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마트폰을 괜히 빌려줬나 봐요
12월 육아 상담 - 초등학생 아들이 게임하다가 100만원을 결제했어요.
어머님(Q) : 초등학생 아들한테 스마트폰을 빌려주고 게임을 하게 했더니 글쎄 이번 달 요금이 100만원이 넘게 찍혀있었어요. 왜 그런가 통신사에 알아봤더니 아들이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서 그렇게 나왔다고 했어요.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신선(A) : 혹시 아들한테 이 건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셨나요?
Q : 그래도 처음부터 아들을 의심할 순 없으니 어제저녁에 통신사에다가 확인을 해봤는데 역시나 아들이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서 나온 요금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아들한테 "통신사에서 확인해봤는데 너 게임 아이템으로 100만원이나 썼더라" 하고 말하고 출근하느라 급해서 긴 얘기는 하지 못하고 출근했어요.
A : 아 그렇다면 아들이 그 얘기 듣고 어떤 반응이었나요?
Q : 깜짝 놀라고 당황하는 기색이었어요. 아마 이번 일은 보통 일이 아니란 걸 눈치채고 있는 거 같아요.
A : 그래도 아들이 어느 정도 양심과 눈치는 있어 보이네요. 그럼 아들도 아마 엄청난 일이 벌어졌고 "큰일 났다... 어쩌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아마 엄마가 집에 들어오시길 두려워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머님이 귀가하시기 전까지 속으로 매를 맞고 있는 느낌일 거예요. 그러니 귀가하시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으시고, 들어가셔서 아들이랑 같이 마주 앉으세요. 이때 감정을 드러내지 마시고 근엄한 표정과 말로 아들의 눈을 정확히 바라보시고, 아이에게 정확히 이번 일이 일어난 배경이랑 사실을 얘기해주세요. 아이가 100만원을 결제한 일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게 되면 그다음 순서는 아이를 위로해 주는 일이에요. 아마 저라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줄 거 같아요.
"너도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당황했지?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근데 이 일로 엄마는 100만원을 더 벌기 위해서 더 힘들게 일해야 되고, 그 100만원을 다시 모으기 위해서 맛있는 거나 갖고 싶은 걸 당분간은 사줄 수 없어. 그러니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 줘", "그리고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너는 게임을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아직 안 된 거야. 그럼 넌 앞으로 어른이 되기 전까지 게임을 할 수 없어"
아이를 혼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일으킨 일에 대해서 책임의식을 가지게 하는 거예요. 자기가 이 일을 일으킴으로써 어떠한 피해가 생기는지 생각해보고, 그 피해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게임 아이템에 대한 유혹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이건 아이의 잘못이라기보단 아이의 심리를 이용하여 게임 아이템을 자기도 모르게 구매하게 만든 게임 제작자와 아이템 마케터들의 잘못이죠. 절제력이 어느 정도 있는 어른들도 게임에 빠지면 게임 아이템에 수백수천을 쓰기도 하는데 애는 어떻겠어요. 게임에는 사람의 심리를 쥐락펴락하는 수많은 유혹이 도사리고 있어요. 아직 절제력이 미숙한 아이가 게임을 하게 된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도록 잠금을 걸어두거나, 게임 아이템을 함부로 결제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를 주거나, 아니면 애초에 아이가 게임을 접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게 사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라 안타깝습니다.
아이가 100만원이 넘는 큰 금액을 결제한 것 때문에 정말 화가 많이 나시고 당황스러우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의도적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아이가 엄청난 비도덕적인 행위를 한 게 아니잖아요. 어찌 보면 아이 입장에서는 사기를 당하고 온 것과 마찬가지예요. 사기를 당하고 온 아이는 아마 스스로 돈을 잃었다는 사실에 본인 스스로도 엄청 힘들 겁니다. 사기를 당하고 온 아이에게 필요한 건 위로와 격려입니다. 근데 큰돈을 잃었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몰라주고 화를 내거나 매를 든다고 하면 아이는 세상으로부터 가중처벌을 받는 느낌이겠죠. 엄마에 대한 원망감을 가질 수도 있고요.
아마 이번 기회에 아들도 자기의 아이템 결제가 얼마나 큰 일을 일으킨 건지 스스로 많이 느낄 거예요. 그러니 충분히 위로해주시고 아들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이야기해주시면 아이도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