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약식으로 학교를 다니니, 개인적으로는 체험해 보지 못하는 것을 체험해 볼 수가 있다. 이런 기회를 준 모든 상황에 참 감사하다.
지금 듣고 있는 수업은 Essential skills for the workplace으로 처음 진행되는 수업이니만큼 두서가 없지만 열정적이다. 개인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에 대해 맞춤 수업을 해주는데, 20대도 아니고 꿈도 희망도 없이 편안히만 살고 싶은 아줌마라, 참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다행히 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의 정보와 꿈은 훨씬 크고 넓은 덕분에 함께 공부하는 덕을 많이 본다.
오늘은 우크라이나 남 학생이 취직하고 싶어 하는 업체인 Saskpower를 가기 위해 공부를 하는
Powerline을 방문했다. 학교에서 차를 타고 5분쯤 이동하니 연습장이 나왔다.
Saskpower는 한국의 한전 같은 개념이다. 전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궂은 날씨거나 폭풍이 불어치거나, 눈보라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전기를 복구하러 가는 일을 한다.
입구를 들어가자, 나무 전봇대들이 서있고 학생들이 나무 주위를 서성대고 있었다.
교육장을 들어가 보니 전기 관련된 일을 하려면, 첫째도 수학, 둘째도 수학, 셋째도 수학이 중요하다고 했던 것처럼 벽 곳곳에 전기에 대한 수학 공식이 붙어 있다.
변압기 인지 전압기 인지, 전봇대에 붙어 있던 것들이 속속히 보인다. 우리를 안내해 줄 선생님이 전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데, 혼자서 못 알아듣는 것이 함정이다.
강사님은 SASKPOWER에서 일을 했었다고 한다.
이 직업을 가지기 전에는 일 년에 200일 넘게 맥엔 치즈를 먹었는데, 전기 일을 하고서는 절대로 저녁에 맥엔 치즈를 먹지 않는다면서 이 직업의 장점을 비유적으로 어필해 주었다.
학생들은 나무로 만들어진 전봇대를 직접 오르면서 실습을 하고 있다. 강사님이 퓨즈를 어떻게 갈아서 끼우는지, 실제와 동일한 모형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지만, 50%만 알아듣는 것 같다. 참, 영어의 중요성을 매일 느낀다.
Powerline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에게 나무 위를 올라가 볼 기회를 주었다. 여자들 중에도 올라가 보라고 했는데, 용기가 없어서 패스하고 나오면서 후회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용기 부족으로 또 놓친다.
이곳에서 일을 하려면 Grade 10만 나오면 되고, 수학을 잘해야 하며,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면접을 본 후 취직 확정이 되고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몇 천 시간을 교육받는다고 하던데, 그 기간에 월급을 받는다니, 위험한 것 빼면 좋은 직장 같다.
원래는 캐나다에서 이민 1세대로써 청소, 식당일, 마트 같은 일자리를 하며 지내려고 했었는데, 자꾸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영어다.
10년 동안 영어로 먹고살았는데, 이제 보니 참 먹고산 것이 신기할 정도로 캐나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안 들린다. 말도 잘 못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제서야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