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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선동자 Mar 09. 2020

아들과 딸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온 걸까?

우리도 모르게, 너무나 다르게 키우고 있었다.

아들과 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다르다는 건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좋아하는 놀이도 다르고, 옷차림도 다르고, 선호하는 색상도 다르고, 하는 행동도 다르고. 그래서 궁금해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어떻게 다른가 자료들을 찾아보면 대표적으로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여자아이는 공감능력이 발달했고, 남자아이는 공간지각력이 발달했다.

-여자아이는 소근육이 빨리 발달하고, 남자아이는 대근육이 빨리 발달한다.

-여자아이는 사람과 관계에 관심이 많고, 남자아이는 행동과 사물에 관심이 많다.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정말 다르긴 다른 것 같다. 근데 그 다름이 어디서부터 온 건지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이 있을까? 누구는 "원래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다른 거다", 누구는 "자라면서 사회로부터 영향받고 학습해서 달라지는 거다" 하고 다른 주장을 한다. 과연 어느 게 맞을까?

남자와 여자가 다른 원인은 본능인가, 사회화의 영향인가를 묻는 건,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질문과 같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연구 결과를 주장하면서 본능이다, 사회화의 영향이다 하고 서로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확실하게 정답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되는 걸까?


남자아이, 여자아이가 다르다는 건 막연히 느끼는데 과연 진짜 뭐가 다른 걸까? 남자아이, 여자아이가 같은 색깔의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머리 길이에 같은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다면 과연 우리가 구별할 수 있을까? 남자아이가 치마를 입고 여자아이가 머리를 짧게 자른 차림으로 있으면 누가 남자아이고 누가 여자아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아마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구별할 때 가장 먼저 구별해내는 기준이 무엇인가? '머리카락이 긴가 짧은가' 이것이다. 근데 머리 길이가 생물학적인 성별의 차이인가? 아니다. 남자아이도 머리 자르지 않으면 길게 자란다. 일제강점기에 단발령이 내려지기 전에는 남자아이들도 모두 머리가 길지 않았는가. '남자아이가 머리가 길면 여성적'이라든가, '남자아이가 머리가 길면 성 정체성의 혼돈이 온다'는 소문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근데 우리가 머리 길이를 마치 생물학적인 성별의 차이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머리 길이 말고도, 생물학적인 성별의 차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성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게 몇 가지 더 있다. 얘가 더 예쁘게 생겼으니 딸일 것이다, 파란색 옷을 입었으니 아들일 것이다, 옷에 레이스가 달렸으니 여자아이일 것이다, 등등. 이렇게 성별에 따른 근본적인 차이도 아닌데, 이런 껍데기와 같은 걸 가지고 성별을 판단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우린 이런 껍데기들을 버려야 한다. 남자아이라고 머리 짧게 깎고 여자아이라고 머리 길러주는 등의 차별대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여자아이는 조신해야 하고, 남자아이는 씩씩해야 한다는 차별적인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tvN 드라마 '하이바이마마'에 출연한 남자 아역 배우 서우진 군 - 출처 tvN

이런 껍데기들을 제외하고 진짜 본질적으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다른 건 뭘까? 사실 2차 성징이 오기 전까지는 성기의 차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목소리나 골격, 피하 지방량 등의 미묘한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2차 성징이 오기 전까지는 성차보다 개인차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빼도 박도 못하는 성별의 근본적인 차이인 성기가 다르다는 것만 인지시켜 주면 되고, 여자아이는 여자 화장실과 여자 목욕탕에, 남자아이는 남자 화장실과 남자 목욕탕에 가도록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2차 성징 전까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딱히 다르게 대하고 다르게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성별에 따른 타고난 본능이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과 대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게 이런 얘기를 했다.

"아들과 딸을 낳아 키우는데 전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아들은 남자 짓을 하고 여자는 여자 짓을 한다. 어린애들일지라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을 진데 성별에 따른 본능적인 차이를 왜 부정하는지 모르겠다."

