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P 노미니 승인이 나자마자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항공권을 잡았다.
대한항공으로 밴쿠버 1번 경유하고 가는 항공권을 4인 가족 830만 원에 결제했었는데,,,,
땡처리 항공권만 남았는지 530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2번 경유하고 리자이나 공항에 입국하는 스케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난 한 번도 경유를 해 본 적이 없다.
경유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외국항공기는 워낙 지연도 많다고 하고 워킹비자를 받을 때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비행기를 놓친다는 말도 들어서 약간 긴장을 하며 공항으로 갔다.
캐리어 4개에 자잘한 가방들, 이게 우리 이민 짐 전부다.
더 가지고 갈 수도 있었지만, EMS로 4박스는 미리 붙이고. 처음 이민 취소될 때 보낸 8박스는 처음 사장님이 보관 중이고 두 번째 이민 취소되기 전에 보냈던 4박스는 두 번째 사장님이 우리 카톡을 차단했는지 연락을 받지 않아서 포기했다.
근데, 공항에서 문제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엄청 큰 캐리어들을 보내는 것을 봐서, 나도 큰 캐리어에 짐을 가득 넣었는데, 22킬로가 넘는다고 잡혔다. 개인 당 캐리어 2개씩 허용되니 괜찮지 않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안된다고 한다. 박스를 사서 붙이라고 추천을 해줘서 박스를 파는 쪽으로 갔는데,
아이를 데리고 박스까지 들고 이동하기 쉽지가 않아서 공항에서 캐리어를 구매했다.
22만 원짜리 새로운 캐리어!! 어휴~ 베트남 갔을 때 캐리어 하나 더 샀으면, 아니 어제 쿠*으로 시켰으면 저렴하게 샀을 텐데.... 하지만 오버된 무게를 돈을 내고 간다면 50만 원이라.... 이게 훨씬 저렴하다 생각하고 차라리 한국에서 걸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짐을 다시 정리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6시 40분 도착 예정인데, 5시 40분경 도착 예정이라고 한다!
1시간 일찍 도착한다니!! 걱정이 가득했는데 한시름 놨다.
우리가 타게 될 유나이티드 항공으로!!
목베개도 준다! 준비했는데... 괜히 돈 버린 느낌!! 편하게 미국까지 갈 수 있었다.
기내식은 역시! 비프 OR 치킨?? 우린 둘 다! 아들은 치킨, 나는 비프! 근데 치킨이 좀 더 맛났다.
무료한 아이들을 위한 Travel Kit, 하지만 아이들은 모니터에 집중! 키트 따위는 관심 없는 나이다.
아들이 토마토 주스를 마시고 싶대서 시켰는데, 좀 Salty 하다고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OK 했는데,
이건 좀 Salty 한 게 아니잖아!! 왜 토마토주스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못 마실 맛이다.
맥주도 달라고 했는데, 처음 보는 것을 줘서, "나 맥주 달라고 했는데? 이게 뭐야?"라고 말했더니,
"응! 그게 맥주야!" 하고 쿨하게 지나간다. 자세히 보니 Light Beer라고 쓰여있다.
맛은 그냥 물에 썩은 맥주 맛? 맥주 맛을 잘 모르지만, 약했다.
중간에 샌드위치 한번 간식으로 나온다.
의외로 아이들이 잘 먹었다.
입국 전에 아침 식사! 맥모닝인가요?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미국 입국 GO GO!
우리는 늦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입국 수속하는 곳으로 뛰어갔다.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찍지 말라고 쓰여있어서 혹시나 문제가 조금이라도 생길까 봐,
그만두었다.
입국 심사대 옆에는 왜 인지 모르게 걸린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우리가 심사 받기 전 한국인이 한 명 걸려서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우리 차례를 맞이하였다.
"왜 미국에 왔어?"
"우리 캐나다 갈 거야. 잠깐 Transfer 하는 거야."
"캐나다는 왜 가?"
"일하러."
그때부터 심사관의 눈초리가 달라졌다.
주섬주섬 우리가 챙겼던 서류를 꺼내서 보여주는데,
"이 서류 가지고는 안돼! 비자가 있어야 돼. 비자 어디 있어??"
"우리 비자는 캐나다 입국해서 받는데??"
"아니야. 너네 일로 와봐. 비자 없이는 못 가!"
외국 가는 길이 이리 험난했던 적이 있었나...
분명히 워킹비자는 캐나다를 입국하면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때 생각이 난 것이 A 넘버였다.
사장님이 A 넘버 꼭 알아봐야지 입국할 때 쉽게 올 수 있다고 하여, 캡처까지 해 두었다.
우리 A 넘버 있어!!!
그 순간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일단 기다리라고 하고 다른 심사관에게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 A 넘버 서류를 보고 통과하라고 했다. 식은땀이 주르르.... 십년감수 했다.
알고 보니 다른 동남아 국가는 비자를 받은 후 캐나다에 올 수 있다고 한다.
겨우 끝내고 짐을 찾아서 조금 앞에 있는 United 항공 사 짐 붙이는 곳에 우리 밴쿠버 간다고 몇 번 확인을 받고 짐을 붙이고 나서 비행기 알람이 울려서 보니, 이런 1시간 반 지연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가서 "우리 2시에 연결 편이 있어서 타야 돼! 늦으면 안 돼!"
라고 하니 정말 태연하게, "그래 11시 49분에 도착하잖아~ 걱정 마~"라고 했다.
