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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Feb 13. 2024

취업 박람회 후 우울증..


잘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하게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때, 

무엇인가 보인다고 생각했던 내 미래가 불투명해질 때,
온통 검은빛의 우울증이 심하게 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송두리 째 집어삼킨다.

Unsplash의CDC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한인 집으로 식당에서 일을 하던지 청소를 하던지 마트에서 일을 하던지 무엇이든 하면서 아이들을 키울 것이라고 굳게 다짐하고 왔다. 지금도 원한다면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칩을 튀길 수도 있고, 호텔에서 하우스 키핑 일을 하면서 얼마든지 시급 $16~$18을 받으며 일 할 수 있다. 대신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은 한국과 동일하게 불가능하다. 


1년은 쉬면서 지나간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마음은 불안하다.  박람회를 다녀온 후 들리지 않던 리얼 캐나다 영어로 인해 내 자신감은 줄어 들었고 수많은 영어권에서(인도, 아프리카) 온 국제 학생들을 본 후
나는 영어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데, 저들은 영어를 패스하고 다음 단계를 밟고 있는 것에 위축되었다. 

영어는 하루에 6시간을 하고 있음에도 불가하고 어제 외운 단어들이 오늘 생각나지 않는다. 
나이는 들어가고 눈은 침침해지고 캐나다에 온 후 새치 염색을 한 번도 안 해서 그런지 흰머리는 내 머리의 반을 덮고 있고, 외형적으로나 내형적으로나 형편없다.  염색을 하면 좀 기분이 좋아질까? 
하지만 염색을 하면 지금도 영어 단어를 기억하기 힘든데, 내 기억력이 더 쇠퇴해 버릴까 봐 염색도 못하겠다. 

처음에 파이팅 했던 마음이 흐지부지되어버리고, 내가 RMT 학교를 나와서 취업은 잘될 수 있을지, 고객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나를 꺼려 하면 어쩔지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사서 고민이다. 

금요일에는 혼란한 마음을 진정 시키기 위해 Mental Health에 관한 인터넷 수업을 3시간 동안 시청했다.


ANXIETY


동영상에서 북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정신 질환이 Depression, 우울증이 아닌 불안감이라고 했다. 지금 내 상태도 이 Anxiety 상태인 것 같다. 왜 그전에는 없던 불안이 나에게 올라왔지?? 
아니, 없던 것이 아니라 계속 무시를 하고 있었던 불안감이 내 마음속에서 갑자기 커졌는지 모르겠다. 

Unsplash의Uday Mittal

내 불안감의 이유를 마인드 맵을 통해 들쳐 봤다. 


1. 일단 돈이 많지 않아서 불안하다. 돈이 평생 쓰고 남을 정도로 많았다면 불안하지 않을 것 같은데, 대체 얼마가 있어야지 불안하지 않을까? 어디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2. 다른 사람과 비교를 했기에 불안해졌다. 한국에서 10년이 넘게 영어를 공부해도 유럽 쪽 사람이 1년 공부한 것보다 잘 못한다. 영어를 시작 한지 1년 된 우크라이나 친구가 나보다 영어를 잘 하는데, 단어가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렇구나 하고 끄덕이고 넘어가면 되는데, 자꾸 비교한다. 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다. 

3. 욕심이 커진다.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일하면서 몸으로 때우기로 했으면 몸으로 때우면 되는데, 자꾸 캐나다 사람처럼 대우받고 싶어지고 그들과 비슷한 일을 하려고 한다. 

4. 무시당하는 것이 싫다. 이는 얼마 전 도서관에서의 일이었는데, 도서관 선생님이 캐나다 부모들에게는 말을 건네는데, 나의 인사는 무시했었다. 이 또한 나의 생각과 고정 관념의 문제다. 선생님이 못 들었을 수도 있으나 자존감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라, 남이 나를 무시하지 않는데, 아니, 나에게 관심조차 없는데 나에게 관심이 없으면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 우울감에 한 스푼을 더 한 것 같다. 나는 스페셜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인사라도 잘 받아 줬으면 좋겠다. 

