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이나 공항에 도착 후 비행기에서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는 순간,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사장님은 전에 한국에 들어왔다고 잠깐 만나자고 하셔서 (우리 부부가 인상이 나쁜 것은 아닌데 혹시나 얼굴을 보고 고용을 취소할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점심을 함께 했기에 어떤 분인지 알고 있는데 사장님의 골프 여행으로 인해 오늘 마중 나오신 분은 사장님이 아닌 사모님이었다.
누가 사모님이지??
동양인이 몇 명 있었는데 어떤 분인지 갸웃갸웃하다가 사모님이 카카오톡으로 전화를 하셔서 만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인상 좋으신 분이셨다.
유쾌 발랄한 우리 아들이 갑자기 "엄마! 사장님이랑 손잡아!"라고 해서 당황하고 내 손과 사모님 손을 포개서 또 한 번 당황하는 상황이 벌어졌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허허 웃어주셨다.
그렇게 리자이나에서 한 시간 반을 사모님 차로 달린 후, 우리가 지낼 호텔 숙소에 도착했다.
캐나다에 가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지난 일 년 동안 약간 걱정을 했었다. 캐나다 시골에 계속 지낼 것도 아니고, 영주권을 받고 다른 곳에 옮길 확률이 99%인데, 집을 살 수도 없고 렌트로 구한다면 침대, 식탁 등등 모든 가전제품을 사야 하는데, 이 또한 몇 백이 깨진다. 한국처럼 20만 원에 쿠*에서 식탁세트를 내일 배송받을 수도 없고 내 손으로 옮겨야 할 텐데,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이었지만 그보다 캐나다를 못 가고 있는 것이 더 걱정이었는데, 사장님께서 한국에서 만났을 때 "우리 호텔에서 지내세요."라는 한마디에 모든 고민이 날아갔다.
우리 방에 침대 등 이것저것 미리 구매해 놓을 테니, 깨알같이 모든 돈을 청구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오라고 하셔서 또 한 번 부담 없이 감사했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이 모든 것에 대해 돈을 낼 필요가 없이 선물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식당 2층에 있는 우리가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지 낼 수 있는 공간에 도착하였다.
사장님께서 기대는 하지 말라고 방이 작은 것 밖에 안 남았다고 말씀하셨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우리 가족은 필리핀 2개월을 다녀와서 어떤 집이든 적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방 문을 열어보니, 이건 정말 깜짝 선물의 향연이었다.
전기밥솥과 그릇, 김, 라면, 빵, 과일, 물티슈, 과자, 각종 랩, 햄, 참치, 쌀, 피넛버터, 모기 기피제, 모기약
싱크대에는 일 년 동안 못 먹을 거 같은 어마어마한 양의 고추장, 된장, 쌈장, 간장, 매실청, 참기름, 들기름, 도마, 기름, 올리브오일, 액젓, 국자, 칼, 뒤집개, 키친타월, 주방 세제 그리고 전자레인지!
칫솔, 치약, 비누, 보디로션, 칫솔 치약은 아이들 것까지 챙겨주시는 감사함.
휴지, 세탁세제, 건조기 섬유 유연제, 청소 세제, 바닥 물기 제거 타월까지...
냉장고는 안은 깜박하고 사진을 못 찍었지만, 새로운 냉장고를 구매해 주시고 그 안에 김치 2통, 자른 수박, 체리, 블루베리, 멜론 등등 채워있었다.
사모님과 내일 만나기로 하고 준비해 주신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 2시에 잠이 들어서 늦어도 오전 10시쯤 일어나겠지 생각했는데,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이게 맞나 싶었는데... 맞다. 이게 바로 말만 들었던!! 시차 적응! 처음 느껴보는 시차 적응에 놀랬다. 적응하는 데 1주일 걸렸다.
그럼 캐나다에서 1년을 살아야 하는,
사장님이 작다고 걱정하던 우리 집 공개!
침실에는 매트리스 2개와 호텔에서 가지고 있던 받침을 사용하여 준비해 주셨다.
플러스로 이불 2개와 베게 4개까지, 아이가 어린 덕분에 4명이 자기 충분한 잠자리였다.
욕실도 깔끔하게 변기, 세면대 모두 바꿔주고 샤워커튼까지 달아주셨다.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거실에는 식탁과 간이 책상, 아이들을 위한 매트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주셨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모든것이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다.
방이 하나 이긴 하지만, 필리핀 어학원 생활을 한 덕분에 우리에게는 정말 훌륭한 집이었다.
방 금액은 관리비 (수도세, 전기세, 히터) 포함! 한 달$700!!
캐나다에 가기 전에는 월세가 못해도 120만 원은 들겠구나 생각하고 눈, 잔디 치우는 것 같이 자잘한 것에 대해 약간 걱정을 했었는데, 이 집 하나로 다 날아가 버렸다.
물론 다른 집에 이사하면 눈 치우기, 잔디 깎이가 또 문제가 되겠지만 1년 동안은 생각 없이 호텔 주변에 쌓인 눈을 십 년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기술자인 사장님과 함께 치우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다음날 쇼핑을 가기로 했는데 늦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사모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배고프실 텐데 식당 가서 원하시는
메뉴 달라고 하세요!
라며 감사하게 식사 대접까지 받았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아정이가 좋아하는 연어초밥에 갈비, 새우튀김이었다. 깨알같이 맥주 맛도 보라면서 맥주 두 잔까지!! 캐나다 첫 집에서의 첫 식사는 상상도 못하게 맛있는 음식이었다.
장을 보러 CO-OP과 월마트를 돌고 사모님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신다고 하셔서,
쫄래쫄래 쫓아갔다.
그렇게 얼떨떨하고 정신없는 첫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