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거짓말은 생존본능과도 같다.
거짓말이 좋은 거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최소한 이것만큼은 하지 마라 하고 당부하는 것 중에 하나가 거짓말일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진실을 말해야 더 큰 일을 만들지 않는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아서 당장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어도 나중에 가면 거짓말로 비롯된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거짓말을 하면 다른 사람이 아무도 자기 말을 안 믿어줄 것이다 등등,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당부의 이야기들은 수많은 부모님들 각자의 다양한 버전으로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그렇게 거짓말은 나쁜 것이고 도덕적으로 거짓말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도 적지 않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이 좋은 거라고 가르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텐데 왜 아이들은 거짓말쟁이가 되는 걸까?
근데 정말로 마주하기 불편한 진실은, 아이들은 누구나 거짓말쟁이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그 거짓말쟁이의 씨앗을 키울 수도 있고, 그냥 땅 속에 씨앗으로만 남아있게 할 수도 있다. 사실 아이들은 태어날 땐 누구나 다 솔직하게 태어난다. 왜냐하면 아직 진실과 거짓이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속이는 게 뭔지도 모르고 속일 줄도 모른다. 그렇게 원래부터 솔직한 아이가 어떻게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일까?
아이가 주로 거짓말을 하는 상황은 주로 질책을 당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일 때다. 아이는 무언가가 잘못이나 실수를 했을 때, 부모가 그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네가 그랬지?" 하고 사실 확인을 하려 물어볼 때 거짓말을 한다. 이게 아이들의 거짓말 중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네"라고 대답했을 때의 부모의 태도에 따라 아이가 거짓말쟁이가 되기도 하고 솔직하고 진실된 아이가 되기도 한다. 아이는 당연히 미숙한 존재고,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아이들은 종종 잘못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는 너그러운 마음가짐으로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거야,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 줘" 하고 부드럽게 아이의 잘못에 대해 교정을 해준다면 아이는 자기가 실수를 하더라도, 잘못을 한 걸 부모한테 보이게 됐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의 잘못한 사실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의 사소한 잘못과 실수들도 쥐 잡듯이 질책을 하거나 체벌을 가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자기의 조그마한 실수나 잘못에도 매를 맞거나 벌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순간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거짓말을 할 것이다. 더불어 거짓말을 한 게 발각이 되지 않았을 땐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악의적으로 남을 속이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는 부모가 "너 이거 했지?" 하고 아이의 잘못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질책할 때 고개를 젓는 것부터 거짓말을 시작한다. 도덕적으로, 이성적으로, 남을 속이는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자극을 받는 것은 내 심신의 안위가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거짓말은 잘못된 것이니까, 거짓말을 한 아이만 잘못했다고 생각할 게 아니다. 거짓말이란 어찌 보면 아이에겐 생존본능과 같다. 일제시대와 독재시대에 죄 없는 사람들이 모진 고문에 대한 공포감으로 거짓 진술을 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성인도 공포를 조장하는 분위기에서는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다. 아이한테는 부모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과 부모가 자신을 학대한다는 것은 엄청난 두려움이다. 그 엄청난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자기를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를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운다면 아이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아이의 자존감은 부모가 얼마나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고 너그럽게 대해주느냐에 달려있다. 아이 입장에서 '내가 잘못을 해도 부모님이 내게 위해을 가하지 않고, 내가 올바르게 살 수 있게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구나' 하는 믿음이 있다면 아이들은 자기가 잘못을 한 걸 부모한테 들키는 상황에서도 자기의 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해서 누군가를 속일 경우, 나중에 그 거짓말을 한 걸 들키게 되었을 때, 내게 더욱더 큰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더더욱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아이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존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며 세상에 대해 배워나가는 중이다. 종종 잘못을 할 수도 있고, 실수를 해서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 아이가 악의적으로 비도덕적으로 큰 잘못을 한 게 아니라면, 그런 아이의 존재에 대해 인정하고 아이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너그럽게 훈계를 해주자. 그러면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좋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앞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