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선동자 Feb 15. 2020

아동 성교육, 뭣이 중헌디?

대안적인 성교육에 대해 생각해보다.

요즘 들어 아동 성교육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놀다가 옷이 들춰져 속살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질색을 하면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 광경을 본 아이도, 실수로 보여주게 된 아이도 서로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며 부끄러워한다. 마치 지금이 조선시대인 마냥 남녀칠세부동석을 몸소 실천하는 것도 아니고......


성범죄가 매스컴에서 많이 떠돌고, 요즘 성교육도 "너의 몸은 소중하니 너의 몸은 누구한테도 보여주지 말고 가리고 숨겨야 한다"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부모도 아이들도 점점 성에 대해 폐쇄적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가리고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텐데...... 물론 자기 몸에 대해 소중히 생각해야 하고, 상대의 몸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건 당연히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놀다가 자연스럽게 몸이 비춰지는 상황까지 질색을 하며 부끄러워할 정도로 숨기고 가린다고 자기 몸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될까?


성교육은, 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되, 이성의 몸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것은 이성의 몸에 대한 존중과 예의다. 이성의 몸에 대한 존중심과 예의가 없기 때문에 상대의 몸이나 성기가 음란한 존재로 비춰지는 것이고, 나아가 이성의 몸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성기는 음란한 존재가 아니다. 음란함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성기는 생명의 재생산을 위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일 뿐, 음란한 것도 아니고 부끄러워할 것도 아니다. 성기에 음란함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음란한 마음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음란한 마음이 아닌, 상대의 몸에 대한 존중심이 있으면, 상대가 아무리 벌거벗고 있어도, 상대를 내 성욕을 채워 줄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성범죄가 일어나는 경우는, 상대의 몸을 존중하지 않고, 상대의 몸을 나의 성적 호기심이나, 나의 성욕을 채워 줄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상대의 몸을 존중한다면 어찌 함부로 상대의 몸을 내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 이성의 성기를 보거나 보여주는 게 뭐 대수랴? 이성의 성기, 이성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할 수 있는 자세를 키워 주는 게 진정한 성교육이 아닐까? 이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이성을 한 인간으로, 그 모습 그 자체로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성경에서는 에덴동산 이야기가 나온다. 아담과 이브가 태초에 생겨났을 땐 모두 옷을 입지 않았고, 그 벗은 모습 그대로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금기의 열매인 선악과라는 열매를 먹고 나서 부끄러움과 성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어 그 이후부터는 옷을 입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선악과를 먹기 전의 아담과 이브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키워 주는 게 성교육의 궁극적인 방향성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평생을 나체로 사는 민족들도 있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나체로 해수욕을 즐기는 누드비치도 있는데, 그럼 그들이 사는 곳은 성적으로 문란한 곳일까? 오히려 반대다. 그들은 오히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성의 몸과 성기를 봐 왔기 때문에, 궁금할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성적인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채워지고, 더불어 상대의 신체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기 때문에, 오히려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성이 폐쇄적인 국가보다 성적으로 덜 문란한 것이다.


성적인 호기심은 당연한 것이다. 나와 다른 몸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어찌 나쁜 것일까?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고, 보고 싶을 것이다. 그 호기심이 충족되어야 이성의 몸에 대해 알게 되고, 인정하게 되고, 이성의 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 호기심이 충족되지 않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호기심을 충족하려 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그 호기심을 억누르게 되는 것이다. 그냥 몇 번 보면 그 호기심은 사라지고, 집착도 사라지는데...... 단적인 예로 남매 가족은 이성에 대한 환상이나 호기심이 형제나 자매 가족에 비해 덜하고, 이성에 대한 존중심도 더 높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서로의 몸을 보고 자랐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상대에 대해서 알고 겪어 봐야, 상대를 존중할 수 있고, 상대에 대한 불필요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이성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성을 적당히 오픈하고 지내야 이성의 몸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이성에 대한 불필요한 호기심이나 답답함이 없이 서로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다. 그렇게 이성의 몸에 대해서 오픈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몸에 대한 존중과 예의다. 성은 가장 은밀한 영역이니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않도록, 이성의 몸을 보더라도 그 몸을 함부로 만지지 않고, 놀리거나 떠들어대지 않도록, 상대의 몸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런 성교육을 펼치기엔 애로사항이 많다

1. 이미 뿌리 깊은 성 폐쇄성 때문에 자기의 성기를 타인에게 노출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큼

2. 폭력적인 음란물(흔히 말하는 야동) 때문에 청소년기의 남자아이들이 이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

3. 폐쇄된 성 문화에서 갑자기 개방되면 잠시 동안 혼돈의 도가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심

4. 매스컴에 자주 떠도는 성 관련 범죄, 그로 인한 방어적인 성교육

5. 이성의 몸(특히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이나 상품으로 바라보는 대중매체, 미디어의 영향

6. 어릴 때부터 성 역할을 엄격하게 분리하여 키우는 우리나라의 육아 방식


이런 문제들 때문에 앞서 서술한 성교육이 실현되기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엔 무엇보다 여성을 성적 대상과 상품으로 바라보는 음흉한 시선들이 지배적으로 깔려 있다. 그런 음흉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 음흉한 생각을 가지도록 조장하는 매체와 사회 분위기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텐데......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