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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선동자 Feb 15. 2020

백일잔치, 돌잔치 꼭 해야 할까?

잔치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옛날에야 아이가 정말 귀했고, 아이가 죽는 경우도 많았으니, 100일 동안 무사히 살았으니 복 받았다, 1년 동안 무사히 살았으니 복 받았다 하고 의미부여를 하고 싶었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상황까지는 아니지 않나? 뭐 그때까지 무사히 살았으니 다행이다, 앞으로도 무사히 잘 살자 하고 복을 빌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현대의 돌잔치, 백일잔치는 복을 비는 의미인지, 아니면 밥 먹고 돈거래하는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아기를 위한 잔치인지, 어른들을 위한 잔치 인지도 잘 모르겠다.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남은 한국의 결혼식 문화처럼 백일잔치, 돌잔치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백일잔치, 돌잔치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아기가 어른들의 잔치를 위한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다. 백일, 돌 때의 아기는 아직 부모와의 애착관계도 충분히 다지지 못한 존재다. 아직 낯선 사람의 관심에 부담을 느끼고, 엄마아빠 바라기일 때다. 부모와의 교감을 충분히 나누기도 모자랄 판에, 많은 인파가 모이고 소란스러운 장소에서 아기는 부모가 자기에게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상황에서 불안해하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받는 관심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불어 아기 사진 조금 더 멋지게 찍겠다고 어른들도 눈 아픈 플래쉬를 팡팡 터트리고, 무대 음향에 예민한 나도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 커다란 마이크 소리를 아이를 중심으로 둔 무대에서 낸다. 잔치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아기가 귀엽다고 말을 걸고 만지는 등 아기를 한 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리고 돌잔치에서는 어릴 때부터 아이의 성 역할을 가르는 돌잡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인간이 성장하면서 자유롭게 사고하지 못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는 경직된 사고를 갖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불필요한 성 고정관념을 주입하는 것이다. 돌잡이를 통해 아기들이 성장하면서 자기가 여자로서, 남자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한계를 정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게끔 일조한다.


아기의 행복을 빌고 아기가 가장 행복해야 할 백일잔치 돌잔치에서 아기가 가장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니, 이건 완전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닐까? 이럴 바에 차라리 백일잔치 돌잔치를 하지 않고 100일, 돌 날에도 평소처럼 부모와 화목한 가정 안에서 까르르 까꿍 하며 교감을 나누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굳이 돌잔치 백일잔치를 해야 된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돌잔치에서 주인공이어야 할 사람은 아기와 부모다. 돌잔치 준비한다고 부모가 스트레스받거나, 부모가 바빠서 아기한테 신경을 못 쓰는 상황이라면 그건 안 하느니만 못할 테니, 부모는 아기에게 집중하고, 순수하게 돌잔치 백일잔치를 축하해 주고 싶은 소수의 사람들만 함께 나눠 먹을 음식과 선물을 가지고 집을 방문하고 소소하게 축하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다. 사실 백일잔치 돌잔치 때에는 부모가 축하받고 대접을 받아야 하는 날이지, 부모가 손님 대접을 하는 날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아기가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진심으로 자기를 보러 와 준 사람들에게 축복받는 자리라면, 아기도 부모도 손님들도 서로 윈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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