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선동자 Mar 15. 2020

긴 머리 남자아이가 어색하지 않은 곳

성 고정관념 없는(Gender-free) 교실 만들기 프로젝트

북미 원주민(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전통적으로 남자아이들도 머리를 길러서, 양갈래로 땋고 다닌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는 아이들의 쉼터(교실)엔 머리가 긴 남자아이가 8명이 있다. 그중에 가슴까지 내려올 만큼 머리가 긴 남자아이는 4명이 있다. 그중 두 명의 남자아이는 가끔 양갈래로 머리를 묶고 다니기도 한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놀림받거나 주눅들어 살지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반대로 아주 평화롭고 조화롭게 잘 지내고 있다.

남자아이 긴머리 머리카락 강제로 자르면 아이가 머리를 안자르는 머리긴 장발 머리 자르기 싫어하는

내가 4년동안 쉼터를 성 고정관념 없는 공간으로(gender-free zone?)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일단 나부터 머리를 길렀다. 현재 나는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다. 아이들이 처음엔 "왜 남자가 머리가 길어요?", "여자같아요." 하는 질문들이 많았지만, 나는 웃으며 "남자아이들은 앞으로 3년동안 머리를 자르지 말아보세요. 그럼 선생님처럼 길어질 거예요", "여자같은 남자가 아니라, 머리가 긴 남자에요" 하고 말하며 그냥 내 모습을 꿋꿋이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니 아이들은 머리가 긴 남자인 나의 모습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남자아이들도 호기심이 생겨서 자기도 머리를 길러보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나는 그 아이의 부모님한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시길 부탁드렸고, 우리가 성 고정관념을 통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들을 구속하는가에 대해서 잘 설득해 드렸다.

남자아이 긴머리 머리카락 강제로 자르면 아이가 머리를 안자르는 머리긴 장발 머리 자르기 싫어하는

그렇게 1~2년이 지난 지금은, 머리를 길렀던 남자아이들이 머리가 길어지고, 그 남자아이들이 다양한 머리스타일을 하고 교실을 활보한다. 양갈래머리, 반묶음 머리, 상투머리, 포니테일, 양머리 등등. 남자아이들이 머리를 기르는 과정에서 간혹 놀리는 아이들이 있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여서 이젠 놀렸던 남자아이들이 머리를 기르고 싶어 한다. 더불어 머리가 긴 남자아이들의 사촌동생이나 동네 친구들도 그 아이의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길러볼까?" 하고 용기를 얻어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tvN 드라마 '하이바이마마'에 출연한 남자 아역 배우 서우진 군 - 출처 tvN

남자아이 긴머리 머리카락 강제로 자르면 아이가 머리를 안자르는 머리긴 장발 머리 자르기 싫어하는

남자아이가 머리가 길면 학교 가서 놀림받거나 사람들 눈치를 보며 주눅들어 살 거라는 우려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근데 우려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나름대로 그 안에서 질서를 형성하고 조화롭게 잘 살아간다. 그리고 머리가 긴 남자아이가 존재함으로써, 다른 남자아이한테도 머리를 기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쉼터에 있는 머리가 긴 남자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이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드리고 싶지만...... 아이들 사진을 함부로 올릴 수 없으니 이렇게 글로나마 소식을 전한다.

남자아이 긴머리 머리카락 강제로 자르면 아이가 머리를 안자르는 머리긴 장발 머리 자르기 싫어하는

그리고 이런 변화들이 곳곳에서 일어나서 전국의 모든 남자아이들도 머리를 억지로 잘리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고 또 바란다.


https://brunch.co.kr/@khg129/21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과 딸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온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