지 않은 터라 러너스 하이가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실제로 다치기 전에 5~10km를 달린다 하더라도 심박수는 140~150이었는데 이날엔 160가까이 나오네요. 그만큼 운동량이 적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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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달리기 길 모습


집 근처 강변은 5km이상 달리면 큰 강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5km를 달린다면 한 바퀴 원으로 돌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반환점이 딱 2.5km죠. 반환점까지 달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상쾌함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요.


달리면 잡념이 없어진다고 하죠. 오늘 유난히 여실히 느끼네요. 걱정되는 일도 머릿속에 맴도는 일도 가벼이 날라 가는 기분입니다. 머 어때, 그래 다른 방도는 언제나 있어, 괜찮아 라고 달리기가 말해주는 듯합니다.

도착했습니다. 5km를 찍고 멈추었습니다. 어휴 다리가 얼얼합니다. 마취에서 풀리는 듯한, 얼어 있다 녹는 듯한 기분이네요. 다리가 계속 앞으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내질러 가려는 것 같습니다. 공중에 붕 떠있는 것 같습니다.


무릎과 종아리를 감싸놓았던 밴드를 풀었습니다. 아직 많이 붓긴 하네요. 밴드 사이로 붓기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살이 거의 1cm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묶어 놓은 곳과 그렇지 않은 살의 높이 차이가 있습니다. 붓기 조절 능력도 곧 향상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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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행복합니다. 이 기분 이어지라고 그간 치지 못했던 테니스도 한 게임했습니다. 2달 반만의 복귀죠. 테니스 치다 다쳤기에 아직은 두려움이 있네요. 빠르게 방향을 바꾸거나 움직이지는 못하겠습니다. 아파서라기보다는 혹시 다시 다칠까봐요.


와이프에게는 테니스 친다 하면 혼날까봐, 잔소리 들을까봐 몰래 다녀왔습니다. 안 들키고 다녀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벽에 치다 보니 몰래 다녀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다행히 아직 자고 있네요. 다만 “으이구 테니스 잘 쳤어?”란 지청구가 들려옵니다. 와이프에게는 숨길 수가 없네요. 달리기와 테니스로 무리해서인지 일단 오늘은 침대에 누워 다리를 올려놓고 있으려 합니다. 하여간 달리기와 테니스 일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