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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GXING Oct 27. 2024

아침 6시 50분

[2018년 딸아이 아홉 살 (1)]

시계를 얼핏 쳐다보니 아침 6시 50분이 좀 지났습니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 멈추고 부엌으로 향합니다. “M 깨운다?” 와이프가 고개를 끄떡이자 딸아이 방으로 부리나케 갑니다.

아직은 어둑어둑한 겨울 아침녘. 아이는 아직 곤합니다. 옆으로 모로 누워 자고 있는 침대 옆자리에 슬쩍 들어가 “M 똥강아지 좋은 아침~” 하려는 찰나 “등 좀 긁어줘” 합니다. 이미 깨어있었나 봅니다. 


“언제 일어났어? 아빠 부르지 왜?” “응 방금 눈 떴어. 아빠, 나 꿈에서 꼬집었다. 그런데 하나도 안아팠어. 꿈인가 보려고 꼬집었는데 진짜 안아프더라. 그래서 꿈인 줄 알았어” 오늘 아침 유난히 귀엽네요. 얼굴에 뽀뽀를 예닐곱 번 하자 “아빠, 등!” 합니다. 옷 위로 슬쩍슬쩍 부비자 “아빠! 옷 말고, 손톱으로!” 합니다. 시원한 게 좋은 게지, 피부 감촉이 좋은 게지. 


“엄마 불러줘” “엄마 부엌에서 밥 하고 있어서 바빠” “그래도 불러줘” 부르자 아내는 “밥 하는데 바빠, 어서 나와” 하면서도 방에 들어옵니다. 그러곤 방 불을 켜고요. 눈이 부셔 눈을 가리면서도 두 팔을 벌리고 엄마를 꼭 껴안습니다. 와이프는 다시 아침 준비하러 가고 난 딸아이를 꼬드깁니다. “이제 마루로 나가자” “안가” “안고 가줄게” “가자” 번쩍 들어 안아 마루 매트에 뉘입니다. “구피 밥 줘야지” “아빠가 줘” “맨날 내가 주냐” “아빠 담당이잖아” 구피 밥 뚜껑을 열고 새끼 손톱만큼 집어 어항에 솔솔 뿌려줍니다. 구피들은 먹느라 정신없네요.  


딸아이는 저녁에 누구랑 잘지 고민하곤 합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아빠랑 자겠답니다. 보통 저녁 8시 반에서 9시 사이에 잠듭니다. 잠들 때 아빠가 집에 들어와 있으면 일단 같이 안자더라도 자기 잠들 때까지 자기 옆에 누우라 합니다. 그때 옆에서 꼼지락대는 아이가 잠들기 전에 나한테 착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하품하면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는 장난도 치면서 말이죠. 그러다 졸음이 한아름 오면 제 손을 깍지 껴서 자기 배 위에 올립니다. 


그러곤 잠듭니다. 잠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잠들 때도 간혹 있어 정확치 않네요. 시간이 너무 이르지만 아이 옆에 잠드는 기분이 참 편해서 그만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양심’이 있는지 새벽녘에 잠이 깹니다. 빠르면 2시, 늦으면 6시경이면 눈이 떠집니다. 


일어나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갑니다. 그러다 기지개 펼 때쯤 시계를 보면 6시 50분이 거의 다 되어갑니다. 아이가 하루의 끝과 시작을 아빠인 저와 함께 하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설렙니다. 물론 매일 똑같지는 않지만. 하여간 이렇게 시작되는 아침 6시 50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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