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딸아이 열 한 살 (4)]
집에 있어도 집안일을 전혀 하지 못해 미안한지라, 놀아주지 못해 아쉬운지라 오늘 딸아이 줄넘기는 아빠랑 하자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6시 재택근무 칼퇴근 후 아파트 앞마당으로 나갑니다.
매일 1,100개 같은 1,000개 줄넘기를 하고 있는 딸아이, 오늘은 과연 몇 개를 할까? 지난번에 들킬 뻔 했으니 오늘은 조심해야죠. 웬만하면 그냥 정확히 셀까? 싶기도 합니다.
싱긋 웃으며 세기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내네요. 일단 ‘정직하게’ 셉니다. 어?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중간 중간 꽈배기를 합니다. 이녀석 꽈배기가 많이 늘었습니다. 일반 줄넘기를 하다 갑자기 연속으로 꽈배기를 10개 이상씩 합니다. 그 ‘탓’입니다. 1,100개 같은 1,000개 줄넘기를 오늘도 하게 된 것은 말입니다.
줄넘기 숫자를 세는 것은 흐름이죠. 다른 사람 줄넘기 개수를 세줄 때 줄넘기 줄을 보고 있으면 헷갈립니다. 그래서 보통 다리 위아래 움직이는 것으로 셉니다. 그 흐름은 일정하죠. 흐름대로 세면 별 어려움 없이 셀 수 있습니다.
허나 꽈배기를 일반 줄넘기 사이에 하다 보면 숫자 세기 흐름이 깨집니다. 일반 줄넘기 다리 움직임과 꽈배기 다리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이죠. 일반 줄넘기가 일, 이, 삼, 사, 오... 이렇다면 꽈배기는 갑자기 이일, 이이, 사암, 사아, 오오... 이렇게 템포가 바뀐다. 그 탓이었습니다. 꽈배기 1 + 일반 줄넘기 1 = 1로 세기 시작한 것은 말입니다. 꽈배기를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터무니없지 않다는 걸 알 터입니다. 내! 잘! 못!이 아닙니다.
100개 할 때 꽈배기 10개 정도 했으니 결과인 즉슨 110개 같은 100개를 했습니다. 이번엔 아이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꽈배기 하는 맛에 신났으니.
조금씩 힘들어지나 봅니다. 종종 다리에 걸리면서 몇 개 했는지 수시로 물어봅니다. 아빠 몇 개? 응 30개, 아빠 몇 개? 응 50개, 아빠 몇 개? 응 80개. “좀 이상한 게 있네요. 왜 다 30, 50, 80으로 끝나요? 내 소중한 하나, 둘, 셋 또 빼먹는 거 아니지??” 뜨끔합니다. 빼먹는 거였으니까요. 강변합니다. “너가 그렇게 하니까 그렇지!” 조금 있다 다시 물어봅니다. 아빠 몇 개? 불현 듯 끝 단위를 부풀립니다. 정말 30개였는데 33개라 말한다. 자꾸 십 단위로 말하니 제 스스로 찔렸나 봅니다.
갑자기 생각났네요. 집에서 나오며 음식쓰레기 버리라고 해서 통을 가지고 나왔는데, 그게 없습니다. 쓰레기 버리고 나서 통을 안 가져 왔습니다. “M! 음식쓰레기통 안가져 왔다. 어서 가져오자!” 목발 신세인 제가 가져올 수 없으니 아이보고 가져오라는 소리였죠.
딸아이가 부리나케 달려 가져옵니다. “M 착한 일 했으니 줄넘기 한 개 빼준다!” 아이 녀석 한 개라도 줄어드니 좋아합니다. 그 모습에 웃음이 안 터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1,099개 같은 1,000개 줄넘기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