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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GXING Apr 26. 2020

"이상한 게 있네요. 왜 다 30, 50으로 끝나요?"

<줄넘기2> 2020.4.10

집에 있어도 집안일을 전혀 하지 못해 미안한 김에, 놀아주지 못해 아쉬운 김에 오늘 민선이 줄넘기는 아빠랑 하자 했다. 금요일 저녁 6시 재택근무 칼퇴근 후 아파트 앞마당으로 나간다. 


매일 1,100개 같은 1,000개 줄넘기를 하고 있는 민선이, 오늘은 과연 몇 개를 할까? 지난번에 들킬 뻔 했으니 오늘은 조심해야지. 웬만하면 그냥 정확히 셀까?


싱긋 웃고 세기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일단 ‘정직하게’ 센다. 어? 그런데 민선이가 갑자기 중간 중간 꽈배기를 한다. 이녀석 꽈배기가 많이 늘었다. 일반 줄넘기를 하다 갑자기 연속으로 꽈배기를 10개 이상씩 한다. 그 ‘탓’이다. 1,100개 같은 1,000개 줄넘기를 오늘도 하게 된 것은 말이다. 


줄넘기 숫자를 세는 것은 흐름이다. 다른 사람 줄넘기 개수를 세줄 때 줄넘기 줄을 보고 있으면 헷갈린다. 그래서 보통 다리 위아래 움직이는 것으로 센다. 그 흐름은 일정하다. 흐름대로 세면 별 어려움 없이 셀 수 있다.


꽈배기를 일반 줄넘기 사이에 하다 보면 숫자 세기 흐름이 깨진다. 일반 줄넘기 다리 움직임과 꽈배기 다리 움직임이 다르다. 일반 줄넘기가 일, 이, 삼, 사, 오... 이렇다면 꽈배기는 갑자기 이일, 이이, 사암, 사아, 오오... 이렇게 템포가 바뀐다. 그 탓이었다. 꽈배기 1 + 일반 줄넘기 1 = 1로 세기 시작한 것은 말이다. 꽈배기를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터무니없지 않다는 걸 알 터이다. 내! 잘! 못!이 아니다. 


100개할 때 꽈배기 10개 정도 했으니 결과인 즉슨 110개 같은 100개를 하게 됐다. 이번엔 민선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꽈배기 하는 맛에 신났으니.  


조금씩 힘들어지나 보다. 종종 다리에 걸리면서 몇 개 했는지 수시로 물어본다. 아빠 몇 개? 응 30개, 아빠 몇 개? 응 50개, 아빠 몇 개? 응 80개. “좀 이상한 게 있네요. 왜 다 30, 50, 80으로 끝나요? 내 소중한 하나, 둘, 셋 또 빼먹는 거 아니지??” 뜨끔하다. 빼먹는 거였으니. 강변한다. “너가 그렇게 하니까 그렇지!” 조금 있다 다시 물어본다. 아빠 몇 개? 불현 듯 끝 단위를 부풀린다. 정말 30개였는데 33개라 말한다. 자꾸 십 단위로 말하니 내 스스로 찔렸나 보다.


갑자기 생각났다. 집에서 나오며 음식쓰레기 버리라고 해서 통을 가지고 나왔는데, 없다. 쓰레기 버리고 나서 통을 안 가져 왔다. “민선아! 음식쓰레기통 안가져 왔다. 어서 가져오자!” 목발 신세인 내가 가져올 수 없으니 민선이보고 가져오라는 소리렸다. 


민선이가 부리나케 달려 가져온다. “민선이 착한 일 했으니 줄넘기 한 개 빼준다!” 민선이 녀석 한 개라도 줄어드니 좋아한다. 그 모습에 웃음이 안 터질 수 없다. 이렇게 오늘도 1,099개 같은 1,000개 줄넘기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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