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과 오사카 여행
글을 쓰기 전에 항상 어떤 방법으로 시작을 할지 고민이 밀려온다.
나의 감정 위주로 쓸지, 서사 위주로 쓸지, 느낀 점 위주로 쓸지, 이것을 교묘하게 복합적으로 하나로 만들고 싶지만 쉽지 않다.
오늘의 제목은 어그로를 끄는 제목으로 시작을 해보려 한다.
아마 오사카 DAY 1과 함께 처음 일본을 자유여행으로 가서 숨이 턱 막혔던 오사카의 첫날을 기록해 본다.
두근두근 한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김해 공항에서 오사카를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린 비행으로 오사카 공항에 도착하니, 첫발을 어디로 내려야 하는지 두려움과 혼돈이 눈앞을 가렸다.
다행히 무선인터넷을 준비해 와서 심장이 꼭꼭 쑤실 정도의 압박감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마 오사카 여행에서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무선 와이파이가 아닐까 싶다. 옛날엔 인터넷과 네비게이션 없이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싶다.
우리 부부가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에 아이들은 내 심장이 쪼그라드는지도 모르고 천하태평하게 뽑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아직 다 다듬어지지 않은 부모라 마음에서 '화'라는 감정이 솟구쳤지만 뽑기 기계를 보며 일본이 피규어가 발달 되어 있다는 것을 뽑기의 퀄리티를 보며 한번 더 감탄하고 이내 평정심을 되찾으려 노력하며 아이들에게 구경을 하고 있으라고 하고 다음 발자국을 어디로 가야 할지 두리번거렸다.
도착한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오사카패스를 바꿀 수 있는 Tourist Information Center(국제공항 제1터미널 빌딩 1층, 국제선 도착 로비)를 방문하여 한국에서 구매한 티켓을 바꾸고 아리마다이코노유 온천에 대해 물어본 후 발권을 하고 기차를 타는 곳으로 무작정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2층으로 이동했다.
한국에서 난카이 라피트를 예약하고 간 덕분에 바로 탈 수 있었고, 아마 예약을 안 했어도 평일이라 탈 수 있었을 것이다. 기차를 어디로 타러 가야 하는지 승무원에게 2번 물어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 에어비엔비 숙소를 잡아 놓은 '난바 역'으로 어려움 없이 한 번에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두 번째 역경은 기차를 내리자마자 다가왔다.
숙소는 어떻게 가야 하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니, 구글 지도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열심히 다운을 받았지만.... 다운로드한 내비게이션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핸드폰에 원래 탑재되어 있던 구글 지도였다.
해외를 나갔을 때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던 이 지도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던 앱이 될지는 여행 전에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아니, 이 쓰임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 앱을 몰랐던 이유는 한국에서 네비는 당연히 T-Map이나 네이버, 카카오만 썼었기에 존재의 유무도 몰랐다.
일본 여행에서 꼭 필요한 앱이 구글 지도가 될 줄이야... 난바 역에서 검색하여 찾은 이 앱 덕분에 걱정 없는 일본 여행이 시작되었다.
난바 역에서 우리가 3박을 할 에어비앤비를 검색하여 어려움 없이 단 몇 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호텔 앞에 있는 에어비앤비였다.)
오사카 도톤보리에 접근성이 굉장히 좋은 곳이었는데 2층이고 방음이 좋지 않아, 첫날밤은 사람들이 술 마시고 주정하는 소리가 들려 잠을 설쳤고 둘째 날은 월드컵 기간이라 일본의 축구 소리에 잠을 설쳤던 곳이다. 하지만 4박에 40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저렴했고 아이를 데리고 걸어서 오사카를 관광하기 굉장히 좋은 위치에 있었다.
짐을 풀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사카 밤거리에 식사를 하러 나갔다.
우리에게 첫 번째 눈에 띈 곳은 아담한 꼬치집이었다.
난 배가 고프면 시야가 참 좁아진다. 주위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왜 이 꼬치집만 보였는지 모르겠다.
아이를 데리고 올만한 곳도 아니었고 가격 또한 저렴하지 않아 고픈 배를 채우긴 역부족인 곳이었다.
들어가자마자 1층에 담배를 피우고 있던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지만 일본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려 아이들 건강 생각을 못 한 채 술집에 아이를 데리고 와서 괜찮겠냐고 하는 것 같이 반 쯤 놀랜 종업원에게 4명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들어왔다.
아이들은 들어가자마자 선술집에서 자릿세 + 술안주로 주는 완두콩 아다마메를 얼만지 생각도 안하고 리필까지 해가며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맛있게 까먹었다. 우리 부부는 오늘 고생 많았다며 얼음 잔에 시원하게 나온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참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먹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는 것이다.
배고픈 아이들은 꼬치가 나오는 대로 자기들이 먹겠다며 사진 찍을 새도 주지 않고 낚아 챘다. 메뉴를 꽤 많이 시킨 것 같았지만 아이들에게 양보하고 결국엔 술로 배를 채우고 아쉬운 저녁 식사를 끝냈다. 금액은 한화로 약 8만 원 정도 썼다.
일본 물가가 사악하다고 들어서 여행경비가 얼마나 들지 모른 채 한 첫 식사라 더 시키지 못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왔다. 점원은 굉장히 친절했고 아이들에게 특히 잘해주었다. 물이 떨어지면 말도 안 해도 물을 채워주었고 아이들에게 웃으며 더듬더듬한 한국말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배를 채우고 나오니, 처음에 안 보이던 오사카 식당의 간판들이 우리를 반겼다.
머피의 법칙에 해당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 항상 배가 부르면 더 맛있는 게 보인다.
오사카의 간판들은 움직이며 화려했고 음식점 앞의 모형들은 먹음직스러웠다.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배가 부르니 하루의 피곤이 몰려온 두 아이들의 짜증 때문에 숙소로 향해야 했다.
허기를 채우고 다음날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가서 1,592엔 원치 장을 봐왔다.
물가가 비싼건가?
일본 물가가 비싸다고 착각을 하며 첫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