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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Apr 10. 2023

캐나다 관광 비자로 가서 취업 비자로 바꾸기?


우린 1년 동안 일도 안 하고 비자만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대책 없는 가족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처음에는 남편 영어 성적 때문에 IELTS 학원을 가야 했고,
2달 공부하고 나오지 않는 성적 때문에 필리핀 2달을 다녀왔고, 
IELTS 성적이 인정되니 첫 번째 사업주가 캔슬을 했고,
집을 빼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한 달 살기를 하다가 
광고가 끝난 업체라고 빨리 진행이 될 거라며 두 번째 사업주를 만나서 2달 후 캐나다를 예상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2달 후 상황을 물어보니 광고 끝나고 이제 JAL을 접수했다고 하니...
광고가 끝난지 알았었는데 안 했던 업체라고 하는데 어찌할 것인가?
소리 지르고 악을 쓴다고 안되는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묵묵히 기다렸다.

Unsplash의Thomas Bormans

그렇게 11개월이 흘렀는데, 또 취소를 한다니....


관광 비자로라도 오라는 말이 감사한 지경까지 와버렸다.

이주 공사에게 지난밤에 있던 일을 말하니 그럼 관광으로 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필요 서류는 우편으로 캐나다까지 부쳐줄 테니 서울 사무소에 보내고,
밥 솥, 전기장판 챙기지 말고, 대부분의 짐은 캐나다에 미리 보내고 스키 관광을 가는 것처럼 간단히 짐을 챙기라고 했다.  

한국인 검사관이 있으니 속일 수 없으니 이주 공사와 주고받았던 메일 지우고, 카톡도 다 지우고, 의심이 될만한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지우라고 했다. 

그래서 캐나다 관련하여 카페에 쓴 글까지 모조리 지웠다. 

왕복 항공권을 무조건 끊어야 했기에 오는 편은 취소될 수 있도록 비싼 항공권을 끊었다.
밴쿠버에서 리자이나 가는 항공권도 에어캐나다로 발권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일주일 만에 후다닥 준비해서 출국 날짜 전에 지인들에게 인사를 다니러 스케줄을 짜고 거제도를 떠나서 한 집 한 집 인사를 했다. 

하지만 굳은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관광으로 가는 게 맞는 건가?
이래도 되나?


출국 3일 전, 친구네 집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새벽에 잠이 안 왔다.


이게 말이 되나? 밴쿠버에 스키 여행을 가서 3달 만에 시골에서 취업 비자를 받는다고?
20대의 젊은이 혼자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온 가족이 스키 여행을 갔다가 캐나다가 너무 좋아서
갑자기 취업 비자를 받고 눌러 앉는다고? 

한국으로 예를 들면, 서울 여행을 왔다가 강원도 정선에서 정선이 좋다고 그곳에서 일하면서 최저 시급 받고 살겠다고 비자를 달라는 격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이민국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우리 가족이 해야 하는 것이 플레그폴이다.
비자 변경을 위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갔다가 워킹비자로 재 입국하는 것.
인터넷으로 플레그폴을 검색해 봤는데, 거절도 종종 있는 것 같다. 

만약 추방이 된다면, 우리 가족은 평생 캐나다에 입국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렇다 쳐도 아이들의 미래의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행동이다. 

Unsplash의Kenny Eliason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뭐가 잘 못 된 걸까?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를 나열해 봤다. 

1. 관광 비자로 간다.
2. 아예 이민을 취소한다.
3. 4개월을 더 기다려서 다른 곳을 알아본다.

누가 봐도 가장 정상적인 것은 3번이다.
그럼 왜 우린 비정상적인 1번으로 가고 있는 건가?

