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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GXING Mar 05. 2024

바다거북이 내 옆을 지나갔습니다.

[대만 여행] 소류구 섬 여행, 오토바이 드라이브, 그리고 타이난 맛보기

대만에서 일을 하는 동안 간혹 여행을 떠나곤 한다. 지난 주말 3박4일간 다녀온 여행지는 남부 가오슝과 타이난. 그 중에서도 이번 여행의 ‘핵심 포인트’는 소류구의 바다거북 스노클링. 각종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바다거북은 정말 내 옆에서 유유히 헤엄쳐 지나갔다.


소류구는 대만 서남부에 있는 섬인지라 180석 유람선을 타고 30분 정도 가야 한다. 출발하는 항구는 가오슝 아래 핑동이란 지역의 동류항. 비교적 유명 관광지이기에 배편을 운영하는 선사가 여러 곳이긴 하지만 평균 40~50여분에 1대꼴로만 배편이 있는지라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8시 50분 유람선을 탈 요량이었고 항구까지는 호텔에서 1시간 거리인지라 7시 반경 부리나케 출발했다. 토요일이라 항구에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했지만 다행히 표가 남아 있었다.


배는 꽤 빨랐다. 체감일 뿐이지만 물살을 가른다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정도의 속도로 나아갔다. 배 창밖으로는 일렁이는 파도와 배가 만들어내는 포말, 흐린 하늘이어서 잿빛 하늘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수평선이 어우러져 꽤 인상적이었다.


‘인상적’이라 표현했지만 이 말인즉슨 스노클링하기에 최적의 날씨가 아니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뿐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인 셈. 머 그래도 다시 올 거리도 아니었고 아이와 와이프 함께 떠나는 ‘신나는’ 여행인지라 날씨가 대수는 아니었다. 스노클링을 아예 할 수 없는 날씨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소류구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스노클링 업체를 찾았다. 오전에는 다소 추울 듯해 오후 1시로 예약. 찾아간 곳은 ‘대중부잠’이란 업체인데 한국 블로거들의 바이럴 마케팅에 감탄할 따름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이 업체는 순전히 대만인이 운영하는 업체로 특별히 한국인을 타깃으로 삼은 것도 아닐진대 그곳에서 만난 예약자들은 100% 모두 한국인이었다.


내가 찾아간 이유는 여행 후기 때문이었다. 상당수 후기에서 이 업체를 이용했고 추천했다. 이날 이 업체를 찾아온 사람들도 모두 나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후기 등을 참고한 것이다. 그렇다고 대만인은 한 명도 없고 다른 외국인도 없고 모두 한국인이라니. 놀랍다.


허나 블로거들이 하나같이 이 업체를 찾을만했다. 다른 업체를 이용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대중부잠 강사나 직원들이 모두 친절했다. 한국인들이 좋아할만했다.


시설이나 스노클링 장비들이 좋은 건 아니었다. 낡기도 했고 바디수트는 찢어져서 기운 데가 있기도 했다. 다만 내 바디수트는 왜 그리 새 것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내 몸에 맞는 바디수트를 입을 만한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그래서 새것이었을 듯.

소류구 바다거북 스노클링/ 스노클링 포인트(산호 바위)

스노클링하기에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바닷물은 생각보다 따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류구 지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제일 따듯하단다. 찾아보니 연중 수온이 25도에서 29도 사이다. 제일 낮은 1월에도 25도 이상이다. 이날 낮기온이 23도 정도였는데 오히려 물속이 따듯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스노클링은 단순했다. 예전에 다른 곳에서 해본 스노클링은 강사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혼자 유영하던 것이었으나 소류구 여기는 그냥 튜브만 잡고 있으면 스노클링 강사가 바다거북이 나오는 포인트로 끌고 가는 형태다.


그러다 보니 쉽게 쉽게 바다거북을 목도했다. 말 그대로 목도했다. 아쿠아리움에서나 보던 크기의 바다거북이 내 옆에서 유유히 헤엄쳐 가고 있었다. 손 내밀면 닿을 정도 거리의 몸 아래로 지나갔다. 만지지 말라 했지만 만지지 않으려 해도 슬쩍 부딪칠 정도로 가까웠다. 한자를 새겨 넣었다는 갑골의 육각형 등껍질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람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거북이가 원래 사람을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소류구 바다의 거북이는 사람이 무섭지 않은 듯이다. 피할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빨리 헤엄쳐 도망갈 생각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대만 사람들 특유의 따듯한 기질이 대만 앞바다 거북이한테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친구 사귀자 하면 그러자 할 정도로 친근한 모양새다.


40여분 진행된 스노클링에서 만난 바다거북은 6~7마리였던 듯하다. 크기는 작은 것은 50~60cm 정도에서 큰 녀석은 등껍질만 1m가 넘는 것도 있던 듯하다. 물론 물속에서 물안경으로 바라본 것이기에 더 크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놀라울 정도로 크긴 컸다.


인근 바다에 이렇게 다양한 수중 생물이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다. 동남아 다른 나라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대만으로서 좋은 관광콘텐츠임에 분명하다. 3월초임에도 바다에서 스노클링 할 수 있는 기온도 분명 장점이고 말이다.

소류구 스쿠터 오토바이 드라이브

바다거북이와 함께 소류구 여행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일은 오토바이 드라이브다. 물론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그런 오토바이는 아니고 스쿠터 오토바이이긴 하지만 아이를 뒤에 태우고 신나게 달렸다. 소류구를 두 바퀴 정도 돌았을 듯한데 쉬엄쉬엄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3시간여 유람했다.


어느 부모가 아니겠느냐만 중학생으로 훌쩍 커버린 이 녀석이 너무나 좋다. 벌써 이제 중3이다. 오토바이 속도에 무섭다고 호들갑 떨며 허리춤을 꼬옥 잡을 때는 물론이고 속도에 익숙해질 때쯤, 안전대라며 아빠 허리와 뱃살을 잡으며 꼬집을 때도 한바탕 웃음이다. 이맘때 여학생 특유의 밝음과 장난기가 가득이다. 물론 호르몬 작용으로 수시로 돌변해 성깔 부리기도 하지만.


와이프의 대만 여행 숙제 칸이 하나 더 지워졌다. 대만에 와서 가고 싶은 곳들을 하나 하나 ‘클리어’ 해나가고 있는 아내에게 소류구는 그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클리어한 또다른 한 곳은 타이난의 스차오 그린 터널. 30여분 수로를 따라 놓여져 있는 맹그로브 습지 지대는 가보지도 않은 아마존이 이렇지 않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타이난 선농지에 골목 풍경/ 타이난 스차오 그린 터널 모습

끝으로 이번 여행의 또다른 수확은 타이난의 매력을 ‘알아버렸다’는 점이다. 만 하루 짧게 머물렀지만 타이난은 아기자기하면서도 활기찼다. 대만의 400년 고도로 고즈넉함도 있었지만 또한 젊기도 했다. 게다가 대만의 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도시의 자부심에 걸맞게 다양한 음식 또한 넘쳐났다.


빙수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대만인 부부의 말이 인상적이다. 타이난이 고향은 아니지만 타이난이 마냥 좋아 종종 여행 온단다. 종종은 모르겠지만 나 또한 한번쯤은 다시 올 듯하다. 그때 타이난을 다시 기록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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