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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GXING Apr 21. 2020

"소중한 두 개 왜 빼?!"

[2020년 딸아이 열 한 살 (3)]

딸아이는 1,100개 한 것을 알고 있을까요? 줄넘기 개수 말입니다.


코로나19로 학교 개학이 연기 되고 연기 되고 또 연기됐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이고 세계사적인 상황입니다. 이런 블랙스완을! 아이는 즐겁디 즐기고 있습니다. 학생 때 그렇지 않은가요. 일단 학교 안가면 좋지 않은가요. 여름방학이 줄어든다는 말에는 “그런 말 하지마! 지금 좋잖아!”랍니다.  


반대입니다. 와이프는. 학교 안가고 집에 있는 아이 모습에 “언제 학교가나”입니다. 학교 공부 때문은 아니고 하루 종일 아이를 챙겨야 하니, 매순간 딸아이와 툭닥거리니 그럴 수밖에요. 아이 녀석 먹성이 좋아서, “아침은 머야”, “점심은 머야”, “저녁은 머야” “간식은”을 시도 때도 없이 물어봅니다. 그것도 스트레스라네요. 안 겪어보면 모른다니 그런가 보다 합니다. 학교 교재 풀이 도와주면서는 답답해 죽습니다. 한글 책보다 영어 책을 더 좋아하는 아이에게 한글 책 읽으라 엄하게 말하지만 그때뿐입니다.


운동할 때도 데리고 다니며 운동 시켜야 하니, 가기 싫어하는 아이 달래고 혼내며 데리고 나가는 것부터가 진이 빠진다네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아내의 말도 이해는 됩니다. 그래도 다행은 다행입니다. 딸아이는 결코 주눅 들지 않습니다. 엄마한테 눈을 흘기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 껴안고 웃음 한바가지입니다.


아무리 운동을 시켜도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도 아니고 매일 하던 수영을 하지도 못하니 운동량이 부족한 건 사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게 줄넘깁니다. 아이는 하루에 줄넘기 1,000개를 해야 합니다. 엄마가 데리고 나가서 하던지 아니면 혼자 나가서 하고 들어옵니다. 그래도 ‘아직은’ 순진한 딸내미여서 1,000개를 꼬박 합니다. 혼자서도.



오늘은 일요일이니 저보고 데리고 나가서 줄넘기 시키고 오라네요. 아이도 잘됐다 싶은가봅니다. 아빠는 엄하게 하지 않으니, 그리고 1,000개 세는 것도 귀찮은데 아빠한테 시킬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아이가 모르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나갈 때 엄마가 아빠한테 넌지시 ‘지시’한 게 있습니다. 개수 셀 때 밑장 빼라고. 1,100개 이상의 1,000개를 시키라는 말이죠.


자 이제 ‘작전’ 시작. 100개를 넘었지만 100개를 부르지 않습니다. 130개가 되어서야 걸려서 멈췄습니다. 몇 개 했냐 뭇네요.

“응 100개”

“어 이상한데? 아빠 나 120개는 넘었어!”

“그래? 이상하다 아빠가 잘 못 셌나? 120개로 할까 그럼?

”아냐 알았어 100개로 해. 대신 50개 할 때마다 50이라 말해줘. 얼마 했는지 알아야 나도 잘 한단 말이야“

”알았어“(뜨끔했지만 잘 넘어갔습니다.)


다시 시작. 이번에는 50단위이니 애매합니다. 우선은 50 셈을 지켰습니다. 300개를 넘어가서는 슬슬 다시 작동합니다. 10개씩은 더 가서야 50을 부르고 100을 부릅니다. 아이가 힘들다고 멈췄습니다. 32개 정도 했을 때죠.


“몇 개 했어?”

“응 30”

“아빠! 이상하다! 나 서른두개 했단 말이야”

(이녀석 속으로 세고 있었나 보다) “멈출 때는 10단위에서 끊어야지”

“안돼! 내 소중한 두 개 왜 빼?!”

“알았어, 알았어”


700개를 넘어가면서 이 녀석도 슬슬 힘든가 봅니다. 적당히 빼야겠네요. 800을 넘어가면서는 10개만 더 붙였습니다. 힘들어서 줄넘기 자세가 흐트러집니다. 제대로 하라고 흉내를 내니 역효과네요.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머가 그리 웃긴지 배를 잡고 웃습니다. “아빠 그만해! 웃겨서 못하겠어!”


1,100개 같은 1,000개를 채우고 꽈배기 연속 5개까지 한 뒤에 오늘의 줄넘기 과제는 마무리. 목발 짚은 아빠 옆에서 발그레한 얼굴로 웃음 터져 있는 딸아이 모습이 마냥 좋기만 합니다. 이 글을 언젠간 읽을 딸아이가 “아빠! 이럴 줄 알았어!” 하며 달려들 모습이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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