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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Sep 21. 2023

캐나다 초등학생 공부,
1학년, 3학년은 뭘 배우나?

어떤 사람들은 이민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영어 유치원도 보내고 학습지도 시키면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시킨다.

나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단 한 번도 시키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 애들은 외국에서 살 거라
영어 공부 안 해도 돼.

캐나다 이민을 결심하기 전에도 누군가 영어 공부를 시킨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오곤 했다. 나도 20살이 넘어서 필리핀 어학연수를 간 후 영어를 시작했던 사람이고 그 덕에 10년 동안 무역 업무를 하며 영어로 밥을 먹고 산 사람이라 우리 아이들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방학마다 필리핀 어학연수를 보낼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고 살았다. 근데, 그것이 이렇게 빨리 상상한 것과는 다른 현실에서 펼쳐질 줄은 몰랐다.  어쨌든 내 말이 씨가 되어 캐나다에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영어 공부는 남편의 모자란 영어 실력 덕분에 필리핀에서 영어 공부를 2달 한 것이 끝이다.

 2달 동안 쩡이는 처음 들어보는 영어에 손짓 발짓하며 선생님들과 시간을 보냈고, 

 6살의 어린 나이었던, 쭌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곤충 유튜브를 선생님과 함께 보며 얼굴에 붙이고 그리고 하는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영어를 한 것인지 놀기만 한 것 인지는 모르겠다. 

그 2달이 내가 아이들에게 돈을 쓰며 영어를 가르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에는 유튜브로 '페페피그' ,'맥스 엔 루비', '옥토넛' , '찰리 이야기' 같은 영어 프로그램을 보여 준 것이 전부였는데, 필리핀 어학연수 전에는 영어를 틀어주면, 절대 안 보겠다고 한국어로 바꿔달라고 찡찡대던 애들이 필리핀 어학연수 후에는 둘이 따라 하면서 까불고 깔깔깔 웃으면서 영어 프로그램을 봤다. 

그 후 추가적인 영어 공부 없이 캐나다에 왔다. 


I CAN HERE.
 YOU CAN HERE OK?

여름 방학 동안은 베트남 언니인 크리스티나가 영어를 잘해서 귀로 들으면서 따라 하고 문법적으로 말도 안 되지만,  본인이 아는 단어인 CAN과 알아들었냐는 단어인 OK를 붙여 모든 문장을 말하면서 밖에서 만나는 새로운 친구들과도 나름 의사소통하며 지냈는데, 문제는 받아쓰기도 해야 하는 학교생활이다. 

쩡이 쭌이에게 알파벳을 써보라고 했는데, 당연히 못쓴다. 
부랴부랴 Amzon에서 알파벳 연습 책을 사서 하루에 3장씩 연습을 하고 있다.

방학 때 노는 것에만 집중한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또 이때가 아니면 언제 놀겠는가. 

GRADE 1인 쭌이는 이번 주 수학 시간에 Count 1 to 10을 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더하기 빼기 먼저 시작하는 한국과 달리, 1부터 10 쓰기를 시작한다. 
한국 아이에게는 정말 쉬운 문제다. 
영어의 경우는 I, UP, DOWN, AM, YOU 같은 단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단어 카드를 나눠줘서 공부 시키는데,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Grade 3 쩡이의 수학은 더하기 빼기다. 구구단까지 끝낸 쩡이에게 덧셈 뺄셈은 정말 쉽다. 
"엄마 캐나다 엄청 쉬운 거 해!" 쉬운 것을 해서 마음에 드는지, 너무 좋아한다. 

영어 같은 경우에 Grade 3는 단어 시험을 본다. 

선생님이 이 주의 단어를 보내면, 내가 단어카드를 만들어 쩡이에게 반복적으로 질문을 한다. 

매주 금요일에 시험을 본다는데, 컴퓨터로 본다고 한다. 
컴퓨터실이 없던데, 어떻게 시험을 보냐고 했더니, 교장선생님 방에 노트북이 많이 있어서 반에 가져와서 본다고 한다. 역시, 캐나다는 정부 지원이 좋은가 보다.  시험은 알아서 잘 봤다고 하니, 믿는 수밖에.. 

하지만, 아이들 공부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공부를 시키지 않으려고 캐나다에 왔지만 약간의 공부는 필요할 것 같아서 책은 챙겨왔다.

쭌이는 이번 방학 목표가 한글 떼기였다. 
한국에 있었으면 유치원에서 자연스럽게 떼서 왔을 텐데... 
이곳에서는 내가 직접 선생님이 되어야 하니, 선 잇기를 할 때도 선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쭌이를 보면 답답하기도 하면서 또 내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감사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글을 떼고, 이제는 알파벳을 시작했다. 

수학의 경우는 쩡이와 쭌이 둘 다 하루에 한 장만 푼다.
쩡이는 논술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생각하여 한글을 쓰는 것으로 이어가고 있다. 

알파벳과 수학, 한글을 끝내면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것을 매일 반복한다. 

굳이 한국에서의 공부를 시킬 필요는 없지만, 한국 책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과 아이들의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공부하는 패드도 하나 가입해서 가져왔다. (비상 ONLY) 

아이들 공부 패드를 몇 번 체험해 봤는데, 다른 것들은 일방적으로 듣고만 있어야 하는데 비해 비상에서 나온 Only는 무엇인가를 눌러야 하기에 양방향에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캐나다까지 이것을 챙겨 왔다.  쩡이와 쭌이는 이것으로 받아쓰기도 하고 한국 책도 보고 영어 책도 보고 자기네들끼리 춤도 추고 연극도 따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외 가는데 한국 학습지 테블릿이 왜 필요하지?


해외 나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해서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 했는데,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엄마의 죄책감을 덜어주기에 유튜브 보다 좋다. 또 한국말을 꾸준히 연습할 수 있어서 좋다. 

캐나다 학교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독서다.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서 책을 한 권씩 빌려와서 읽는다.
학교가 끝나고 수학, 알파벳, 국어 공부 후 영어책을 읽기 시작한다.
내 숙제인지, 애들 숙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에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실대로 말한다. 

엄마 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럼 쩡이와 쭌이는 "괜찮아. 우린 한국 사람이잖아."라고 나를 토닥여준다.

Grade 5인 크리스티나 말로는 5학년 때는 책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는데, 아이가 어릴 때 온 것이
쉬운 과제를 도와주면 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인 우리에게 캐나다 초등학교는 수학, 영어, 음악, 놀이터가 수업의 전부인 것 같다. 
말도 안 통하는 외딴 외국에 덩그러니 데려다 놓은 부모가 원망스럽기도 할 텐데.... 
우리 부부에게 원망이라는 감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즐겁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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