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영어 Friend with Benefit

필리핀 어학연수 중

by 똘맘

나는 어학연수의 묘미 중 하나가 튜터들과 외부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필리핀 어학원은 항상 튜터들과 친해지는 것을 경계 한다.

돈에 대해 얽히는 경우도 있고 남학생들은 튜터들과 정분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어렸을 때 학원 튜터가 밥을 사준다고 나갔는데 그다음 날 자신의 아버지가 아프다며 돈을 빌려줄 수 있는지 물어봤었다. 그때는 돈이 없던 시절이고 둔 관계는 하지 말자는 주의라 빌려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했었다.
그 후 수업은 뻘쭘 그 자체였다. 물론 모든 선생님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하지는 않지만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려는지 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선생님과의 사적인 만남을 지양할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어학연수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튜터들과의 술자리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라 사적인 만남을 하고 싶어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감사하게도 옆방에 친정 엄마와 함께 온 언니가 기숙사에 함께 사는 튜터들과 술을 즐기는 관계로 가끔씩 합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다.

어느 날 저녁 7시, 입이 심심하고 먼가 먹을 것이 땡기지 않느냐는 언니의 한마디에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리에 지나가던 선생님이 추가 추가되어 필리핀 튜터 3명과 함께 각자 방에 있던 750ML 한 병에 200페소짜리 EMPERADOR 들을 마시기 시작했다.


fred-moon-0yqa0rMCsYk-unsplash.jpg Photo by Fred Moon on Unsplash

술술술~ 술이 들어간다~ ♬

술이 들어가면 음담패설이 시작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일인 가보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과 "Have you ever?" 게임을 시작했다. 만약 자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한 잔씩 마시는 게임이었다. 처음에는 강도가 약하게 시작했지만 점점 강해졌고, 출산까지 다 해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람들끼리 야한 질문에 낄낄낄 거리며 20대로 돌아간 것처럼 술 게임을 즐겼다.

그러다 한 튜터가 질문했다.


"Have you ever had a friend with benefit?"


그 질문을 한 튜터는 질문이 끝나자마자 한 잔을 쭉 들이켰다.
'갑자기 술자리에서 철학이 시작되는 거야??' 과연 나는 이익을 위해서 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나??'라고 생각하고 나와 남편은 착한 척을 하느라 그런지 생각이 없이 살아서 그랬는지 친구를 이익 때문에 사귀지는 않는다고 하며 실제로 친구가 많이 있지도 않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언니가 술을 한잔 원샷을 한다.
주위에 선생님들 표정은 Wow!!!라고 하며 놀라면서 '말도 안 돼~!진짜??'라는 표정을 지었다.

sincerely-media-zmngmI_siCg-unsplash (1).jpg Photo by Sincerely Media on Unsplash


응! 나는 사업을 해서 이익을 위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언니의 말에 우리는 끄덕거렸고 필리핀 튜터들은 배꼽 잡고 웃으며 뒹그러졌다.

"그거 섹슈얼한 의미야!! 친구인데 서로의 성적인 이익을 위해서 관계를 갖는다는 말이야!"

언니는 화들짝 놀라며 그런 친구는 없다고 소리치며 다음으로 넘어갔고 그렇게 재미난 술자리를 보내고 아이들이 잘 시간이 되어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bekir-donmez-eofm5R5f9Kw-unsplash.jpg Photo by Bekir Dönmez on Unsplash


그 물음 하나에 나는 3가지 신기함을 느꼈다.

첫째는 자신의 성적인 경험을 말하는 대담함? 아직 어린가? 성숙하지 못한가? 창피하지 않은가? 자랑인가?

라고 생각이 들었고 질문자가 자기가 물어보고 자기가 마시는 특이한 광경이 신기 했다.

둘째는 그런 쉬쉬해야하는 관계에 대해 Benefit 이라는 단어를 조합 했다는 것이다. 유교 사상이 강한 한국에서 자란 여성으로써 그것이 내 이익이라고 생각해 보지 못하였는데 그것을 이익이라고 표현하다니..

셋째로는 처음 한국말로 해석 했을 때 착각했던 '이익으로써 사귀는 친구'에 대해 나는 왜 친구를 사귀는 것을 이익을 위해 사귄다고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 에 대해 놀랐다.


이 중 야한 단어여서가 아닌, 한국식 해석 문장 그대로 왜 나는 이익을 위해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조차 안 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익을 주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와의 관계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만 나는 만약 이익을 주는 사람이라면 빚지는 것 같아서 그 친구와의 관계를 이어가지도 못했고 내게 이익을 주는 친구를 적극적으로 찾지도 않았다. 그저 나에게 먼저 오는 친구를 그 사람이 떠날까 봐 두려워하며 마음도 주지 못한 채 나를 보호하며 인간관계를 했다. 그 결과는 친구가 많지 않다.


니가 원하는 건 뭐니??
인생의 지도를 그려봐.


쳇바퀴를 돌며 살던 인생에서 떨어져 나와 길을 잃은 요즘 할 일이 없는 나에게는 요가와 명상이라는 주제가 주어졌다. 명상을 하는 법에 대해 궁금하여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들어가면 나오는 게 '시각화'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상으로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이 시각화의 설명이다. 말이 쉽지 직접 하면 참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막연한 부자와 로또 1등이었지, 진짜 부자가 된 삶 즉 100억, 1000억이 있는 삶을 상상해 보기란 쉽지 않다.

친구 또한 그러하다. 나에게 이익을 주는 친구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면 옛날 드라마 속에 구준표만 나온다.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조차 생각해 보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익을 주는 친구, 이익을 줄 수 있는 친구....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햐 할까? 술자리에서의 한 단어가 가끔씩 곱씹어 진다.

hannah-rodrigo-mf_3yZnC6ug-unsplash.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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