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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Oct 03. 2024

캐나다에서 맞는 아이들의 2번째 생일

캐나다로 오면서 걱정되었던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이 캐나다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였다. 

우리 가족이 이민을 간다고 한 뒤 얼마나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지인들로부터 들었는지 기억을 떠올려보면 웃기기만 하다. 다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본인의 뇌피셜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모르겠는 어쩌다 들은 나쁜 예시를 가지고 나에게 걱정을 해준다는 명목하에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의 쓰레기를 한가득 펼쳐 놓았었다. 

그중 하나가 캐나다 생활에 적응 못하는 지인의 친구 딸 이야기다.
인종차별이 있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Bulling 을 당해 한국으로 돌아와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영어를 준비하지 않고 부딪혀 보자는 무모한 나의 생각에 손가락질했었다.
누구는 캐나다에 이민 가기 위해서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낸다는데, 나는 캐나다에 갈 거니깐 영어를 하나도 안 가르쳐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만사태평한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었나 보다. 

 다행히 한국을 떠난 지 1년 3개월이 되는 지금, A,B,C 만 겨우 알고 온 쩡이와 쭌이는 둘이 영어로 인형놀이를 하고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쓰기의 경우에는 약간 힘들지만 받아쓰기 시험에서 캐나다 아이들 보다 이민 온 아이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하니 걱정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캐나다에서 맞는 2번째 생일이 돌아왔다.
새 학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맞는 9월 생일이라, 올해 7월에 에드먼튼에 이사 와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올해는 생일파티를 못 할 것 같았는데, 놀이터에서 만든 인연이 어찌어찌해서 계속 이어져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일파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같아서, 3일 차이가 나는 쭌이와 쩡이 생일을 함께 하기로 했다. 
집이 작지만 다행히 아파트 1층에 라운지가 있어서 생일파티 장소로 충분했다. 라운지를 예약하고, 아이들에게 줄 답례품도 준비했다. 여자아이들은 옆으로 메는 조그만 가방을 준비하고 남자아이들은 벌레가 들은 야광팔찌를 준비했다. 쇼핑백의 빈 공간은 과자들로 채웠다. 

이번 파티 요리의 주제는 'Korean Food'였다. 대게 생일파티에는 아이들만 보내고 2~3시간 후에 찾으러 오는데, 우리 친구들은 부모들끼리도 친해서 생일 파티 내내 함께 할 것이라, 부모들도 생각한 메뉴를 준비했다. (사실 아이들만 오면 더 간단히 준비해도 된다. 애들은 노는 것이 중요해서 산해진미가 있어도 관심 없다.) 

어떤 음식이 외국인 입맛에 거부감이 없을지 생각하다가 결정 한 음식이 김밥, 잡채, 간장치킨, 만두튀김, 과일 이 정도였다. 여기 추가로 꿀떡과 무지개 떡을 추가하기로 했다. 

생일 당일, 아이들을 위해 산 풍선에 헬륨 가스를 넣고 파티 장소를 꾸몄다.

알록달록한 떡을 놓으니 제법 생일상 같다. 떡은 에드먼튼에 있는 질시루란 곳에서 준비했다. 가격이 약간 있긴 하지만, 캐나다에서 이렇게 상태 좋은 떡을 먹을 수 있다니, 이런 떡집을 운영해 주어서 감사하다. 


분주히 음식 준비를 한 뒤 정신없이 손님을 맞았다.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한번 질러 주고, 자기네끼리 알아서 논다. 

게임은 자이언트 젠가를 깔아 놓고, 집에 있는 체크와 할리갈리를 준비해 놓았다. 또 다른 한편에는 종이와 색연필을 놓았다. 아이들 놀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자기네끼리 알아서 논다.젠가로 집을 만드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어른들 앉을 자리가 충분치 않아 모두가 도착한 후 서둘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나이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 이 참 신기하다. 


함께 앉아서 식사를 시작하는데,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이걸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본다.
김밥, 잡채 그리고 만두가 너무 맛있다고 난리가 났다.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또 세 번 먹는 모습을 보면서, 한식을 이렇게 좋아하는 것에 새삼 신기했다. 

Unsplash의 Ryan Kwok

음식 사진은 정신이 없어서 찍지 못했다. 

인도 사람들은 소고기를 먹지 못하고 이란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 종교마다 못 먹는 음식이 달라서, 치킨을 제외한 모든 음식은 베지테리안으로 준비했다. 한국의 전통술이라고 하며 막걸리 한 잔을 권했는데, 너무 맛있다면서 다들 딱 한 잔씩만 했다. 이번에 만난 친구들은 술을 즐기지 않는다. 

 케이크까지 먹은 후 갑자기 선물 오픈식이 있었다. 아이들은 또 한 번 신나하며 함께 선물 받은 것들을 조립하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서로 알려주며 정다운 시간을 보낸다. 

3시간 후, 생일 파티가 끝나고 2차로 공원에 나가서 뛰어논다고 한다. 감사하게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가주어 우리 부부는 남아서 편하게 청소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던 생일파티가 끝나고, 남편과 맥주를 마주한 후 마음 한가득 고마움과 행복함을 가득 안고 오늘 일들을 떠올려 본다. 캐나다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채로 이민 길에 올랐는데, 2년 만에 생일파티 다운 생일 파티를 할 수 있다니, 이런 인연에 감사하고, 장소에 감사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한다. 

사실 인간의 삶이란 시간을 보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 시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면서 점과 점들이 만나서 추억이라는 선을 이루는 것을 통하여 내 인생이 풍족해짐을 느낀다.

앞으로 몇 번의 생일 파티를 해줄 수 있을까? G4인 쩡이는 많아봤자 2~3번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 후에는 부모가 필요 없고 돈만 주고 엄마 아빠는 필요가 없다는 생일파티가 시작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태어나준 우리 아이들에게 고맙고,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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