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70대의 흔한 연애

by 똘맘

필리핀에 있는 외국 노인들은 무엇을 하고 지낼까?

내가 간 학원에는 영국, 캐나다, 미국 태생인 60~70대 할아버지 원어민 선생님이 6명 정도 있었다. 필리핀에서 원어민 강의를 듣는다니, '영어를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게 있구나.. '라며 부러움 반 감사함 반으로 원어민 발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할아버지 선생님들과 재미있게 수업을 했다.

kenny-eliason-y_6rqStQBYQ-unsplash.jpg Photo by Kenny Eliason on Unsplash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에로틱한 감정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주말에는 무엇을 하는지 왜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지 수업 시간 이후의 여가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약간의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 자연스레 그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고 모든 선생님이 20~30대 여자친구 혹은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살 때, 외국을 처음 여행 가서 느꼈던 감정이 있다.
큰 여행사 패키지로 간 태국 여행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스트립바를 데리고 갔었다.
어린 나이에 그곳에서 느낀 감정은 '으~~~윽...'이였다. 할아버지 뻘 되는 남자들이 고등학생 뻘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들을 옆에 앉혀서 있는 모습, 못 볼 것을 본 양 실루엣만 보고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갔다.

흑백논리에 무경험이 만들어낸 괴물 같은 내 어린 시절은 무엇이 맞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만 주장을 하던 멍청이 시절이었기에 70대 할아버지와 손잡고 있는 혹은 더 진한 스킨십을 하는 20대 커플을 처음 보기에 당혹감을 '으~~~윽...'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 너무 많은 불륜 이야기와 막장 시댁 스토리로 얼룩진 한국의 인터넷 미디어를 보며 자란 사람이라 그런지 눈앞에 보이는 광경들이 이해가 안 되었고 내가 피해자라도 된 마냥 화가 났었다.

17년 이후, 나에게 필리핀은 또다시 그렇고 그런 광경을 보여주었는데 그것도 나의 원어민 선생님들의 입에서 자신의 여자친구가 20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다.

freestocks-PwRpcm6hEDY-unsplash.jpg Photo by freestocks on Unsplash

"내 여자친구는 돈을 아주 좋아해. 그래서 학원에서 번 돈을 여자친구한테 다 주고 있어. 26살 이야."

선생님의 이 말에 꽃뱀한테 걸렸다는 확신이 들어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 상처를 받지 않고 꽃뱀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 드릴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했다.

다른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조심스럽게 여자친구에 대해서 물어보니 그 선생님은 30대의 파트너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또한 그 파트너와의 사이에서 낳은 9살짜리 딸이 있다고 했다.
파트너라는 것은 필리핀에서 아주 흔한 사이로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커플들끼리 상대방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었다.

또 다른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그 선생님 또한 11살짜리 딸이 있다며 사진을 보여주고 자랑을 하며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 사랑해요"라고 하며 품 안에 안길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며 제2의 인생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을 했다. 여자의 친척들이 자기의 집에 살고 있고 여자의 부모님께서 아프셔서 모든 병원 비를 자신이 내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뭐지?? 저 사람들이 이상한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


나에게는 꽃뱀으로 가득 찬 낯설게 느껴지는 관계가 그들에게는 한없이 행복한 일상이었다.

"필리핀 어린 여자아이들은 외국인 남자들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이 일을 다른 선생님에게 은연중 물어봤더니, 영국에서 온 선생님이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을 하며 본인이 처음 필리핀을 와서 쇼핑몰을 걸어가는데 17살처럼 보이는 소녀가 자기에게 다가와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필리핀은 외국인 올드맨에게 디즈니 월드 같은 곳이라고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라고 했다. 선생님이 술집에 갔을 때 63살이라고 했더니 필리핀에 왜 벌써 왔냐고 65살이 넘어서 오라고 너무 어리다고 했다며 65살 이후로 연금이 나오는 남자들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때 즈음 필리핀 선생님과의 수업에서 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월급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필리핀 사람들의 일반적인 월급은 2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몇몇 선생님이 낮에는 학원 강사를 하고 저녁에는 콜센터 직원도 하고 있고 또는 한국에 돌아간 학생들과 화상으로 1:1 수업을 한다고 했다.

한국인에게 20만 원의 가치는 한 달 커피값과 비슷한 가치인데 필리핀에서는 한 달 동안 일한 월급이고
이 돈으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눈앞이 깜깜했다. 혹자는 필리핀 물가가 싸니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방문했던 2022년에는 졸리비 햄버거 세트 가격이 205페소로 약 5,000원이고 맥주도 한 캔에 60페소로 1,500원이었으니 물가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럼 미국인 선생님의 연금은 얼마일까??
군인으로 은퇴를 한 선생님에게 실례지만 연금이 어느 정도 나오냐고 질문하니 Child benefit(미국인 63세? 이상이 아이를 낳을 경우 정부에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보조금을 주는 것)을 포함해서 약 700만 원 이상이 나온다고 하여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군인이라 연금이 더 잘 나오는 것이겠지만 20만 원과 700만 원은 차이가 크다.
한국으로 따지면 한국인 한 달 월급이 200만 원인데 월 7,000만 원 버는 남자와 연애를 한다면?? 도덕심이 문제일까? 아니 애초에 나이 든 남자와 연애를 하는 게 왜 도덕심과 연관관계가 있지? 남들 눈치를 보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다는 고정관념도 참 웃긴 생각이다.


그녀는 나의 돈을 사랑해, 나는 그런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돈을 줄 수 있다는 행복함에 일을 하지!


elena-rabkina-_e0yQHjXAcU-unsplash.jpg Photo by Elena Rabkina on Unsplash


돈있는 나이 많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속물일까? 남들에게는 돈만 보고 남자를 만난다고 속물이라고 욕을 하면서 내 딸에게는 돈 있는 남자랑 결혼 하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많은 한국의 엄마들..

나도 그 문화 속에 찌들어 그들의 진짜 사랑위에 살포시 얹혀 있는 돈만 보고 사람을 평가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자신의 돈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제 2의 사랑과 인생을 살아가는 멋진 외국 할아버지들, 돈과 사랑을 쟁취하는 당당한 필리핀 여자들. 20대와 70대의 사랑은 필리핀에서 너무 흔한 러브 스토리다.

dilan-nagi-Vb1sJ4vc__I-unsplash.jpg Photo by Dilan NaGi on Unsplash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필리핀 클락 국제 학교, 사립학교 방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