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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Oct 11. 2023

캐나다 짐 쌀 때 학용품 챙기지 마세요.

나는 멍청하게도 한국에서 캐나다에 올 때, 아이들 학용품 짐을 한가득 싸서 왔었다.

캐나다에 다 팔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캐나다 아이들은 한국 학용품을 안 쓸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미술 학원에서 어린이날에 주었던 색연필, 필통, 사인펜과 오일 파스텔, 연필로 된 색연필에 물감까지 
캐리어 하나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짐을 한가득 챙겼었다.

덕분에 무게가 오버되어 공항에서 캐리어를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모든 학용품을 캐나다에서 다시 사야 했고 캐나다 아이들은 디자인에 연연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이쁜 학용품들은 Grade 3가 되어서 그런지, 창피해했다.

특히 캐나다 학교에 다니면서 버려야 할 것 중 하나는 한국에서 사 온 가방이다.


쩡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다른 엄마들은 백화점에 가서 20만 원짜리 가방을 산다고 하던데, 고학년이 되면 핑크 한 것보다 검은색에 튀지 않는 것으로 취향이 바뀌어서 하나 더 사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가방에 20만 원이 드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쿠*에서 9만 원 대의 저렴한 가방을 샀었다. 


그리고 이마저도 버리고 오기 아까워 캐리어 한 귀퉁이에 가방을 넣어 왔었는데, 아이가 한 달 정도 학교를 다닌 후 가방을 바꿔 달라고 했다. 이유는 다른 아이들 가방은 커서 도시락통과 통신문 파일이 다 들어가는데, 본인 거는 가방이 작아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주말에 Walmart를 가서 쩡이가 원하는 가방을 사줬다. 


엄마! 이건 런치 박스도 주고, 필통도 주고, 자도 주네!
그리고 크기도 커! 이걸로 할래!


가끔 우리 딸을 보면 나보다 똑똑한 것 같다.
가격은 $17,  캐나다 시골에서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내가 더 나아 보여야 하고 그런 문화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너무 편하다. 
물건이 필요하면 Walmart에 가서 적당한 물건을 구매하면 된다. 남들보다 이쁜 것을 가지기 위해 돈을 더 쓸 필요도 없고 본인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 


자기가 샀던 가격이면 3개는 더 사겠다.


 이 상황에서 우리 남편은 재미있는 건수라도 잡은 것처럼 깨알같이 나를 놀린다.
신기하게도 Walmart에서 파는 가방은 대부분 $20 가 넘지 않았다. 

캐나다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데, 이곳은 가방은 가방이다.
20만 원을 주고 사지 않고 $20를 주고 살 수 있으니 생활 물가는 캐나다가 더 저렴하지 않을까? 
내가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해도, 아무도 부러워하거나 알아봐 주지 않는다.
필리핀, 베트남 사람들이 가져온 짝퉁 루이비통과 별다를 게 없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온 크리스티나의 옷은 나이키, 아디다스가 많은데, 그냥 베트남 나이키, 아디다스다.
신기한 것은 캐나다 시골인, 우리 동네에서 나이키 신발을 파는 곳이 없다.

캐나다 시골에 온다면, 학용품과 가방은 챙기지 말고, 나이키 신발 정도를 챙기는 것이 어떨까? 
물론 나는 아이들에게 Walmart에서 $20짜리 신발을 사준다. 

챙겨 온 것 중에 추천 할 것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한국 문양이 있는 책갈피! 부담스럽지 않게 주고받을 수 있어서 추천한다. 


캐나다살이 3개월 만에 내가 한국에서 지냈던 생활들이 이해가 안 된다. 지금은 참,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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