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낯설고 생경한 게 중국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이다. 짧은 경험이긴 하지만 중국 사람들의, 특히 여성들의 다소 거칠다 싶을 정도의 날카로움에는 말붙이기가 쉽지 않다. 사람 낯을 그리 가리는 편이 아니지만 쉬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러한 중국 사람들의 성향은 중국에서 잠시 거주해 봤다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이고 중국 사람들조차 좋건 싫건 자신들의 이러한 면을 충분히 알고 있는 듯하다.
이런 중국 사람들의 성향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고 살다보니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는 다소 거칠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다른 사람 일에는 가급적 엮이려 하지 않는 성향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다 보니 걱정 됐었나 보다. 본사에 근무할 때 알게 된 한 중국인 친구가 한 말이다.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요.” 같은 중국인이지만 외국인인 내가 중국에서 생활하는데 좋은 면을 봤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터이고, 그러한 중국인들의 성향에 상처받지 않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 듯하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마음이 여려서인지 얼굴이, 미소가 따듯한 사람이 좋다. 얼굴이 그 사람을 다 드러내줄 수는 없겠지만, 잘 생기고 못 생긴 것을 떠나 호감을 느끼는 얼굴이 있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부대끼며 지근거리에서 살아간다면 그 또한 복일 듯싶다.
2011년 베이징에 잠시 몇 개월 지낼 때 2~3일 같은 기숙사 방에서 지냈던 베트남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이 딱 그러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쉽게도 많은 얘기를 못해봤지만 몇 마디 나누면서도 ‘어 참 나랑 좀 통하네’란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한국 와서는 잊혀졌다. 꼭 연락할 일이 있어야 연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쁜 일상을 지내며 딱히 연락하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베이징에 다시 나오고, 웨이신을 시작하면서 웨이신 친구로 찾아보니 찾아지는 것이 아닌가. 궁금했다. 말을 거니 바로 회신이 온다. 아직 기억하나보다. 혼자 함박웃음. 게다가 지금 베이징에 있단다. 이번주에 만나기로 했다. 어떤 일을 할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설레임이 더 생기는 것 같다. 무슨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하는 것처럼. 업무로 만나면 조금 더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나에게 어떤 인연이 있길래 만나게 됐을까 설레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우연한 만남에는 다소 심리적인 경계심이 줄어드는 법. 그 폴란드 친구도 그렇다.
베이징에서 운전면허증 시험을 보고 발급받으러 가던 날. 발급받을 때 돈을 내는 줄 몰랐다. 중국 직원은 단호하다. 돈 갖고 오란다. 당연하지. 공무원이 일처리하는데 무슨 에누리가 있겠는가. 중국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 공무원이라고 이러지 않겠는가. 준비안한 내가 문제지. 돈을 송금해 주면 안되냐 해도 안된단다. 그때 쑥 누가 돈을 내민다. 옆에 있는 한 외국인이 그냥 자기가 주겠단다. 이걸로 처리하란다. 먼 이런 상황이?! 이렇게 해서 그 친구와 연이 닿았다.
회사 근처로 놀라온다는데 그때마다 회사 야근을 하거나 행사가 겹쳐서 만나지 못했지만 조만간 만날 것이다. 왠지 이 친구를 생각해도 마음이 설렌다. 어떤 친구일까 궁금해지면서.
베이징에 와서 머 얼마나 중국인과, 외국인과, 한국인과 연을 만들 수 있겠느냐마는 돌아갈 때 아쉬워할만한 사람이,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몇 명이라도 생기면 좋겠다. 중국어로 인연은 위엔펀(缘分)이다. 발음이 부드럽고 구성져서 어감이 참 좋다. 중국에서 나에게는 어떤 위엔펀이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나 베이징이란 공간에서 보낸 3년(2016-2019) 가운데 첫해에 대한 기록이다. 일상과 관찰, 위안의 느낌을 나누려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