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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처럼...

by 똘맘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일본이 어땠냐는 말에 일본 사람들이 친절해서 감명받았다고 하니 우리 시어머니는 반사 신경처럼 "일본 애들은 겉과 속이 다르잖아, 겉으로는 친절한데 속으로는 아니래잖니~"라고 말씀하셨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된 오사카 셋째 날로 가보면, 우리 가족은 가이유칸(해유관)을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탔다. 우리 숙소인 난바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를 발견해서 일본 시내 구경도 할 겸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구글 어플을 꺼내 어떻게 가야 하는지 검색을 했다.
도보 7분 > 60번 버스 > 도보 4분 총 46분 정도 걸리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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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내가 어디쯤 있는지 표시도 된다.


60번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갔을 때, 일본 할아버지를 만났다.

서로 말이 안 통하는데도 아이들과 웃으며 인사를 시도하시고 비글 남매가 노는 모습을 웃으며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본인의 버스가 왔을 때 마치 알고 지내던 손자 손녀에게 인사를 하는 것처럼 인사를 건네시고 버스에 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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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약 일본 아이들이 버스를 타려고 기다린다면, 이 아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흔하게 있을까? 아이들이 잠시나마 일본 사람과의 시간을 체험한 것 같아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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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주유패스 쿠폰을 가지고 버스에 올랐기에 버스 비용은 무료였다. (7세 이하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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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많이 타는지 버스 전광판에 한국어로 다음 역까지 설명이 나와서 걱정 없이 가이유칸을 향해 갈 수 있었다.


일본 시내 풍경은 평화롭고 버스 안은 평일 늦은 오전이라 그런지 한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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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잠깐 타고 내리고를 반복할 때쯤,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어디서 기다렸었는지 다른 기사 한 명이 할아버지를 도와주려고 발판으로 인도와 버스를 연결했고 버스는 인도 쪽으로 한쪽 바퀴에 바람이 빠진 것처럼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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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노인과 동승자가 타고 내리는 정류장에서 운전기사 아저씨는 빠른 움직임으로 버스를 기울이고 발판을 연결하고 휠체어를 밀어 할아버지가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약 5분 이상이 소요되었고 버스 안에 누구도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버스기사님의 얼굴은 땀 범벅이 되었지만 표정은 웃고 있었고 안내방송을 간단히 한 다음 출발했다.

한국 버스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을 본 적이 있나??







지하철은 간 혹 본 적이 있는데 버스를 타고 오고 가는 사람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유모차도 접어서 타야 한다. 이런 친절이 가능한 사회라는 게 신기했다. 이런 게 선진국은 다르구나 생각이 들었다.
항상 해외여행을 갈 때는 저렴한 금액으로 좋은 대접을 받고 싶어서 후진국으로 갔기에 배울 것이 없고 즐기고만 왔는데 일본에 오니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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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포잔 하버 빌리지는 도착하니 원래 계획이던 가이유칸 말고도 산타마리아 유람선, 레고랜드, 텐보잔 관람차등 그곳에서 가까운 관광지들을 소개하는 지도가 보였다.


가장 먼저 원래 계획인 가이유칸으로 출발했다. 둘째 표는 600엔을 주고 구매했다.
입장을 기다리며 산타마리아호를 예약하려 했는데 휴무일이라 탈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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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너머로 일본 아이들의 가방과 도시락 가방이 보이는데 학교에서 소풍을 온 것 같았다. 바닥에 길게 가방 줄을 세워놓아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나올 때 보니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11월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 아이들을 밖에서 그것도 맨바닥에서 밥을 먹이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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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저 좁은 공간에서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걸까?

갇혀있는 동물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다. 저들은 행복할까? 불행할까? 행복과 불행을 느끼지 못할까?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길을 따라 펼쳐졌고 관람객들은 환호를 하며 몽환적인 아쿠아리움 길을 헤엄치듯 걸어갔다.
아이들은 고래상어를 보고 가장 좋아했고 나는 개복치가 가장 신기했다.