아마 너무 지쳤었나 보다.
이민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장 지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었다.
걱정을 해주는 것은 알지만 전화할 때마다 우리가 사기라도 당하고 있는 것처럼 큰 걱정을 하는 시어머니, 아직도 안 갔냐며 웃으며 장난으로 툭 던지는 지인들... 
두 번째는 수입은 없고 지출이 많으니 금전적인 문제도 컸다.
특히 에어비앤비같이 집을 빌려서 사는 비용이 컸다. 
마지막으로 계획대로 안되는 스케줄을 기다리는 것이 지쳤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 인생에서 처음이라 1년이 접어드니 지치고 지쳤다. 

머릿속에 많은 것들이 새로 정리가 되고 캐나다의 고용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Unsplash의Gilles Lambert

" 저희 남편 정말 일 잘하는데요. 10년 동안 요식업 일을 했고 식당도 직접 운영해 봐서 캐나다에서 구하시는 직원보다 나을 거예요. 비자가 나올 때까지 한 달 정도만 더 기다려 주실 수는 없나요? 정확한 신분에 가고 싶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대답은 "기다릴 수 없다."였다. 


"플레그 폴을 하다가 거절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걱정됩니다."
고용주의 조카도 거절이 되었고 주위에 종종 그런 사례를 봤다고 했다.


그럼 저희가 문제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아시면서 오라고 하셨네요?


울컥하는 마음에 서운한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친절하게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게 인터넷으로 신청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다. 

JAL 나오면 인터넷으로 신청을 해서 2~3달 걸려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JAL 기간과 비자 신청 기간 3~4달은 우리는 관광객 신분이다.
아이들은 아빠가 비자 나온 후 또 비자를 신청해야 되어 6~7달이 걸린다.


그럼 저와 저희 아이들은 6~7개월 동안 신분도 없이
학교도 못 가고 집에 있어야 하네요?


사장님과 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래서 취소하자고 했잖아요...."



맞다, 사장님은 우리를 생각해서 취소하자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지, 관광으로 오라고 하지 않으셨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네, 그럼 사장님 말씀대로 취소하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소리를 내어 펑펑 울었다.

우리도 사장님도 이민업체도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다. 
하지만 모두 피해자가 되었다. 

아침에 이민업체에 전화를 했다. 
왜 취소가 되게 했냐며 짜증 섞인 소리를 한다. 
고용주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하니, 대답은 같다. 


우리가 잘 못 되면 책임은
온전히 우리가 지어야 하는 거 맞죠?


"그럼 다시 처음부터 하시던가요."
마지막 던진 그 말에 기분이 믿고 있던 사람에게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확 나빠졌다.  
고용주는 우리가 와서 추방 당하면 다른 직원을 구하면 된다. 이주 공사는 다른 손님을 받으면 된다. 
그럼 우리는?? 이민의 꿈을 접어야 한다. 일단 생각을 좀 더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폭풍이 한바탕 몰아친 후남편이 일어났다. 남편에게 펑펑 울며 자는 동안 일어났던 엄청난 스토리를 말해 주었다. 


"잘 했어. 잘 했어.
마음이 가는 대로 해야지...
4개월 더 기다리면 되지!!"


우는 나에게 다독거리며 해 준 남편의 말에 모든 게 정리됐다. 


순간 남편과 학원을 같이 다니면서 SINP로 캐나다에 먼저 간 학원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사람에게 어떤 이주공사를 이용하고 있는지 물어봤는데, 캐나다 현지에 있는 지인이고 저렴하다고 이야기한 게 생각이 나서, 한국은 새벽, 캐나다는 저녁인 시간에 연락을 했다.
간단히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캐나다 현지에 있는 분을 소개 받았다. 

한국의 이주 공사와 고용주 사이를 연결을 해주는 도매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가려고 했던 지역을 말하니 업체 이름과 사장님까지 줄줄 나왔다. 이 정도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서 계약을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주 공사에 전화를 하여 환불 요청을 했다. 
물론 계약서에는 환불에 대해 못 해준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첫 번째 취소는 이주공사 책임이니 조금이라도 변상해 달라고 했다. 결국 계약금의 50%를 돌려받기로 하고 이주공사와 작별했다.

4개월 더 기다려보자!!

3일 후였던 캐나다 출발은 모두 취소했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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