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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안삼림공원을 1시간 뛰었습니다.

[대만 소소한 일상] 타이베이 도심공원 10k 달리기

by KHGXING

금요일 퇴근 시간입니다. 아직 일이 남아 있지만 부리나케 러닝복으로 갈아입습니다.


32층 사무실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가득합니다. 3월이지만 아직 대만 사람들은 얇지 않은 외투를 걸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내내 비도 오다 보니 기온이 높지는 않네요.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 있는 제가 신기한 모양입니다. 제가 봐도 신기하네요. 사무실에서 퇴근하는 복장이 반바지에 반팔이라뇨.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해외에서 일하다 보니 본사 직원들이나 친구들, 지인들이 간혹 여행을 옵니다. 이번엔 타이베이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의 친한 회사 동기가 여행을 왔습니다. 타이베이하면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미식을 맛보는 여행이 일반적이죠. 이 친구는 이러한 일반 여행 공식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소위 운동 여행이네요.


타이베이의 시설 좋은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자전거 타러 왔습니다. 자전거를 워낙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가격이 웬만한 승용차와 맞먹는 자전거를 타더라고요. 거의 매일 탄다고 합니다. 근력 운동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근육이 남다릅니다.


도착한 날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러차오(熱炒)라는 식당입니다. 러차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이러한 식당을 통칭하는 일반명사입니다. 글쎄요 우리나라로 치면 어느 곳이라 할 수 있을까요. 치맥집 분위기인데 안주는 다양한 요리가 나온다면 될 것 같아요. 부담 없이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가볍게 맥주에 안주를 먹는 곳입니다.


기분 좋게 한잔 하면서 다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인지라 자연스레 각종 운동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자전거 이야기며 러닝, 테니스 등등 이어졌죠. 그러다 동했습니다. 이날이 목요일이었는데 다음날 금요일 저녁 퇴근 후에 근처 공원을 뛰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한 주 마무리를 뿌듯하게 해드릴게요!“ 다들 호기롭게 ‘콜’을 외쳤고요. 이래서 금요일 퇴근 길 복장이 러닝 복장이었던 겁니다.


회사에서 지하철로 3개 역 떨어져 있는 다안삼림공원(大安森林公園)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다안삼림공원은 타이베이의 대표 도심 공원입니다. 면적이 26만 평방미터 정도 되는데 서울숲의 1/4 정도, 양재천 공원과는 비슷한 크기일 것 같습니다. 위치와 수목이 울창해서 ‘타이베이의 센트럴파크’, ‘타이베이의 허파’ 등으로 일컬어집니다.


다안삼림공원(타이베이시정부 사진).jpg 다안삼림공원 전경(출처: 타이베이시)


직사각형 모양의 공원인데 그 둘레를 한 바퀴 돌면 2km 약간 넘습니다. 공원 11번 입구에서 출발했습니다. 평소 평일에는 5k, 주말에는 10k 정도 달리는지라 이날은 그 중간으로 해서 8k 달릴 요량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공원 주변으로 달리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모여 함께 달리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달리기 좋은 환경인지라 공원 주변에는 러닝 스포츠 센터도 있습니다. 그들의 달리는 코스가 바로 이 공원입니다.


이 친구가 제 달리는 속도를 맞춰줍니다. 다만 처음에는 그 속도를 모르니 1k당 5분 30초로 달리네요. 제 평소 속도보다 빠릅니다. 저는 6분에서 6분 30초 정도로 천천히 달립니다. 처음 2k를 그렇게 달리다 보니 다소 숨이 가쁘네요. 심박수가 170을 넘어 최대심박수를 초과했습니다. 심박수를 160대로 떨어뜨리려 1k당 6분 정도로 속도를 낮췄습니다. 다행입니다.


처음 한 바퀴를 돌고 두 번째 바퀴로 들어섰습니다. 3k가 시작된 것이죠. 제가 평소에 달리던 장소가 아니다 보니 첫 번째 바퀴는 낯설었지만 두 번째 바퀴가 되니 그래도 한번 뛰어봤다고 주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다안공원은 삼림공원답네요. 나무가 아름드리기도 하고 청솔무도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이 친구는 운동에 진심인지라 아는 것도 많습니다. 달리며 이것저것 조언을 구해봅니다. 실은 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리다 보면 아랫배부터 낭심 있는 곳, 허벅지 안쪽이 불편합니다. 불편 정도는 점점 심해지고요. 정형외과, 비뇨기과도 한국과 대만에서 가봤고 엑스레이, MRI도 찍어봤습니다. 특별한 이상은 없다네요. 이상이 없다니 좋긴 한데 답답합니다. 아픈 통증은 점차 더 심해져서요. 그래서 이전에는 일주일에 6일 내외 달렸다면 지금은 3번 내외로 줄였고 그마저 지난 일주일간은 쉬었습니다.


이 친구도 의사가 아닐진대, 스포츠 재활 트레이너가 아닐진대 어떻게 정확히 알겠습니까만 일종의 하소연을 했네요. 아무튼 무릎보호대와 러닝화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충격이 계속 가해지는 것은 일단 막아보자는 심산이지요.


이렇게 이런 저런 얘기하다보니 벌써 세 번째 바퀴로 들어섰습니다. 당초 크게 세 바퀴, 공원 안쪽으로 한 바퀴 이렇게 네 바퀴 해서 8k 뛰려 했는데 5k가 넘어서면서 오히려 달리기가 편해집니다. 오늘 유난히 ‘러너스 하이’가 확연히 느껴지네요. 러너스 하이란 달리다 보면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힘들지 않고 오히려 편안해지고 더 많이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 친구가 자극합니다. 8k가 아니라 10k 채우면 어떠냐고. 기분 좋은 자극입니다. 그냥 내달리기로 했습니다. 8k부터 약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몸이 가볍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네 번째 바퀴에 들어서자 7k를 넘어섭니다. 그렇게 해서 4바퀴 하고도 반 바퀴를 다 돌자 10k를 채웠습니다. 시간으로 보니 1시간 조금 더 뛰었네요.


전 달리기는 항상 혼자 합니다. 가끔 아이와 함께 달리기도 하지만 보통 혼자 달립니다. 제 아이는 저보다 더 빨리 뛰기에 속도가 맞지 않습니다. 제대로 누군가와 함께 뛰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폭을 맞춰주는 누군가와 함께 달리기 나쁘지 않네요. 아니 좋네요. 한국 돌아가서 간혹 함께 달리기로 약속합니다.


금요일 저녁 달리기를 마무리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중, 비 홀딱 맞았지만 한주 제대로 마무리했다는 기분 또한 홀딱 입니다.


다안삼림공원 지하철역.jpg
비오는 다안삼림공원 러닝코스.jpg
(좌) 다안삼림공원 지하철역 입구/ (우) 비오는 다안삼림공원 러닝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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