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도 관계와 맥락에 따라 달리 발휘된다.
최근 1달 동안 우리 반 아이들과 추억의 줄팽이 놀이를 함께 돌리고 놀았다. 아이들이 이제 제법 실력이 늘어서 어렸을 때 줄팽이로 동네를 평정했던 나랑 대결해도 쉽게 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그렇게 놀다가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기고, 오늘은 그 굳은살이 갈라져서 속살까지 터져서 피가 났다. 피가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딱 봐도 아파 보이는 상처가 났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보여주진 않았지만, 나를 가장 믿고 따르는 2학년 남자아이 W가 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다가와서 세상 슬픈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선생님 안 아파요? 엄청 아파 보이시는데..."
W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 었다. 내게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슬픈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안 아픈지 진심으로 공감해줬다. 정말 감동받아서 눈물이 날 뻔했다. 그렇게 감동받은 나를 웃기게 만들었던 건 오히려 또래 여자아이 J의 웃음......
"낄낄낄 선생님 팽이 돌리다 피났다!"
J를 제외한 다른 여자아이들은 내 상처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남자아이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가? 사실 W는 학교에서 완전 장난꾸러기에 야생마라고 여겨지는 아이다. 체력과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흔히 생각하는 남자아이 중에서도 훨씬 남자아이 같다고 여겨지는 아이다. 그런 아이가 나의 자그마한 손가락 상처를 보고 세상 슬픈 표정으로 날 위로해줬다. 공감능력은 성별에 따라 나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믿고 따르고 정서적인 교감을 많이 나눴느냐에 따라 나뉘는 것 같다. 여자아이들에겐 남자 교사로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여자아이들도 이성의 어른과는 정서적인 거리를 두려고 하기 때문에 정서적 교감을 나눌만한 계기가 흔치 않았다. 그러니 여자아이들은 내 상처를 보고 큰 관심을 안 보이거나 웃으며 반응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