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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GXING Jun 07. 2020

글쓰기는 위로다.

마음에 한가득 무언가 담겨야 써진다. 할 얘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어느 임계점에 달하면 풀어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그 전에 쓰려 하면 얘기가 헛돌 뿐이다. 


글이라는 게 그렇다. 한가할 때, 여유 있을 때보다 시간을 쪼개 써야할 때, 바쁠 때 오히려 더 잘 써진다. 글을 쓰고 나서의 개운함과 흐뭇함이 더한다. 나에게 글이란 위로이기 때문인 듯싶다. 마음이 분주하고 여유가 없을 때 글을 쓴다는 행위는 마음에 평온을 준다. 어지러운 시간과 분주한 생활 속에 쉼표를 찍어주고 정리를 해주는 의례다. 길지도 않은 한 두 페이지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 글의 힘이다. 


글의 내용은 중요하진 않다. 소소한 일상의 기록일 수 있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아본 뒤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드러내는 글일 수도 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고 주변인에 대한 단상인 경우도 있다.  


쓰고 나선 컴퓨터 파일로 저장만 해놓기도 하지만 연말연시 나의 안부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올 한해 저 이렇게 살았습니다, 다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하는 의미다. 관계 맺음을 희망하지만 무턱대고 안부 인사만 전하기에는 아쉽기에 이렇게 하곤 했다. 


지금은, 연말연시가 아니라 그냥 생각날 때 가끔 연락하고 싶어질 때 뜬금없이 최근 쓴 글을 보내곤 한다. 나 이렇게 지내고 있어 하고 말이다. 또는 요즘 이런 생각이 들었어, 네 느낌은 어때? 라고 묻는 것이다. 회신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친구가 한번쯤 나를 생각하고 미소 짓길 바랄 뿐이다.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는 것은 꼭 그런 기분이다. 민선이가 태어났을 때 지선이가 그랬다. 영상이나 사진을 찍으면 다른 이들에게 보내고 싶어 했다. 단순히 자랑이 아니라 풍성해진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리라. 


하나 더 말하자면 몸이 성치 않으면서 글을 써 낸 사람들을 존경한다. 아픈 몸이면서도 내용과 분위기가 담담하고 긍정적이라면 그 사람의 인격까지 존경한다. 끌쩍여보니 알겠다. 글이라는 게 몸 상태와 얼마나 밀접한지. 아프면 글도 안 나오고 짜증난다. 글 뉘앙스에 그런 게 다 담긴다. “숨결이 바람될 때”의 저자가 그래서 더 애틋하다. 젊은 의사가 기록한 마지막 2년이다. 괴로움이란 단어가 다 담아내지도 못할 몸이었을 텐데 읽는 이에게 따듯함이 전해진다. 


잠들기 전에 글을 쓰려 했다. 이번에는 갈비뼈와 어깨 통증으로 눕기조차 힘들어 노트북을 켜질 못했다. 민선이와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잠들자 했다. 침대에 누워 글 쓰려 했건만 글은커녕 내내 잠 못든 것도 참 오랜만이다. 글 위로도 받지 못해 아쉬운 밤이다.  


(20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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