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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Sep 21. 2024

캐나다에서 좋은 지인들 만들기


캐나다를 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에 하나가 소중한 지인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좋은 환경에서 살지 않아서 지인이 많이 없었지만, 조금 더 좋은 환경의 아파트로 이사 간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나에게 모자란 나와 어울려주는 감사한 지인들이 하나둘씩 생겼었다. 물론 대부분 아이들을 중심으로 생기는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와 행복한 추억이 넘쳐 났었다.

이민을 준비한다는 내 말에 풍족하게 살고 있는 막내 이모는 이렇게 말을 했었다. 


지인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생활을 할 수 있어??


아마, 풍족해지면 풍족해질수록 지인끼리의 도움과 행복이 더 커져가는 것 같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서 사스케 츄 환이라는 시골에 정착했을 때도, 1년 사이에 우리를 도와주고 함께 하는 지인들이 많이 생겼었다. 일자리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함께 어울려서 식사도 하고, 아이들은 공원에서 뛰어놀고, 그런 소소한 행복을 맛보면서, 1년 동안 많은 것을 만들었는데, 그냥 두고 오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에드먼튼에 처음 온 후, 아무도 모르는 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살짝 걱정을 했지만, 그 걱정도 아이들이 있기에 바로 해결이 되었다. 아이들과 공원에 나가기만 하면 지인이 생겼다. 
아부다비에서 온 인도 가족, 
오만에서 온 이란 가족, 
캐나다에서 태어난 인도 가족, 
이집트에서 온 러시아 이집트 혼혈 가족, 
우크라이나에서 온 가족, 
마케도니아에서 온 가족.

우리가 에드먼튼에 도착한지 2달이 조금 넘었지만, 먼 곳에서 희망을 가지고 온 만큼,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서로의 것들을 존중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매일 저녁 공원에 모여서 아이들끼리 뛰어놀고, 주말에는 Potluck 포틀럭 파티도 하고, 다른 큰 공원에 가서 물 놀이도 하고, 가네샤 페스티벌에 초대받아 인도 전통 음식을 먹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여행이며, 행복한 추억거리가 가득하다. 

아이들 위주로 한 인연 말고도 우리에게 따로 오는 인연도 있었다. 
아침 조깅을 하다가 만난 Bob 할아버지와 Judy 할머니이다.
Bob 할아버지가 남편의 영어를 도와준다고 하여 매주 화요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는데, 남편의 학교가 잘 풀려서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 수업을 들을 수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아쉽지만 Bob 할아버지의 영어 교실은 취소되었다. Bob 할아버지는 92살이지만, 정정하시고 혼자 모든 일을 하시면서 사신다. 청소, 요리, 빨리는 당연하고 매일 3시간 동안 걷기 운동을 빠짐없이 하는 게 건강 비결이라고 한다. 우리를 종종 초대하셔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10년 동안 매일 쓰고 있는 일기장을 보여주시면서, 본인의 인생을 Useful 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하셨다. 


92세 할아버지가 이모티콘까지 넣어서 문자를 보내신 것을 다시 보면 참 멋지시고 대단하시다. 


또 다른 아침 조깅을 하면서 만난 Judy 할머니는 물리치료사셨는데, 내가 RMT를 배운다고 하니, 모르는 것을 알려주신다고 했다. 일주일에 20시간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하니, 수업 시간마다 본인이 나와 함께 강의를 듣고 모르는 것을 알려주실 수 있다고 하실 정도로 열정이 넘치신다. Judy 할머니 집에는 찰리라는 고양이가 있어서 종종 찰리를 만나러 방문한다. 

일주일에 이틀씩 수화를 배우러 다니신다고 하는데, 은퇴 후에도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배우고, 또 어찌 보면 아무 관련도 없는 나에게 너무 큰 친절을 베풀어 주는 것에 대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다.

매일 한 번씩 공원에 가서 큰 포옹을 하면서 껴안는 인도 할머니도 한 분 계시다. 영어를 못하는 인도 분인데, 하루도 빼먹지 않고 남편과 산책을 나와서 인도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신다.
어쩌다 이 할머니와 매일 포옹을 진하게 하면서 인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영어로 할머니는 인도어로 대화를 나누는데, 아들네 집에 며느리와 아들 4명이 살고 있고, 며느리가 바쁘다고 애를 낳지 않고 있다고 아쉽다고 한다. 다른 아들딸은 BC 주에 살고 있다고 했다. 말이 안 통하는데 서로 알아듣는 것이 신기하다. 
매일 한번 큰 포옹을 하면서 따듯한 품을 느낀다. 

나의 강점은 인사다. 
누구를 만나도 Hello라고 하며 씩씩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접점이 생겨서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익을 바라는 행동이 아닌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마법의 비밀이 인사에 숨어 있는 것 같다. 

가끔 마주치는 한국 사람들이 인사도 안 하고 쓱 지나가는 것을 보면, 인생을 더 재미나게 살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서 아쉽다. 

가끔 나에게 댓글로 캐나다에 있으신 분이 친구가 되고 싶다는 분들이 계신데.... 나는 원거리 친구로는 좋지 않은 사람이다. 인터넷에도 내가 내킬 때 접속하고, 핸드폰도 없애버리고 싶은 사람이라..... 적합지 않다. 현실도 마음이 분주하여 정신없어 연락을 하거나 전화를 할 시간이 모자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 우리가 인연이라면 돌고 돌다 보면 만날 것이다. 
내가 당신을 알지 못하기에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슨 잘난 사람이라고 남을 거절하겠나, 하지만 
먼 가족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사촌이 더 낫다는 것처럼, 당신 옆에 있는 많은 기회들을 즐기길 바란다. 

친구? 거창 할 필요 없다. 
겁내지 말고, 선입견을 버리고 대화를 시작해 보아라, 세상에  좋은 사람들 정말 많다. 
 우리의 인생은 몇십 년 안 남았다. Enjoy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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