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아침은 난바 역에서부터 오사카 주유패스를 받으러 가느라 바쁘다.
6살 둘째의 주유패스를 처음부터 샀었으면 좋았을 것을 생각지도 못하게 추가로 구매하느라 일본인 안내원이 준 Namna Station Map을 들고 30분을 헤맨 끝에 주유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혹시 난바 역에서 주유패스를 바꿀 사람은 4번으로 가야 되는 것을 참고하길 바랍니다.
남편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동안 아이들과 상점 구경 잠깐 하고 베스킨라빈스를 발견한 뒤 먹고 싶다는 성화에 못 이겨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구매했다.
가만히 있어주는 게 고마운 나이 6살, 8살이다.
30분 만에 남편이 돌아왔다. 드디어 표를 바꾸고 지하철을 타고 덴노지 동물원으로 출발!!
일본에서 지하철을 처음 타봐서 걱정했는데, 오사카는 정말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은가 보다.
지하철에 한국어가 쓰여있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지하철역을 나와서 오사카 덴노지 동물원 안내표를 찾아서 일본 맛집골목을 지나 쉽게 동물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점 구경을 좋아해서 동물원 빨리 보고 나와서 상점가를 구경하고 싶었다.
역에서 10분 정도 걸었을까? 동물원에 어렵지 않게 도착했다.
어른은 500엔, 아이는 200엔이라 저렴한 가격에 입장 가능하다. 우리는 오사카 주유패스로 무료입장!
특별한 동물은 없지만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동물원을 오면 좋아하기에 일본 여행에서도 동물원을 스쳐 지나갔다. 서울 대공원 같은 큰 동물원은 아니고 한 두 시간 돌면서 볼 수 있는 중형 동물원이다.
동물원 구경을 끝낸 뒤 고픈 배를 움켜쥐고 신세카이 상점가로 식당을 찾으러 뛰어갔다.
어디를 가야 할지 비슷비슷한 식당들이라 음식 모형을 보고 아이들은 볶음밥을 먹이고 우리는 차차 생각해 보자며 사람들이 제법 있는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우리가 온 곳은 밥집이 아니라 술집이었다. 다들 맥주를 마시고 있어서 우리도 한 잔씩 시키고 일본에서 유명하다고 하던 꼬치 튀김을 시키고 아이들을 주려고 감자튀김 하나와 오므라이스를 하나 시켰다.
간단히 먹은 것 같은데도 총 4,070엔이 나왔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자라를 파는 곳도 구경하며 지나가고
얇은 녹말 종이 같은 것이 녹을 때까지 탱탱볼을 잡는 야바위 게임도 해서 탱탱볼 5개도 득템했다.
(20개 넘게 잡았는데 잡은 대로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렇게 츠덴카쿠 (입장료 800엔, 주유패스 무료)를 눈으로 보며 전망대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들이 엄마를 애타게 찾는 소리가 나서 소리 나는 쪽으로 보니 어느 한 식당 안으로 벌써 들어가 있었다.
아니! 배가 식당 안에 있네!!
식당 이름은 츠리키치라고 한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둘째는 부산에서부터 연마된 줄 낚시 실력으로 쪼르르 들어가서 낚시를 한다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우리 부부는 막무가내인 둘째를 이따가 오자며 달래고 구경만 잠깐 한 뒤 츠텐가쿠로 향했다. 말이 쉽지 30분 동안을 달래고 큰소리치다가 겨우 데리고 나왔다. 아이 말을 들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방금 밥을 먹고 나와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기에 안타깝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가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츠텐가쿠에 도착해서 슬라이드를 타러 올라갔다. 둘째가 키가 작아 슬라이드를 못 타는 관계로 첫째가 두 번 탔다. 슬라이드 위에서 동영상도 찍어 준다. 요금은 1회에 1,000엔이다. 동의서까지 쓰고 올라간다.
