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똘맘 Aug 31. 2023

책을 읽고 싶어서 휴직을 한다고?
미친거 아니야??

창피한 일이지만, 34년 동안 내가 읽은 책이라고는 학교에서 읽으라고 한 책 말고는 없었다. 

돈을 내고 책을 산 적도 없었고, 독서보다는 술이랑 더 친한 사람이었다. 


처음 내게 온 책은 부자에 대한 이야기 였다. 

'부의 그릇' '부자의 사고 빈자의 사고'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이 좋은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 

Unsplash의Håkon Grimstad

책에서 말하는 빈자와 비슷한 사고를 하고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닿는 순간, 

시궁창에서 나와서 날아가고 싶었다.


책이라는 것이 정말 위험한 것이, 이전의 내 삶을 완전히 부정하게 되었고 더 이상 이전의 삶으로 돌아 갈 수 없게 만든다. 

내가 받던 교육에 대해서도 의심이 들고, 내가 받았던 사랑에 대해서도 의심이 들고, 나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의심이 들었다. 모든게 의심투성이인 상태에서 잔뜩 부풀은 풍선이되어 현실의 삶에서 둥둥떠 다니는 삶을 살고 있을 때 쯤... 삶에서 처음 느낀 독서에 대한 목마름이 심하게 몰려왔다. 


독서를 하고 싶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밥을 먹는 것보다, 아이를 보는 것보다, 인터넷을 하는 것 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 보다, 무엇 보다 우선적으로 독서를 하고 싶었다.


이 목마름이 20대에 왔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이가 둘 있는 워킹맘에게 이게 무슨 벼락 같은 일인가. 

그 전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더라도 포기하는 것이 더 쉽고 빠른 길이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때 마침 회사에 과장이 나에게 본인의 짜증을 전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 같으면 "왜 또 지랄이야~" 하고 넘어 갔을텐데, 

그 날 따라 모든 것을 포기 하고 싶어져서 남편과 전화 한통을 한 후 육아 휴직서를 올렸다. 


나에게 회사란, 꼭 다녀야 하는 곳으로 책을 읽기 전까지인 10년 동안 월차 한번 없이 다녔던 곳이다. 

아이를 낳기 일주일 전 까지 일을 했고,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고도 다음날 부터 일을 했으며, 

출산 휴가 때도 집에서 일을 했다. 출산 휴가가 끝난 3개월 후 부터 복귀를 했고 그렇게 첫 아이가 5살이 될 때 동안 꼭 가야 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중요한 곳을 독서를 하고 싶어서 나온다니, 

누가 들어도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Unsplash의Gaman Alice

"책을 읽고 싶어서, 육아 휴직을 하고 싶어."   


다행히 남편은 어릴 때 독서를 했었기에 내 기분을 이해해주었고, 

육아휴직 비용이 있기에, 모자란 돈에 대해서는 유튜브를 열심히 하여 수익창출의 꿈을 꿔보기로 했다. 


휴직을 위해서는 책을 읽은 6개월 후부터 거의 1년 정도 준비 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비 줄이기! 한달에 600만원~ 700만원 나가는 생활비를 200만원 정도로 줄였고, 생활비를 줄이면서 '보험'을 해지하기도 했다. 

그 떄는 이 '보험' 해지가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오리라 생각지 못했지만 아마 그 '보험 해지' 덕분에 지금 캐나다에 있는 것 같다. 


사람이 미쳤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내가 너 돈 벌라고 애들 다 봐줬는데, 이제와서 회사를 안다니겠다니! 내가 널 키운 돈이 얼만데!! 이제 벌어서 나한테 줘야지! 회사를 때려치면 어떻게 해!" 라는 말을 하며 휴직에 대해 화를 냈지만, 


가족에서 부터 돈, 인생까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 퍼즐이었다. 

그때 책을 읽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기에 선택의 번복이나 후회는 전혀 없었다. 


2020년 1월 1일, 그렇게 사회에서 튕겨져 나왔다.  

Unsplash의Jose Aragones


작가의 이전글 파이어족에 대한 꿈... 그 시작, 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