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이 뭐냐고 친구가 내게 물어봤다. 음... 나는 지금 내가 나의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만 했지 어떻게 내가 그렇게 살 수 있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보진 않아서 답변을 해주는데 고민이 많이 됐다. 그걸 계기로 나의 인생을 쭉 되돌아봤는데, 내 나름대로의 생각은 이거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는 게 말은 쉬울지 몰라도, 이게 단숨에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그러겠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사람들은 특히 남들 눈치를 정말 많이 본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먼저 생각한다. 사람들한테 욕먹을 거 같으면 아무리 옳은 행동이라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남들에게 돋보이지 않는 게 미덕인 한국 사회에서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건 엄청난 모험이다.
요즘엔 자기 계발이나 자존감을 회복을 목적으로 쓰여진 가벼운 내용의 책들이 많은데, 거기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너하고 싶은 대로 해", "너를 먼저 챙겨"다. 근데 그게 말이 쉽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바로 실행이 되는 게 아니다. 수십 년간 몸에 각인된 남 눈치보기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확 바뀔 수 있을까? 당장 그런 글귀를 봤을 때 위로받고 여태 남 눈치 보며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을 토닥토닥할 순 있어도, 당장 남 눈치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말과 행동을 하는 것보다, 남한테 욕 안 먹고 남들한테 주목받지 않는 방향으로 말과 행동을 하는 게 몸에 익숙하고 더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너하고 싶은 대로 해", "너를 먼저 챙겨" 하고 얘기하는 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말 같다. 나도 남 눈치 엄청 보고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튀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던 사람이었지만, 그 당시에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을 들었을 땐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우직하게 밀어붙일 있었던 계기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를 나눠도 괜찮은 사람들을 찾아다녔던 일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의명분과 비슷한 걸 추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나와 대화를 해도 존중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소일거리를 하면서 나는 조금씩 나의 생각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됐고, 점차 남 눈치 안 보고 내 주장을 당당하게 말하는 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만났던 분들은 사람들한테 욕먹든 안 먹든 신경 쓰지 않고 우직하게 본인의 가치를 추구하시는 분들이었다. 나는 그런 분들을 참고 삼아 배우고 용기를 얻어나갔던 것 같다.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오래 거치면서 나는 자연스레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잘 살게 된 것 같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자기가 자기 인생에 주인공이 되는 비결이 무엇이냐" 하고 묻는다면, 당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해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고, 그들과 함께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서로의 가치를 나누고 존중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연스레 자기의 가치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내공이 생겨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