슬라이드 타기를 완료하자마자 둘째는 식당에 가야 한다면서 우리를 이끌고 식당 쪽으로 향했다.
점심 먹은 지 두 시간도 채 안 돼서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다시 본 식당은 굉장히 넓었고 바다를 연상시켰다. 울타리 안으로 어종을 나누어 가두어 놨다.
어떤 물고기를 잡을까 고민하면서 한 바퀴를 돌았는데 지금은 배가 부르니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는 것 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가장 저렴한 전갱이를 잡기 시작했다.
팔닥이는 생선 2마리를 잡아 올리자마자 담당 직원이 물고기를 가지고 가면서 어떻게 해주냐고 물어봤다. 한 마리는 회 떠먹고 한 마리는 구워 달라고 했다.
다른 메뉴를 시키려 했더니 번호를 주며 핸드폰 앱으로 시키라고 했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자...
과거의 나에게 실망하기 시작했다. 돈을 아끼려고 했지만 너무 아끼려고 했던 것 같다.
회 6점, 튀김 조금....
그 후 마치 하나와 맛있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를 시켜서 먹었다. 회는 쫄깃쫄깃 너무 맛있어서 한 마리 더 잡고 싶었지만 남편이 말렸다. 우리는 소비에 너그럽지 않다.
둘째는 생선구이 몇 점을 먹고 난 뒤 가게 안을 이리저리 구경했다.
회사가 끝난 뒤 온 것 같은 술이 조금 취한 일본인 아저씨들이 둘째를 안고 낚시도 해주고 (나는 저 물고기가 잡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잡히지 않았다.) 친절하게 헤어질 때 인사도 해주었다. 속 안의 작은 배에서 식사를 하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아쉽게 밖에서 식사했다. 분위기 참 좋았다.
총 3,600엔이라는 금액을 쓰고 어둑어둑 해지는 저녁거리로 나왔다.
진짜 후회된다... 더 먹을걸...
여행을 가면 아까워서 못 쓰고 못 먹고 돌아오는데 여행이 끝난 후 후회를 한다. 그릇이 커지려면 아직도 멀었나 보다.
과자를 잡는 챌린지인데, 내가 잡은 만큼 과자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인데 이 또한 하지 않아서 후회된다. 아이들에게 기념으로 한 번씩 시켜도 5천 원인데..... 항상 돈을 아끼는 마음이 추억을 사는 마음을 이긴다.
서둘러 오사카 주유패스에서 갈 수 있다고 하는 온천으로 향했다. 천연온천 나니와노유가 우리가 위치 한곳에서 가까워 지하철을 타고 후다닥 갔다.
건물 1층에 들어가니 담배 냄새 자욱한 파칭코장이 나왔다. 호기심이 많아 들어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살며시 안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온천으로 향했다.
아쉽지만 온천에서의 사진이나 맛있게 마신 우유의 사진은 남아 있지 않고 가격표 사진만 하나 달랑 있다.
여행이 끝난 후 항상 다음엔 잘 찍어야지 하면서 지켜지지 않는 게 사진 찍기다.
만약 이곳을 간다면 수건은 꼭 챙겨가길 바란다. 구매하는 수건은 정말 얇고 냄새가 난다. 하지만 기념품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돌아올 때는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버스로 한 번에 숙소까지 돌아왔다. 혹시나 탈 수 있을까 해서 돈보리 리버크루즈를 가봤는데 역시나 마감이었다. 아침에 일찍 예매를 하러 가야 하나보다.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마지막 오사카의 저녁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저녁은 집 앞에서 카레를 먹고 싶었는데 문을 닫아 라멘집에서 먹었다.
마제 소바와 치킨라멘을 시키고 아이들을 위해 날계란 밥을 시켰다. 늦은 시간에 먹어서 그런가? 온천욕 후 먹어서 그런가? 남편이 말하길 오사카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오사카의 마지막 밤은 라멘과 함께 아쉽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