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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Sep 20. 2023

캐나다 학부모 상담 날에 담임 선생님이 월차 냈다.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모든 부모들이 학교에 방문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9월 14일 저녁 6시 30분~7시 30분까지 학교에 방문하여 아이들 교실도 둘러보고 담임교사와 인사도 하는 날이었다. 


학교 알림장에도 꼭꼭 써왔기에, 학부 모 방문의 날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궁금했다. 


한데, 전날 저녁 짱이가 하교 후 담임 선생님이 아파서 학교에 못 나왔다고 했다. 

설마... 학부모 방문인데...
내일도 못 나오는 건 아니겠지?


저녁 6시가 넘어 학교 강당에 들어가니, 학부모들이 강당 반 정도 차 있었다. 
국적도 다르고 인종도 다른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 학교에서 한국인은 우리 가족밖에 없다.  

6시 30분 정도가 되니, 강당도 가득 차고 자리가 부족하여 서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학생이 600명에 부모가 거의 둘 다 함께 오니,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당에 가득 찼다.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신기하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못 찍었다.
강당에 있으면 지루할 법도 해서 핸드폰을 꺼내서 보고 있을 만 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지 않은 것이 인상 깊다. 

선생님 소개를 하는데, 쩡이네 담임선생님은 Sick 해서 오늘 나오지 않았다고 교장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었다.
한국은 선생님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해서 이슈인데, 이곳은 교권도 존중받고 인권도 존중받는 곳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모든 선생님의 소개를 마치고 각 반에 들어가서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아이의 반을 구경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먼저 1층인 쭌이네 반부터 방문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살갑게 인사하지도 않고 누가 담임이고 누가 학부모인지 모르게 천천히 왔다가 갔다가 했다. 나는 그전 학교 투어 때 선생님을 만나서 먼저 인사를 했는데, 이제는 쭌이가 울지도 않고 학교생활을 너무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줬다. 

아이들은 각자의 반을 소개해 주고 친구들을 만나면 인사하느라 신이 난다. 


쩡이네 담임 선생님이 없어도 반을 보여 주고 싶다고 해서 들어가서 구경했다.
본인 사물함을 원하는 대로 꾸며 놓는데, 쩡이는 박쥐를 그려놨다고 자랑했다. 
나는 쩡이 사물함이 캐나다 있다는 것 만 해도 신기하다. 내 아이가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다니... 
쩡이네는 담임 선생님이 없어서 교실에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교대로 들어와서 인사해 주고 갔다.
처음에 교감 선생님을 봤을 때, 턱수염이 가슴까지 오는 것을 보고 학교 수위 기사님 인지 착각할 정도로 캐주얼하다. 

반 투어를 끝내자, 쭌이가 자기가 노래 부르고 춤추는 곳이라면서 음악실을 끌고 들어간다. 

음악 선생님이 음악실 앞에서 반갑게 맞이해준다. 

저 작은 기타와 드럼들도 아이들이 배우는 것일 텐데... 정말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음악실에서 네팔 친구네 가족을 만나서, 사진도 한 컷 찍었다. 
학교 투어 때 만난 사이인데, 다른 반인데도 그새 두 아이들이 친해져서 손을 잡고 다닌다. 
아이들은 언제나 쉽게 친해진다. 어렸을 때 캐나다 오기 잘 했다 생각이 드는 이유 중 하나다.  

날이 어둑어둑 해지지만, 아이들은 더 놀고 싶다.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이 꽤 많아서 학교 놀이터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캐나다 학교 투어를 마치고 드는 생각이 캐나다 학교는 참 가족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 같다.  한국은 맞벌이 부부일 경우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가 힘들고 월차를 쓰고 와야 하기에 회사에도 눈치 보이고 이것저것 불편한데,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학교 행사를 한다는 것을 보고 부모에 대한 배려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또 쩡이네 선생님처럼 교사가 아파도 대체 선생님이 있어서 편하게 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신기했다.
"그럼 교장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들어와?" 선생님의 부재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쩡이의 대답이 내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들었다. 

아니, 교장 선생님은 우리 모두를 돌보느라 가장 바쁘셔!
우리가 놀고 있으면 계속 지켜보고 함께 놀아줘.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을 직접 돌본다는 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다. 

주말에도 학교를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쩡이와 쭌이를 보고, 캐나다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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