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왼손잡이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한 대안학교에서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눴는데, 몇몇 선생님들이 왼손잡이 아이들을 교정해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거기다가 옛날엔 밥상머리에서 왼손으로 밥 먹으면 밥그릇이 날아왔는데 지금 부모들은 그걸 제지하지 않으니 왼손잡이들이 많아져서 학급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느니, 학급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중에 왼손잡이들이 많다느니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왜 그렇게 여기는가를 알아보니 모든 것이 오른손 위주로 되어있는 세상이고 그렇게 교육과정이 짜여 있는 학교 속에서 왼손을 쓰게 되면 배우는데 안정적이지 못하고 혼란을 겪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가장 단적인 예로 수공예를 하는데 가르치는 선생님이 오른손잡이고 많은 아이들이 오른손잡이다. 근데 왼손잡이인 아이가 선생님의 작업이나 잘하는 아이들의 작업을 모방하려고 하니 방향이 반대다. 그래서 왼손으로 하다가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져서 완성을 하게 되거나, 자기는 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모방을 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서 손의 주 역할과 보조 역할이 상황에 따라 뒤죽박죽이 된다. 그래서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바로 옆에 붙어서 "코바늘은 오른손으로 쥐는 거야" 하며 오른손에 코바늘을 쥐어 준다고 한다.
왼손잡이로 살면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글씨며 가위며 식사며...... 근데 그 불편함을 겪지 않자고 일괄적으로 오른손잡이로 교정해야 한다고 여긴다니...... 왼손잡이 아이들의 배움을 걱정한다면 그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도록 할 게 아니라 왼손잡이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 같은 경우엔 예전에 난타를 가르칠 때 왼손잡이 학생이 있으면 오른손 위주로 되어있는 기존 리듬에서 왼손 위주로 칠 수 있는 대칭된 리듬으로 바꿔서 번갈아가며 연습했다. 왼손잡이인 아이가 자기가 특이한 존재라 여기며 주눅 들고 울며 겨자 먹기로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도록 할 게 아니라 왼손잡이인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자기가 특이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는 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