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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Aug 30. 2024

캐나다에서 플랜 B로 살아가기


사스케츄완에서 앨버타로 주 이동을 하면서,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집, 아이들 학교, 남편 직업, 아는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Unsplash의 Phil

하지만 가장 최악의 주변 환경이었던 필리핀 어학연수를 경험했기에, 지하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가도, 레스토랑 위에 있는 작은 집을 살아도 견딜만했다. 어디를 가도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 벌레와 개미 떼가 지나다녔던 필리핀보다는 낫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투덜거리지 않고 현재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영주권을 받은 후 에드먼튼으로
이사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솔직히 영주권을 받는다고 현재 상황이 다이나믹하게 달라지거나, 큰 도시로 이사를 한다고 많은 일자리가 우리에게 러브콜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비 부분에서는 사스케추완의 작은 도시에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된다. 

Unsplash의 Glenn Carstens-Peters

이사를 온 후 우리의 최적인 계획인 플랜 A는 이러했다.

1. 나는 마사지 학교에 등록한다.
2. 남편은 뉴커머에서 제공해 주는 건설 노동자를 위한 교육을 받고, 건설 쪽으로 취직을 한다.
15~17주? 정도의 교육을 받으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일자리도 찾아서 캐나다 경력을 쌓아 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우리의 계획은 남편의 조금 모자란 영어 성적으로 인해 불가능하였다.
스피킹, 리딩, 라이팅, 리스닝 CLB 5 이상이 되어야지 교육을 들을 수 있는데, 남편의 스피킹은 조금 더 여정이 남았기에, 우선 정부에서 무료로 교육해 주는 영어 학교를 다니는 계획을 세웠다. 

1년 동안 Grant를 받으며 영어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연락을 해봤는데, 신청자가 많다고 한다. Wait list에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다시 연락 하라고만 한다. 들어가기가 힘들다. 
그럼 돈은 안 받아도 되니, 무료로 영어 교실을 다니려고 하는데, 이 또한 Wait list 가 길다고 한다. 

Unsplash의 Joshua Hoehne

시골에 사는 것도 좋아했던 우리가 에드먼튼에 온 이유 중 하나가 남편의 영어 수업이었다. 

캐나다에서 살려면 당연히 영어를 잘 해야지 할 수 있는 것, 즐길 수 있는 것이 늘어나기에, 대도시에서 지내면서 정부에서 제공해 주는 무료 영어 교육을 받으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는데,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 이곳에서도 영주권을 기다릴 때처럼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계속 기다려야 하나?
다른 거라도 해야 하나??


일단 언제 시작할지 모르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스케줄을 비워 놓고 소일거리라도 하기로 했다. 다행히 흔히 한인 잡이라고 하는 한국 식당에서 제공하는 저녁 타임 일자리가 있었고, Part time으로 일하기로 했다. 밤에 일을 해서 고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있기에는 심심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다. 

그렇게, 영어 수업을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3시간 동안 건설, Caregiver, 요리에 대한 일자리를 준비하는 사람이 들으면 도움이 되는 수업을 오픈한다는 연락이 왔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3시간이라도 하는 것이 낫지!


그렇게 남편은 9월부터 하루 3시간 영어 수업을 받고 일주일에 30시간 정도 파트타임을 하며 지내게 되었다.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는다. 


내가 강력하게 Push를 하여 다른 일로 옮기는 것인지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혹시나 요리를 계속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는데, 남편도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Unsplash의 No Revisions


우리가 처음 올 때 계획했던 것은 한인 잡을 구해서 남편은 요리를 하고, 나는 서빙이나 마트에서 일을 하면서 큰 욕심 없이 소소하게 먹고사는 것이었다. 큰마음 먹고 온 이민인데, 목표가 현실과 차이가 심하게 나면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비판하고 나 스스로를 학대하고 비판하며 결국 포기할 수 있으니, 꿈을 작게 가지고 현실을 즐기며 살기로 하고 온 이민 길이었다. 실제로 만약 둘이서 요리와 서빙으로 일을 한다면, 월급 250만 원에 팁 50만 원 정도로, 합해서 월 600만 원 이상은 벌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나의 2년 전 Plan A였다.

하지만 캐나다를 오고 나서, 여러 다른 길이 보였고, 결국 내 욕심에 못 이겨 내 계획에 있지도 않았던 마사지 대학을 껴서 넣고, 캐나다에서 집을 사면 혼자 고쳐야 한다고 들어서, 어떻게 고치는지 알아야 될 것 같아서 남편은 건설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Unsplash의 Annie Gray

우리의 계획은 항상 변한다. 그전에 Plan A였던 상황이, Plan C가 되고, 남편의 버킷 리스트였던 식당 오픈이 만약 모든 것이 마음대로 안되고 힘들어졌을 때에 행하는 Plan Z로,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일식당을 차리는 것이 되어버렸다. 


정말 웃긴 것은 한국에서 계속 살았었다면 남들 이목 때문에 시도도 못 해 봤을 마사지와 노가다가 우리의 Plan A가 되었다. 마사지에 관심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대학까지 보냈는데, 마사지사가 된다니...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헬스케어로 인정 받고 보험 회사에서 보험금도 준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아빠 직업으로 노가다를 한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를 봤을까?  

옛날에 Plan A는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정했는데, 이제는 약간 높게 정하고 Plan B는 현재 시간에서 되는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그래서 되는 일이 없나 보다. 인생에 계획이 있고 내일이 있다는 것이 오늘은 즐기는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내일은 알 수 없고, 계획대로 되는 일 하나도 없지만, 한국에서처럼 무의미한 소비를 하면서 거짓 만족과 행복을 좇는 것이 아닌,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우리 가족을 보면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당신의 Plan 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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