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사장님이 겨울이 오기 전 공원에서 라면을 끓여 먹자고 해서, 집 앞 공원을 함께 나갔다.
그날따라 사장님의 머리 위에 빨간색에 호랑이가 그려져있는 익숙한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 고대 나오셨어요??
증권가에서 일하다가 퇴직해서 캐나다에 왔다는 말은 들었었는데, 고려대 출신이었다.
사모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별다른 말없이 넘어갔다.
외국에 나오면 발에 채는 사람들이 대부분 연고대라는 말이 있다.
필리핀 어학원에 있을 때에도 연세대 졸업한 사람과 고려대 졸업한 사람이 반이었을 정도로,
연고대생들이 많다.
똑똑한 사람들이라 외국에 나왔다는 말을 하려고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다.
연고대를 나온 사람들이 캐나다에서 하는 일은 식당, 편의점, 주유소 같은 대학과는 연관 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 왜 수능에서 나름 성공한 사람들이 외국에 와서 대학에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에서 내놓으라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본인 아이들은 수능 전쟁에 참여 시키지 않겠다고 사표를 낸 뒤 캐나다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은가?
아마, 대학을 좋은 곳 못 나온 사람들은 본인이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해서 잘 살고 있지 않다고
자격지심을 느끼고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을 가길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공부를 시킬 것이다.
하지만 소위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연세대, 고려대를 간 사람들은 그곳을 나와봤자 별거 없다는 것을 안다. 특히 여자의 경우에는 취직자리도 많지 않고 결혼하면 경력 단절이 되거나, 나쁜 엄마가 되어야 한다.
학교를 다닐 때는 덜 느꼈는데, 졸업할 때 되니 빈부 격차를 더 느낀다. 나는 취직자리를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데, 대부분 국내 혹은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아빠 회사에서 일한다고 한다.
회사에 취직해도 학교 다닐 때는 상상도 못한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대기업에서 무사히 이사가 되려면 1%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럼 나머지 99%는 어디에 있을까?
남편과 과거 식당을 운영했던 이야기를 종종 하면서 한국 생활의 비정상을 말한다.
"만약 우리가 돈에 중점을 더 두어서 식당을 2개 3개 늘렸더라면, 우리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을 거야. 식당 두 곳을 운영하며 월에 1,500만 원 정도 벌었으면 아이들 영어 유치원 보낸다고 한 명 당 200만 원을 썼겠지? 거기에 추가로 액티비티 추가를 하면 한 명당 300만 원 들었을 거야.
그럼 아이들 교육비만 600만 원 들어가고, 내가 힘들다면서 집안일해주는 이모를 아침에만 쓴다면 150만 원이고, 식비는 외식까지 해서 200만 원, 품위 유지비 한다고 옷을 사면 100만 원, 차도 좋은 걸로 바꾼다면 할부금 100만 원에 기타 생활비 200만 원 정도는 들었을 거야. 거기다 여행도 가야 한다고 여행비까지 합치면... 1,500만 원 벌어도 마이너스였겠다."
한국 사회는
무엇인가 잘못되었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이렇게 돈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우리 또한 그들을 부러워했기에, 이런 우스게 소리를 할 때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정말 큰일 날뻔했다.
지금 남편이 일하는 곳에서 우리보다 2번 전(3~4년 전)에 일해서 영주권을 따고 갔다는 사람은 한의사였다고 한다. 한의사 정도 되는데, 왜 굳이 캐나다 이민을 와서 스시 숍에서 일을 할까? 생각이 들지만, 영주권을 딴 뒤 다른 지역으로 가서 침술 대학을 졸업한 후 침술원을 차릴 예정으로 왔었다고 한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쓴 이유는, 아마 당신이 지금 힘들다면 그것은 당신이 잘 못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캐나다에서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밥을 주지 않는다. 당신이 노력을 하는데도 힘이 든다면, 그것은 객관적으로 살펴보길 바란다.
경쟁은 노예를 일 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왜 연고대생들만 이야기 했는가? 아직 외국에서 서울대 나온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