수족관 구경이 끝난 뒤, 덴보잔 마켓 플레이스로 이동하였다.
옛날 거리처럼 음식점이 펼쳐졌고 그중 텐동을 파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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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동 2개와 사진에는 없는 규동 하나와 사이드 생계란 밥 하나를 시켰다.

총 금액은 부담 없는 가격 3,360엔이 나왔다.

다 먹은 후 위층에 있는 레고랜드로 향했다. 평일이라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는 3명은 무료지만 둘째 아이의 표를 사야 해서 2,300엔이라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오사카까지 왔는데~ 레고랜드 가봐야지!"
라고 외치며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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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놀이 기구 하나, 총 쏘는 놀이 기구 하나, 4D 영화관, 레고 전시관, 이외에는 키즈카페와 비슷했다. 가격이 비싼듯하지만 한국에서 키즈카페도 2시간에 2만 원 정도인 곳도 많으니 시간제한 없이 이 가격에 놀이 기구까지 탈 수 있다는 건 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이 없어 4D 영화 상영하는 것을 다 보고 총 쏘는 놀이 기구 10번, 날아가는 놀이 기구 10번을 탔다. 탑승을 도와주는 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영어로 말도 걸어주고 한번 타고 후다닥 뛰어가서 다시 타는 우리 아이들에게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 말로 칭찬을 해주면서 하이파이브도 연발하며 흥을 넘치게 만들어주면서 참 친절했다.

레고랜드에서의 2시간을 마치고 데포잔 관람차를 타고 싶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예정에 없는 관람차를 우리는 오사카 주유패스 덕분에 무료이고 둘째 아이 800엔을 더 내고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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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 바닥이 투명인 관람차를 바로 타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연발하며 찍었다.


고단한 일정을 마치고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인 어제 갔던 라이프 난바 슈퍼마켓에 들려서 장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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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빛깔이 어쩜 이리도 고운데 저렴한지...


다음날 아침과 다음날 저녁에 먹을 것까지 장 본다는 생각으로 하나 가득 장을 보고 왔다.

한우 1++보다 더 이쁘고 입에서 살살 녹는 소고기를 사고, 술까지 샀는데 가격이 9,711엔 밖에 안 나왔다. 소고기는 양도 많아서 2끼를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남편과 식탁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조근조근 말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처음 말이 시작된 것은 오사카 주유 패스였다.
7살 아이의 오사카 주유패스를 2일에 23,900원이면 될 것을 사지 않아서 하루에 나간 돈이
가이유칸 600엔 / 레고랜드 2,300엔 / 데포잔 관람차 800엔을 더 내서 총 3,700엔을 지출한 게 아쉬웠다. 일본 첫 방문이기에 잘 모르고 아이꺼를 안 사도 된다는 말만 듣고 좋아했던게 후회되지만 어쩌겠나, 다음날 갈 곳을 생각하고 주유패스를 구매할지 말지 생각했고 혹시 모르니 날이 밝으면 오사카 주유 패스를 둘째용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또 다음은 일본인들의 친절함, 버스기사 아저씨의 친절함에 대해 칭찬을 했다. 말하는 도중 남편도 어머니처럼 "일본인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잖아"라고 말했다.


그럼 한국인들도 일본인같이 겉과 속이 다르게
겉으로 만이라도 친절하면 좋겠다.


버스 운전사의 땀이 흥건한 얼굴과 미소를 같이 보았으면서 겉과 속의 다름에 대해 말하는 남편이 이상하게 보였다. 한국인은 친절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친절함에 대해 나쁘게만 평가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한국인은 일본인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시작하지?


색안경 때문에 그 너머에 있는 교훈들을 배울 수가 없으면 이것은 우리의 손해가 아닐까?

우리도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처럼 겉으로 만이라도 서로 친절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tom-parsons-pVmjvK44Dao-unsplash.jpg Unsplash의Tom Par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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