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업 중
필리핀의 성인 수업 시간에는 대게 책에 나와있는 질문에 문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시간의 질문들은 안 그래도 개똥철학에 빠져 있는 나에게 더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다.
많은 질문 중 가장 강하게 와닿았던 질문 하나를 소개해 본다면,
"What is the most important to divine between like people and dislike people?"
정확한 문장은 기억에 나지 않지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질문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당황스러운 질문을 듣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내가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머지???
사람을 좋아하는 기준은 뭐지??나에게 호의적인 사람들??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럼 상대방이 나를 좋아해야지만 좋아했었다는 말인가?? 그럼 나의 인간관계들은 대부분 수동적인 인간관계로 상대방이 나를 선택하기를 기다렸다는 건가? 어떻게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일방적이 짝사랑은 절대 하지 않았고 가수, 탤런트, 브랜드, 물건조차도 좋아하는 것이 없었다.
그럼 싫어하는 사람은 왜 싫어할까??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면 좋았던 사람도 싫어진다. 인상이나 행동이 좋지 않으면 싫다.
다른 사람이 싫어하면 같이 싫어한다. 외모 만능 주의가 살짝 있어서 잘생기면 좋아하고 못생기면 안 좋아한다. 더러운 사람을 싫어하지만 나도 가끔씩은 더러운 짓을 하고 내 아이는 코파고 똥구멍을 긁고 좀 더 더러운 짓을 하는데 사랑스러워 죽겠다. 난 참 줏대 없는 사람이다.
생각을 좀 더 확장해서 나는 '나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을 좋아하고 해가 되거나 나의 것을 뺏어 가려는 사람을 싫어한다.'라는 결론을 얻었지만 이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이득을 주는지 생각을 해봤는데 딱히 이득을 주지 않았다. 물론 해가 되는 사람은 싫지만 아이를 낳은 후로 내가 먹고 있는 것과 내 시간과 체력을 빼앗아 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느낀다. 자다가 발차기로 맞아도 행복하다.
결국 튜터에게 이런저런 장황한 내 생각을 늘어놓은 후 내 생각의 결론을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나누는 기준을 모르겠어.
심장에서 말해 주는 건가??
기준이 없이 나누는 거 같아!! 너는 어때?
나의 질문에 내 튜터는 웃으며 말했다.
"그걸 왜 나누어야 해? 나는 나한테 머라고 하면 싫었다가 1분 지나면 다시 그 사람이랑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하고 웃고 떠들어! 잠깐 기분은 나쁜데 지나고 나면 기억하지 않아! 꼭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해야 돼??"
튜터의 대답을 듣고 나자, 큰 망치에 머리를 한번 맞은 듯이 멍했다.
'그러게.... 왜 난 사람을 나누고 있었지??' 나는 한번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히 싫어해야 하는 듯이 으르렁대야 한다고 생각하고 배척했던 한심한 사람이었다. 나와 의견이 맞지 않거나 나한테 잠깐 스쳐 지나가는 피해를 주면 나쁜 사람으로 마음속 낙인을 찍어 버렸다. 그것의 가장 큰 손해는 항상 나에게 돌아왔지만, 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는데, 튜터의 한마디가 꽁꽁 언 내 멍청한 고정 관념에 금이 가도록 도와주었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난 아이들에게 TV 노출하는 것을 지양한다.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스스로 생각을 해야 되는 시기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세뇌만 시키는 것에 TV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 프로는 선과 악이 나누어져 있고 왜 선인지 왜 악인지 생각을 해 보지 않고 선이 악을 물리치며 권선징악적인 효과를 준다는 프로그램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현실에서 오는 어처구니없는 문제는 본인은 선이고 본인을 제외한 모든 것은 악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서부터 선과 악이라는 흑백 프레임 속에 우리를 가두어 놓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프레임 속에서 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 아이에게는 적어도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프레임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게 왜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속에 있었지? 흑이 백이 되고 백이 흑이 될 수 있는데....'
"Thank you! You help to improve my thinking again,"
그렇게 길고도 짧은 40분의 수업이 37년을 바꿔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