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귀국

2016.4.3

by KHGXING

며느리 밥만 해주시다 집에 가셨다.


하필이면 오신 기간 내내 지선이가 몸이 몹시 좋지 않았다. 어머니가 오시기로 한 날 이틀 전부터 갑자기 축 가라앉더니 오한에 몸살이 심하게 왔다. 그리 강골한 체질이 아닌데다가 처음 중국 적응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공항에는 도저히 나가지 못할 듯싶어 내가 오후 반차를 내고 공항에 가려 했더니 자기가 나가겠단다. 무리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괜찮아 졌다고 고집이다. ‘시어머니 오신다는 소식은 며느리 감기도 낫게 하나’ 하고 웃어넘겼다.


그러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일어나질 못했다. 민선이는 봄 방학기간이라 어머니는 낮에 내내 민선이와 집 안에서만 시간 보내셨다. 무척이나 지루하셨을 게다. 게다가 한국 TV도 나오지 않으니. 지선이와 잠시 집주변 아침시장도 다녀오셨다 했지만 지선이 몸이 안좋으니 바로 집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가시기 전날 토요일이 돼서야 ‘바깥’ 구경에 나섰다. 바깥이라 해봤자 집 근처 공원 산책과 마사지가 다였지만.


나라도 휴가를 내고 싶었는데 회사 일이 겹쳐 쉽게 시간을 내지 못했다. 어머니 오신 당일에도 반가운 마음에 일찍 퇴근하려 했건만 행사가 생겨 어쩔 수 없이 늦었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이미 주무신다. 그래도 어머니 얼굴 한 달 반 만에 보니 그저 좋다.


궁금하셨을 게다. 2-3주에 한번은 찾아오던, 아직도 품안의 자식인 아들네미가 중국으로 가버렸으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셨을 게다. 그래서 한달음에 오셨다. 이제 집도 구했고 이삿짐도 왔으니 오셔도 되겠다 하니 누나들한테 말해 여권도 만들고 비행기표도 구하고 한달음에 오신 것이다.


‘효자랑 결혼했다’는 말이 결혼 잘 못했다는, 고생한다는 뜻으로 통용되는 세상이다. 지선이도 우스갯소리로 친구들한테 가끔 그리 말하곤 한다. 실은 ‘효자’가 아닌데 그렇게 보이나 보다. 세상 기준에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어머니 간섭에 무지 귀찮아하며, 반복되는 잔소리에는 ‘할매라 어쩔 수 없나보다’ 하고 가만히 한 귀로 흘러 들으면 될 것을, 괜히 온갖 성질도 부리곤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면 가급적 어머니 뵈러 가고 이삼일에 한번은 전화 드려 시시콜콜한 잡담하고, 어머니한테 부러 ‘사랑해’라고 말하곤 하니. (그럼 어머니는 쑥스러워 하시면서도 “나도 아들 사랑해”라 하신다.)


다행히 그래도 지선이가 그리 심하게 거부감이 없어 다행이다 싶다. 어머니가 그 넓은 집에 혼자 계시니 주말에 한 번은 같이 식사라도 하고 싶어 가긴 하지만 주말마다 가는 게 귀찮기도 하겠다. 간혹 그래서 다른 곳으로 내빼기도 하지만, 주말에 가서 어머니 집 너른 마당에서 텃밭도 가꾸고, 캠핑의자 갖다 놓고 햇볕도 쬐고 민선이와 내가 뛰어노는 모습도 보고, 낮잠도 자고 그러는 게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하다. 아파트가 아니라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게 그 친구나 나나 마찬가지니.


지선이와 어머니 사이도 머 고부갈등이 없겠냐마는 굳이 말하자면 없다고 말해도 될 듯싶다. 어머니 해주시는 반찬과 밥 좋아하고, 목욕도 같이 가고, 장도 보러가고 그러니. 어머니도 아직은 당신 혼자 지내는 게 편하다 하시지만 지선이 와도 편안해 하신다. 지선이랑 동네 시시콜콜한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살림 노하우도 얘기하시고 그러신다. 그러다 나른한 오후면 둘 다 서로 신경 안 쓰고 낮잠 자고는 한다. 물론 어머니는 가끔 나한테 지선이 ‘흉’도 보시지만. 흉이야 머 흠집이라기 보단 지선이 체력 얘기가 주 소재거리다.


일요일 오후 귀국편 시간에 맞춰 공항에 모셔다 드리는데 왜 그리 마음이 편치 않던지. 수속 마치고 비행 시간 늦는다며 총총히 발걸음을 옮기시는 뒷모습을 보는데 왜 그리 안타까웠을까. 눈물은 왜 그리 나오던지. 나나 지선이나. 가운데서 민선이만 엄마 아빠 바라보며 낯설어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해 한다.


오셔서 제대로 같이 시간도 보내지 못해서 그런가. 한동안 보지 못할 걸 알기에 그런가. 아님 보고싶은 어머니 마음을 나도 알기에 그런가. 건강이 걱정 되서 그런가. 동산동 마당 넓은 집에 혼자 계실 터라서 더 그런지.


지병도 있으신데 무릎까지 성하지 않고 걷기 불편한 모습을 뵈니 안타까운 마음이 더한 듯하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랄 뿐이다. 누나들이 자주 가고 살뜰히 챙기는 걸 잘 알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은 어쩌질 못한다. 혼자 계시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가셔서는 큰누나 통해 김치와 마당에서 키운 파, 부추를 보내셨다. 지선이가 김치 많이 그리워한다면서, 부추 이야기 하더라며 먹고 싶은가보다 하시면서. 그리곤 큰누나 통해 사진도 하나 보내셨다. 마당 한 켠에 내가 무심히 심어놓았던 군자란이 잘 자라고 있다고 사진 찍어 보내라 하셨단다. 어머니 마음 알기에 내 마음이 또 먹먹하다.


**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나 베이징이란 공간에서 보낸 3년(2016-2019) 가운데 첫해에 대한 기록이다. 일상과 관찰, 위안의 느낌을 나누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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