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2달 가족 어학연수
아빠까지 포함해서 가족 전체가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집이 대한민국의 0.1%이나 될까?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꿈이 정말 쉽게 이루어졌다. 이 짧으면서 긴 여정을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 지인들과의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이야기할 것들이 한가득이었다.
필리핀에서 얼마나 지출했는지, 택시 잘못 타서 놀랬던 이야기, 필리핀 한식당 이야기, 아이들 영어가 어땠는지, 육아관이 다른 엄마들이 얼마나 많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영어 공부를 한국에서 보다 저렴하고 쉽고 확실하게 필리핀에서 어떻게 하는지, 12년 특례, 3년 특례가 있어서 아이들 학교를 쉽게 보낼 수 있다는 것 같은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어서 잔뜩 부푼 마음에 사람들과의 티타임에 참석했다.
내성적인 수다쟁이라, 만나자마자 입꼬리가 씰룩거리면서 간질간질 했다.
한 달 동안 어디 갔다 왔다고 했지??
웃으면서 잘 지냈냐고 인사를 하며 첫 마디를 듣자마자, 내 모든 이야기를 혼자서만 간직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어떻게 지냈냐는 말에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학교 보내고 반복된 생활이었다고 했다.
그 후 아이가 학교에서 있던 트러블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그렇게 2시간을 힘든 아이의 학교생활을 듣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퇴사 후 2년 정도 되었을 때 회사에 다니던 언니가 밥을 먹자고 자리를 마련해서 회사 사람들이랑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 놀랬던 게 나는 회사를 퇴사한 후 2년 동안 많은 경험을 하고 변화가 있었는데 회사 사람들은 2년 전에 했던 이야기와 불만들을 동일하게 계속 말하고 있었다. 팀장 욕, 회사 욕, 각종 불만들이 2년 전과 똑같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년 전을 돌아가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것 같이 2년 전에 들었던 내용과 패턴 그대로 말을 하고 있었다. "팀장 뒷통수라도 한번 때려봐 그렇게 짜증나면" 나의 말에 참 나는 적극적이라며 다음 불만이지만 2년전에 말했던 불만을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NPC (Non-Player Character)
인생을 살고 있나요?
게임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여관을 운영하는 캐릭터를 NPC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RPG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모험을 떠나고 RPG에 의해서 물약도 사고 필요한 갑옷도 사는 패턴으로 진행된다. RPG는 대부분 동일 자리에서 동일한 일을 반복하면서 지낸다. 마치 회사에서 반복적으로 일하는 우리의 인생과 같다.
재미있게 살아보려면 이 NPC의 인생에서 벗어나 살아보는 건 어떨까? 물론 반복적인 일상이 있기에 돈을 벌고 안정적으로 살기는 하지만 일탈이 내 인생 방향을 바꾸기도 하니 많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뼈져리게 느낀다.
나의 두 달은 책을 쓰고도 남을 정도의 이야기로 가득한데, 너의 두 달은 불만과 권태로 가득 찼니??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똑같은 걸 반복하면서
다른 걸 기대하는 건 미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