5. 착해야 된다는, 멋져야 된다는 강박관념, 여기까지 오기에 많은 Step이 필요했다. 
나는 내가 만들어온 박스에 또다시 걸린 것이다. 착하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내 인생을 보여주며 칭찬받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자꾸 글을 쓰면서 보여주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을 멈추어야 하는 것일까? 글을 쓰면 내가 성장하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이것이 무의식중에 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일까? 성장을 왜 하려는 것인가? 꼭 성장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무엇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또 다른 불안감을 느낀다. 학교를 다니며 영어 공부를 한다고 마음이 편안하지도 않다. 환장하겠다. 요새는 맘에 들지 않는 댓글에는 글도 달지 않는다. 예시로 "이곳 입장료는 얼마였나요?" 하... 찾아봐라 구글에 치면 다 나온다. 어제 외운 영단어도 기억 안 나는데, 나에게 1년 전 정보를 물어보면 어쩌라는 것인가... 근데 문제는 이런 댓글에 답을 해주고 있었다. 왜? 이 또한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던 것 같다. 
실시간 답변하는 것에 지쳐서 이제 핸드폰에 네이버 앱도 지웠고, 브런치 앱도 지웠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그와 중에 마음에 죄책감의 감정도 떠오른다. 

 6. 죄책감에 집착을 하고 있다. 내가 영어를 못 하는 것, 도서관 선생님이 내 인사를 안 받아 준 것, 어디 가서 청소를 하거나 서빙을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Overthinking 이 시작되었다. 

Unsplash의Uday Mittal


내가 어떤 것을 잘못했고
어떤 것을 고쳐야 하지??


모든 책임의 화살을 '나'에게 돌려버리기에 마음이 힘들었던 것이다. 이는 내 부모가 물려준 큰 정신적인 유산이다. 동생이 무엇을 잘 못해도 내 탓, 시험 점수가 잘 못 나와도 내 탓, 아빠와 싸우고 이혼을 못 한 것도 내 탓 또다시 원점이다. 그렇다고 나도 부모 탓을 할 수는 없으니, 바닥을 찍고 일어나야 한다. 
혹시나 내 글을 보고 자신이 아이에게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한다면 꼭 그만하기 바란다. 

내가 힘들 때 하는 생각인데, 인생은 그냥 주어진 길 대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길이 이렇게 태어난 것을 어쩌겠느냐, 남을 미워하지도 말고 원망하지도 말고 또 자신을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정해진 코스를 가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타서 한 바퀴 돌고 오면 인생이 끝나는 것이라 생각하고 놀러 코스터가 튕겨 나갈까 연료가 떨어질까 무서워하지 말고 함께 앉은 내 짝꿍의 손을 꽉 잡고 바람을 느끼며 경치를 즐기며 한 바퀴 도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한국에서는 이런 멜랑꼴리한 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면 마음이 후련해졌는데, 이곳에서 한국 책들 살 수 없으니, 영어로 된 책을 사볼까? 생각 했다. 한국에서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 제목을 봤던 것을 기억하고 목차를 읽어보니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영어로는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  아마존에서 배송비 무료로 받으려면 책을 한 권 더 사야 한다. 관심 있는 책을 한 권 더 골랐는데, $33 밖에 안된다. $35가 넘어야 무료 배송인데... 그래서 한 권 더 골랐다. 3권이 되니 지금 있는 책들도 많은데, 이 책을 더 들고 이사 갈 것이 걱정이다.

아주 고민과 걱정이 끊이지를 않는다. 가격은 $50 정도니 장바구니에 고이 모셔 놓고 이사 가서 사기로 한다.  


인생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루에 1%씩만 어제보다 나아지더라도, 1년이면 3배가 넘게 좋아지는데, 그 시간을 못 참고 패배감에 빠져 버린 것 같다. 취업 박람회에서 다른 국제 학생들을 보며, 4년 동안 돈 들이고 시간 들인 내 대학교 졸업장이 이곳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시작도 하지 않은 RMT 졸업장을 가지고 마사지 업체에 취직을 못 할까 봐 또 걱정이 되고 고객이 영어 못한다고 싫어할까 봐 걱정이 되고, 이것저것 걱정들이 올라와서 복잡한 기분에 잠시 잠겼었나 보다. 

Unsplash의Debabrata Hazra

내 한국 졸업장이 무용지물이 되었으면, 다른 졸업장을 또 따면 되는 것이고, 오늘은 영어 단어 딱 5개만 외우면 1년에 1,825 단어가 되는 것이다. 내 우울한 상태에 대해 남편에게 말을 하니 남편이 나에게 말을 했다. 


영어 학교 다닌 지 2달 밖에 안됐잖아!! 걱정할 필요 없어.
칼리지가 고 만약 그 자격증 사용을 못 하면
좋은 경험했다고 치면 되지...


남편은 본인이 투잡을 뛰어도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감사하게 말을 해준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맞벌이를 해야 한다며 우기던 남편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캐나다에 와서 그런지 철이 들었다. 난 잘하고 있다. 오늘도 잘하고 있다. 그렇게 되뇌면서 나와 똑같은 우울증에 잠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우린 잘 하고 있어!! 딱 1%만 나아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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