과연 가르치지 않았을까? 아래에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자라나면서 경험하게 되는 일반적인 환경에 대해 나열해 본다.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두 아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딸인지 아들인지에 따라 다른 기대를 받습니다. 아들이라면 엄마를 든든히 지켜주겠구나, 딸이라면 예쁘게 꾸며줄 수 있겠구나. 두 아이들은 엄마의 배가 만삭이 될 때쯤에 성별에 따라 다른 선물을 받습니다. 곧 태어날 딸아이는 공주라며 분홍빛에 레이스가 달린 아기 옷을 선물로 받고, 곧 태어날 아들아이는 왕자라며 파란색의 심플한 아기 옷을 선물 받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들과 딸은 똑같이 민머리로 태어났지만, 딸아이는 민머리를 드러내면 남자아이로 오해를 받는다고 엄마가 예쁜 장신구가 달린 모자나 머리띠를 씌워줍니다. 그렇게 아이가 태어나고 1년이 지났습니다. 돌잔치를 하는데 돌잡이를 할 때 아들과 딸이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물건을 선택합니다. 시간이 지나 머리카락이 점점 자라 눈 앞을 가리고 땀범벅이 되는데, 딸에게는 머리핀을 꽂아서 앞머리를 정리해주는데 아들에게는 이발소로 데려가서 머리카락을 짧게 깎습니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 장난감을 사러 마트에 가면, 여아 완구 코너에는 분홍빛 가득한 소꿉놀이도구, 인형놀이, 화장놀이 장난감들이 있고, 남아 완구 코너에는 새파란 로봇, 자동차, 총, 칼과 같은 무기 장난감들이 있습니다. TV를 틀어서 만화영화를 보면 남자 캐릭터들은 진취적이고 리드하고 하고 말썽도 부리는 역할로 나오지만, 여자 캐릭터들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고 말과 행동을 조신하게 하는 역할로 나옵니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들려주려고 하니 주인공이 전부 남자입니다. 어린이집에 가니 모두 여자 선생님이 계십니다."


이런 성장과정에서 과연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본능일까? 사회로부터 길들여진 걸까? 나는 사회로부터 길들여진 게 비중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남아와 여아가 본능적으로 다르다고 하는 연구들을 보면 기본 전제부터가 중립적이지 않다. 위에 나열한 부분 말고도 훨씬 더 많은 환경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 차이가 없는 환경에서 연구를 하지 않았다. 이미 엄마 뱃속에서부터 어른들의 기대에 물들여지고, 태어난 이후에도 일상이 전부 성 고정관념에 물들여진 사회를 온몸으로 보고 듣고 겪은 아이를 놓고 실험을 하면 당연히 결과야 뻔하지 않을까?


"난 성별과 무관하게 아이를 키웠는데 왜 아들은 남자 짓을 하고 딸은 여자 짓을 하지? 역시 아들과 딸은 본능적으로 달라" 하고 말하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분들한테 이런 질문을 해봤다.

"아드님이 머리가 얼마나 긴가요?"

대답은 "아주 짧아요. 빡빡이예요". 그래서 이어서 또 질문을 했다.

"그럼 따님도 똑같이 빡빡이인가요?"

이런 질문을 했더니, 그 부모님은 엄청 당황하신 표정을 지으셨다. 그 부모님은 아들과 딸을 다르게 키우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면밀히 살펴보면 다르게 키운 것이다. 여태 완전무결까진 아니더라도 '진짜로 이 가정은 아이에게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게끔 가정환경을 조성해줬구나' 하고 생각되는 가정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여자와 남자의 근본적이고 본능적인 차이는 몽정, 월경, 출산과 같이 생식기 구조의 차이로 인한 것과 성 호르몬 차이로 인해 일어나는 육체적 차이와 생리적 현상밖에 없다. 그 외의 겉으로 보이는 차이들(의상의 차이, 선호하는 색상의 차이, 머리카락 길이의 차이 등)은 전부 사회화된 결과물일 뿐이다. 근데 어떻게 사회화가 되어 그렇게 차이가 생겨나는지는 생각을 깊이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냥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차별하거나 다르게 키우지 말고, 같은 기준을 두고 키우면 된다. 성별을 따지기 이전에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기준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머리가 자라서 불편할 때 남자아이는 자르고 여자아이는 핀 꽂아주는 등 차별대우를 하지 말고 둘 다 머리를 길러주라는 것이다. 여자아이니까 인형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인형 선물을 하거나, 남자아이니까 로봇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로봇 장난감을 선물해줄 게 아니라, 그 아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아이에 대해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그 아이가 진정 좋아하는 선물을 해주라는 것이다. 이렇게 여자아이니까, 남자아이니까 하고 아이를 다르게 대하지 말고, 아이의 개인 특성에 맞추어 대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껍데기에 불과한 사회적 성 고정관념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행동하여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신세대로 자라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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