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 2016.5.17)
한국과 중국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크게 차이를 느낀 부분은 문화도 음식도 언어도 아니었다. 의외로 ICT,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얼마나 현실에 천착해 있느냐는 점이었다.
사실 얼리어답터도 아니기에,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문명의 이기에 익숙하지 않고 기계 다루는 데 매우 서툴기에 ICT라는 단어는 숱하게 접하면서도 그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론적인 단어에 불과했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간다지만, 사물인터넷이 현실이 되고 있다지만, 아이폰이라는 손안의 컴퓨터로 각종 앱을 다운받아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지만 나에게 아이폰은 여전히 전화가 핵심기능이다. 그리고 다음 버스가 오려면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알려주는 앱에 환호성을 올리는 정도였다. IT와 ICT의 차이가 Communication이 추가된 것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했기에 한때 회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투자를 담당했을 때조차도 내가 이런 업무를 맡아도 되나 싶었다. 새로운 비즈니스영역을 창출하며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까지 가능한 사업분야인데 그 개념에 친숙하지 않은 내가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사업모델들은 아직 한국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더군다나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여수신업무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것이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자, 가상 페이는 물론이고 카톡으로 개인끼리 돈을 송금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공과금 납부도 그냥 앱상에서 이뤄지며 카톡으로 금융상담은 물론 주변 맛집을 자동 추천 해주는 기능도 있다. 혁신적이다. 카톡택시가 처음 나왔을 때 그 간편함에 놀랐지만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능들인 셈이다.
그런데 중국에 온지 3개월 된 지금 이 모든 걸 나조차 사용하고 있다는 데 깜짝 놀란다. 이 모든 기능이, 이 모든 ICT 기술이 중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소비되고 있다.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있어 이제는 사용하면 편리한 게 아니라 사용하지 않으면 매우 불편한 단계에 접어들어 있다.
실제 자주 사용하는 앱을 잠시 소개하자면 우선 내 스마트폰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알리페이(즈푸바오 支付宝)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삼성페이나 카톡페이 등이 일상적으로, 보편적으로 소비되고 활용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중국에서는 남녀노소 어느 누구나 알리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현금 아니면 모든 게 이뤄지지 않던 중국이었지만 어느새 현금이 필요없는 세상을 알리페이가 이끌고 있다.
음식점에서 밥 먹고 알리페이에 있는 내 QR코드를 내밀면 음식점 종업원은 내 QR코드를 읽는다. 그럼 지불 끝. 핸드폰 충전비용도 알리페이에 전화번호 입력하고 충전금액 선택한 뒤 클릭하면 끝. 친구에게 돈을 송금할 때도 알리페이에서 친구 이름 선택해서 송금액 입력후 비밀번호 누르면 끝. 알리페이 기능은 이외에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 등 공과금도 낼 수 있고 여행상품도 고를 수 있다. 기차표와 비행기표도 구매할 수 있다. 알리페이의 월간 실명 이용자수는 4억5천만명이라니 상상이상이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그룹의 다양한 사업을 금융 차원에서 연계해주는 핵심 고리이기도 하다. 그 한 예가 빈번하게 이용하는 앱 가운데 하나인 디디추싱(滴滴出行). 텐센트 그룹의 디디다처와 알리바바그룹의 콰이디다처가 합병해 새로 탄생한 디디추싱은 우리로 치면 카톡 택시다. 이 디디추싱의 결제시스템 가운데 하나가 알리페이다. 택시를 이용하고 나서 현금을 낼 필요가 없다. 아니 현금을 낼 수도 없다. 스마트폰 상에서 자동으로 알리페이로 연동돼 그곳에서 자동 결제가 이뤄진다.
현금이 아닌 알리페이로 앱 상에서 자동 결제된다는 점이 카톡택시와 디디추싱의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저 운전기사에게 ‘잘 가’ 하면 그만이다. 내리고 나서 알리페이로 연동된 화면에서 비밀번호만 누르면 끝이다. 디디추싱의 또다른 차별점은 택시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일반 택시뿐만 아니라 우버택시, 합승택시, 전용대절택시, 버스 등도 부를 수 있다. 사실 디디추싱으로 일반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우버택시가 훨씬 저렴하고 깨끗하니까. 우버택시가 되려면 차량 연식이나 주행거리가 일정 기준에 맞아야 한다. 또한 할인혜택이 다양하게 이뤄지기에 일반 택시보다 30% 이상은 더 저렴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디디추싱은 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앱 가운데 하나다.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앱 가운데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는 어러머(饿了么)라는 앱도 있다. 어찌나 인기가 있는지 어러마, 웨러머 등 소위 짝퉁 앱도 등장했다. 이 앱 이름을 직역하자면 ‘배고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앱 기능이 음식배달이다. 점심시간이면 상당수 직장인들은 이 앱으로 음식을 배달해 먹는다. 예를 들어 앱에 입점해 있는 ‘충칭샤오츠’ 식당 코너에 들어가면 수백 가지 반찬과 밥을 고를 수 있다. 원하는 시간을 지정하면 배달하는 사람이 포장용기에 담아 가지고 온다. 물론 결제는 알리페이로 미리 손쉽게 이뤄져 있다.
알리페이를 얘기한다면 타오바오(淘宝)를 빼놓을 수 없다. 타오바오는 이미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 주도하는 광군제(光棍节)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타오바오의 쇼핑몰은 2가지인데 타오바오(taobao.com)와 티몰(tmall.com)이다. 이 두 사이트의 차이는 차치하고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 표현에 의하면 신천지가 열린 기분이란다. 인터넷쇼핑 문외한인 내가 평가하기 주저스럽지만 중국인들은 이러한 인터넷쇼핑몰에서 정말 다종다양한 품목을 구매하고 배달받는다. 길거리에는 타오바오 티몰 배달 오토바이가 넘쳐난다. 이 사이트에서 와이프가 가장 놀라워하던 기능은 사진을 올리면 유사한 제품을 찾아주는 기능. 한국에는 보지 못한 기능이란다. 그리고 정말 타오바오에는 없는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여간 이러한 중국에 온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겪었던 그 일은 내게 아직도 생생하다. 민선이 학교 입학 때문에 민선이 지선이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가다 목적지에 도착해 100위안을 내니 60대 기사 아저씨는 잔돈이 없단다. 그러며 즈푸바오(支付宝, 알리페이)로 자기에게 지금 송금해 달란다. 앱을 다운받지 않았던 그때, 앱도 생소했지만 어떻게 송금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60대 아저씨가 능숙하게 그런 것을 다룬다는 것이 너무나도 생소했다. 그 아저씨가 어떻게 즈푸바오도 모르고 송금할줄도 모르는지 이상하게 쳐다보는 그 표정이 너무나도 낯설었다.
내가 보기에 중국 도시민은 모두 ‘얼리어답터’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시점 2016.5.17)
**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나 베이징이란 공간에서 보낸 3년(2016-2019) 가운데 첫해에 대한 기록이다. 일상과 관찰, 위안의 느낌을 나누려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