비자 인터뷰에서 늦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나 같은 손님이 많았는지 본인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주 태연했다. 한데,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 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데, 문제는 배가 고프다. 미국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얼마 안 될 것 같아서 USD도 챙겨 오지 않았었는데... 체크카드로 쓸 수 있을까? 이것저것 고민하고 있는데, 방송이 나왔다. 지연되어서 미안하다고 스낵을 준비했으니 가지고 가라고 한다. 기쁜 마음으로 항공사 창구에 가서 물과 초코바를 가져왔다.
그 후 방송이 나온다. 40분 더 지연이다.
어차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열 내지 말고 포기하는 게 빠르다.
남편과 어젯밤에 우스갯소리로,
항공기 지연되고 못 타고 놓치면
그거 글로 쓰면 되겠다!
말이 씨가 되는데 입이 말썽이다. 설마설마했는데 그래도 1시간 반 만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미국 -> 밴쿠버 가는 길에는 기내식을 기대하면 안 된다. 나는 밥 주는지 알았는데...
캐나다 도착을 하니, 빨리 비자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짐이 아직 안 왔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직원한테 표를 보여주면서 물어봤다.
"나 리자이나 가는데 여기서 짐 찾는 거 맞지??"
"아니, 연결해서 짐이 갈 거야. 걱정하지 마."
UNITED 이후에 AIR CANADA를 타기에 연결 수속이 안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수속이 된다고 한다. 다시 돌아가서 "진짜? 나 그럼 짐 안 찾아도 돼?" "응!"
만약 나와 같이 국내선을 한번 더 타야하는 경유라면 짐을 찾지 말고 항공사 직원한테
먼저 물어보고 비자 받는 곳으로 뛰어라...
후다닥 아이들을 데리고 비자를 받는 곳으로 갔는데, 이미 사람이 한가득이다.
의자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면 수속관이 와서 여권을 수거해간다.
그 후에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면 가면 된다.
이쁜 아가씨가 우리 수속관이었는데, 서류를 보더니 우리를 인정 못해주겠단다.
"왜?? 우리 서류 다 받았어!!"
"아니야, 너네 서류 더 있어야 돼."
갑자기 떠오른 A 넘버, 아주 오늘 열 일 한다.
"나 A 넘버 있어!"
힘차게 A 넘버를 보여주니, 다른 사람과 솰라솰라 하다가 옆으로 가라고 한다.
"머지?? "라고 생각하고 위축되어 왼쪽으로 빠졌는데, 손가락 지문을 등록하는 곳이었다.
클로즈 워크퍼밋 한 개, 오픈 워크 퍼밋 한 개
아이들은 어떤 비자가 필요해??
"학생 비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 말에, 담당자는 "너 가서 머 할 거야?" "나? 나도 일해야지" "아니, 애들이랑 같이 가잖아. 그럼 애들은 학생비자 없어도 돼." "응?? 그래??" "응!"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없이 해주는 대로 했다.
이후 기다리다가 이름을 부르는 순서대로 남편과 내가 각각 들어가서 지문 등록을 했다.
내 지문이 잘 등록되지 않아서 10 손가락 중에 4 손가락만 OK 사인이 떨어졌다.
"다시 해야 돼??"라는 질문에, "아니! 너 경찰이 오면 4개 손가락밖에 없다고 하면 돼~"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넘어갔다. 나도 따라서 웃어야 되는 거야? 어물어물하다가 시계를 보니 2시 10분이 넘었다.
머, 어떻게든 되겠지....
모든 게 완료되고 티켓을 들고 Air Canada 체크인하는 곳으로 갔다.
너무 고맙고 다행스럽게 한국인 직원이 대응해 주었다.
깨알같이 궁금해서 여기서 자랐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한다.
이민 2세의 아이들은 항공사 취직도 하고 살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미소가 지어졌다.
비행기가 지연돼서 미루어진 것이라 아무 말 없이 표를 바꿔줬다. 우리 짐의 행방에 대해 픽업 하지 않았는데 자동으로 연결 되는지 재 확인하였더니 전화로 확인도 해줘서 잔뜩 긴장했던 뇌가 사르륵 녹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조그마한 문제는 5시 도착이 아닌 12시 도착!!
픽업을 나와주시기로 한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마음 편히 오라고 안심 시켜 주신다.
지친 아이들을 충전 시키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공항에서부터 우리가 온 곳이 캐나다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마땅히 애들을 먹일 만한 음식이 없다.
남편한테 사 오라고 하니, 소시지와 볶음우동을 사 왔다.
다시 가보니 JAPADOG에 카레밥을 팔긴 하던데,,, 애들 챙길 정신이 아니다.
긴장이 풀린 건지 시차 적응이 안 돼서 그런지
머리가 몽롱하고 어지럽다. 꾸역꾸역 우리가 갈 게이트 앞을 찾아가서 벤치에 뻗었다.
어글리 코리안이 따로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기절하는 듯이 뻗었다.
다시 일어난 시간은 8시인데, 밖이 환하다!
아뿔싸! 비행기 놓치고 잤나?
싶었는데, 캐나다의 여름낮은 길고도 길다고 한다.
9시 반이 될 때까지 밖이 환했다. 그렇게 리자이나에 도착하고 픽업 나온 사모님을 만났는데,
짐이 다 나와서 컨베이어 벨트가 정지하기 전까지 우리 짐이 나오지 않는다.
카운터로 가서 물어보니 이미 우리 짐이 전 비행기로 도착해서 보관 중이었다.
그나저나 비행기에서 이걸 받았는데, 무엇에 쓰는 물건이지??
어쨌든간에 우여곡절 끝에 캐나다 도착 완료!!
길고 긴 30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