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소소한 일상]
6월 5일 퇴근길이 꽤 길었습니다. 타이베이 사무실에서 한국 집까지 퇴근했으니 말이죠. door to door로 9시간 걸리네요. 시차 제외하면 8시간이구요. 6월 5일 저녁부터 6월 6일 새벽까지의 ‘여정’을 적어 봅니다.
6월 5일 수요일 오후 5시. 6시까지 1시간 휴가 내고 일찍 나섰습니다. 오후 8시 비행기를 탈 예정입니다. 타이베이 101 빌딩 근처가 사무실인지라 공항지하철을 탈 수 있는 타이베이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합니다. 약 20분 걸립니다.
5시 45분 타이베이역에서 공항행 지하철에 무사히 올랐습니다. 타이베이역에서 타오위안공항까지 이동하는 지하철은 급행과 완행 2가지가 있습니다. 급행은 37분, 완행은 50분 정도 걸릴 겁니다. 가격은 똑같습니다.
6시 30분경 타오위안공항 1터미널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밟습니다. 다행히 대기줄이 길지 않습니다. 보낼 수하물이 없기에 금방 체크인합니다. 7시 15분에 탑승 시작입니다.
이날 이용하는 항공기는 LCC이기에 기내식이 없습니다. 오전 출근길 미리 사둔 빵을, 탑승을 기다리며 먹습니다. 대만 빵 맛있습니다. 대만 빵의 특징은 식감인 것 같습니다. 촉촉한 느낌이 좋습니다. 다만 지난 1년여간 대만 빵을 즐기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가 유난히 좋아하는 연유크림빵 종류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아마 더운 기후 특성상 그러하리라 짐작해 봅니다.
7시 20분경 탑승이 시작됩니다. 좌석 위치에 따라 탑승 순서가 정해져 있네요. 뒤쪽에 위치한 사람들이 먼저 타야 기내에서 붐비지 않을 터입니다. 저는 앞쪽인지라 가장 마지막 순서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8시 출발 시간입니다. 비가 제법 내리고 있습니다. 약간 늦게 출발했지만 11시 반 인천공항 도착 시간은 지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연되면 꽤 곤란합니다. 바로 서울행 심야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죠.
11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인천까지 약 2시간 반 걸리고 시차가 1시간이니 지연 없이 도착했습니다. 부리나케 기내를 빠져나와 입국 수속장으로 이동합니다.
심야시간 인천에서 서울로 가는 지하철은 끊겼습니다. 이 점은 아쉽습니다. 어쩔 수 없죠. 12시 10분에 서울행 심야버스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오호라 11시 50분에도 있습니다. 지금 시간은 11시 43분입니다. 서둘렀습니다.
11시 50분입니다. 버스는 강북행과 강남행이 있습니다. 강북행 정류장 앞에 서 있습니다. 미리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이 먼저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카드로 타는 사람들은 티켓 구매한 사람들이 모두 탄 뒤 좌석 여분이 있을 경우 탈 수 있답니다. 운이 좋길 바랍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한동안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2월 설날 이후 귀국한 것이니 4개월 정도 시간이 흘렀네요. 그래도 집에 간다니 언제나 그렇듯이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4개월 만에 머 그리 바뀌었겠습니까만 서울로 향하는 창밖 풍경에 괜히 멜랑꼴랑 해보려 합니다. 한밤중인지라 아무것도 보이진 않습니다.
12시 40분쯤인 것 같습니다. 마포역에 도착했습니다. 꽤 많은 젊은 여행객들이 내립니다. 그 다음 역은 서울역입니다. 당초 서울역에서 내리려 했지만 서울역까지 가는 시간 따지면 마포역에서 내려 그 다음 대중교통편을 알아보는 게 나으리라는 조급함이 동했습니다. 그냥 내렸습니다.
지하철역으로 이동합니다. 지하철이 아직 다니고 있습니다! 한국 좋은 나라입니다..만 막차이고 애오개역까지만 갑니다. 딱 2정거장만 더 가는 셈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일단 탑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집 방향으로 이동하자는 심산으로요.
왜 검색해서 미리 교통편 등을 알아보지 않냐고요? 문제는 이렇습니다. 아직 한국 핸드폰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맵이나 T맵 등을 이용해 집까지 가는 교통수단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왜 안 바꾸냐구요? 바꾸려 했죠. 허나 유심칩을 바꿔 껴야 하는데 아이폰 유심칩을 뺄 뾰족한 무언가가 없습니다. 볼펜 심 정도의 뾰족함은 턱도 없습니다. 공항에서는 버스를 빨리 타려 서두르다 보니 안내센터 등을 들를 겨를이 없었습니다. 지하철역에서는 역무원분께 부탁했지만 그런 것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다. 편의점에서도 그러한 것은 없네요. 옷핀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일시정지를 풀어야 하는데 전화를 걸 수도 없고요.
12시 50분쯤 애오개역에 도착했습니다.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하루 여정이 모두 끝났으니 다 내리랍니다. 일단 지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런..! 애오개역 근처에는 편의점도 없네요. 머 이젠 어쩔 수 없다, 택시 타자했지만 택시조차도 그 시간에 그 근처에는 없습니다. 핸드폰으로 카카오 택시도 부를 수 없습니다.
저 멀리 버스가 오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동네가 아닌지라 어디인지 잘 모르겠지만, 방향으로는 서대문쪽으로 가는 것 같으니 서대문에 가서 택시 타자 생각했죠. 버스에 올랐습니다.
새벽 1시쯤 서대문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야 마음이 좀 편안해집니다. 서대문부터는 지리가 조금은 훤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일단 아는 지역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나요?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도 강남에서 만나면 집에 갈 생각에 조금은 불편했습니다. 강북에서 만나면 어디든 마음이 편했지요. 종로, 신촌, 안암, 대학로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연신내, 불광동이면 더욱 좋고요.
그런데 이 시간에 여전히 고양시 집에 가는 버스가 다니고 있습니다. 택시 탈 필요도 없네요. 1시 10분경 도착한답니다. 버스가 왔습니다. 탔습니다.
인터넷이 안 되는지라 습관성 핸드폰 조작도 할 수 없네요. 잠이라도 잘까 싶은데 잠은 안 옵니다. 창밖 풍경을 멀뚱히 바라봅니다. 독립문, 홍제, 녹번, 불광, 연신내, 박석고개, 구파발, 동산동, 삼송역.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새벽 2시경 드디어 집 문을 여네요.
이럴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깨어 있으시네요. 마루에서 잠드시고는 좀전에 깼다고 하는데 아들내미 온다는 소식에 자다 깨다 하신 듯요. 이렇게 어머니와의 6박7일간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지지고 볶을 터이지만 지지고 볶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만에 돌아가기 전날 이 글을 쓰고 있는지라 당시 심정은 저러했지만 지지고 볶아 또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루 남은 오늘 그 후회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