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의 운전

by KHGXING

스릴 넘친다. 말이야 스릴 넘치지만 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가 간담이 서늘해 지길 하루에도 몇 번이다. 중국에서, 베이징에서 운전하기 말이다.


중국에 온지 2달 만에 외국에서 근무하기 위한 기초적인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뒤 운전면허를 신청했다. 간혹 운전할 일이 생겼다. 그리고 운전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많은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도움이 되는 것은 맞긴 한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운전대를 잡으면 긴장모드다. 우선 급작스런 끼어들기가 그 급이 다르다. 한 차선 정도 바꾸는 게 아니라 두 개, 세 개 차선을 한꺼번에 바꾸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역주행도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시내 도로에서 갑자기 나한테 달려드는 반대편 차량을 보더라도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상대방이 흥분 상태도 아니고 비상 상황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일상이다.


좌회전 신호는 분명히 없지만 대부분 교차로에서는 좌회전 차량이 반대 차선으로 머리를 디밀고 있다. 교차로에서 그러면 양반이다. 왕복 2차선에서도 머리를 일단 넣고 본다. 반대편에서 진행하던 나는 움찔하지 않을 수 없다.


교차로에서 차량이 뒤엉키면 신호 한 번에 지나갈 수 있는 200~300여 미터 거리도 20, 30분이 걸리기도 다반사다. 뒤엉키는 이유야 꼬리물기와 무턱대고 이뤄지는 좌회전, 유턴 등 때문이다. 일종의 종합세트다. 게다가 차량을 두 개 연결한 버스가 진입해버리면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경험하던 ‘인류 보편적인 운전 방식’이라고 믿었던, 사람 중심, 사람 먼저라는 신념이 중국에서는 깨지기 일쑤다. 이게 중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나라마다 다를 수 있는 개념이라고 혼자 의심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운전면허 시험 문제를 생각하면 이도 아닌 것 같다. 왜냐,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풀던 문제에서는 중국도 사람 중심, 사람 먼저를 외쳐대는 문제와 답이었으므로. 하지만 현실 도로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지 답안과 정확히 반대로 하면 ‘운전 잘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내가 보행자라면 식겁할 수 있는 모습들이 중국 도로에선 상식으로 통한다. 보행자들이 결코 그런 운전자들의 행태에 화를 내는 법이 없다. 그게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니 보행자들은 ‘내가 잘 못했소’ 하고 조심스러워 한다. 분명히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어서 건널목을 건너가더라도 방심해선 안된다. 좌회전 하던 차량은 사람을 보면 가속한다. 감히 사람이 차보다 먼저 가려 한다는 것처럼. 어처구니없어 처음엔 그 차량 운전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지만 그 결과는 나에게 돌진해오는 가속페달 밟은 차량일 뿐이다.


베이징 도로의 보편적인 특징인 보조도로, ‘푸루’는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자동차에 점령당해 있다. 2개 차선 폭 정도지만 일단 한 개 차선은 주차돼 있는 차량에 점령당해 있고 한 개 차선은 자전거를 위협하는 차량들의 경적소리 가득하다.


도대체 중국 운전문화는 왜 이렇게 ‘진화’돼 온 것인가. 우리도 한때 이러한 시절을 겪고 지금에서야 정비된 것인가. 궁금하다. 중국 친구에게 왜 좌회전 한답시고 머리를 들이밀고 있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이 당황스럽다. 준비하고 있는 것이란다.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이 아니냐는 말이다. 뒤엉켜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고 상대편은 간담이 서늘해지니 전체로 따지건 개별적으로 따지건 효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교통사고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출퇴근 길에 매일 한 번 이상은 보는 듯하다. 하루 평균 712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4,621명이었다는데 중국 인구가 아무리 우리보다 몇 십배 많다고 해도 사망자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대형사고를 직접 본 적은 드물다. 베이징에서 차량 운행속도는 시속 22.6km에 불과하다. 물론 서울 교통 정체도 만만치 않지만 이보다는 빠른 25.2km라 한다. 속도가 느리니 사고가 대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인가.


이렇게 중국 운전 문화는 외국인의 눈으로 봐서는 심각하지만 중국 정부나 국민이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대책의 초점은 운전 문화에 두고 있지 않고 차량 정체를 완화하기 위한 차량대수 줄이기나 대기환경 개선 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물론 이러한 대책도 필요하긴 하지만 운전 문화 개선이라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 아니 어쩌면 운전문화는 중국의 오늘날 모든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일지도 모르기에 정부 차원에서 손쓸 방법이 없는지도 모른다. 최대 인구 대국인 만큼 인명에 대한 경시, 근현대사를 겪으며 체화된 다른 사람 일에는 가급적 개입되지 않으려는 모습, 자신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 등이 고스란히 운전 문화에 담겨지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더더군다나 단시일내에 바뀌기는 요원할 듯싶다. 그저 외국인으로서는 조심할 수밖에.


(2016.6.5)

**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나 베이징이란 공간에서 보낸 3년(2016-2019) 가운데 첫해에 대한 기록이다. 일상과 관찰, 위안의 느낌을 나누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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