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꼬리가 되려고 이사하다.

똘맘의 창업일기

by 똘맘


뱀의 머리가 되지 말고,
용의 꼬리가 되어라!



정말 많이 들어본 속담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는 저 속담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용의 꼬리가 되면 머리가 마음대로 하는 대로만 가야 되잖아~ 내 마음대로 살지 못하는 것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게 낫지 않아?"
이런 생각으로 고등학교도 특별고, 좋은 곳을 꿈꾸지 않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다니고, 대학교도 점수가 되는 곳 대충 넣고, 직장을 구할 때도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중견기업에 지원했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용들을 보았을 때는 대학교 때였을 것이다.
토익 만점, 인턴 활동, 공모전 준비, 대기업 준비, 고시/공사/공단 준비생들, 집안이 좋은 아이들.... 하지만 나는 그 아이들과 이질감을 느끼고 가장 편안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술 마시고 노는 아이들에 속했다. 내가 무시당하지 않는 환경에서 지내고 싶어서 기를 쓰고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못한 아이들만 찾아다녔다. 결국 술 마시고 수업 안 가는 게 자랑인 아이들만이 주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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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라는 속담처럼 부모님 또한 나에게 발전보다는 현재의 삶을 즐기는 것을 추천했다. "서울로 가면 월세도 내야 되고 돈이 너무 많이 들어!"라며 삼성을 제외한 직장을 구하게 되면 타지역 말고 안산에 있는 공장을 추천하였고 그렇게 뱀도 아닌 지렁이의 머리가 되어 땅속에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 신세가 훨씬 낫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내가 7살 때 서울의 방 2칸짜리 아파트에서 경기도 안산의 방 4칸짜리 다세대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나는 우리가 부자라고 생각했다. 아마 이때부터 용의 꼬리가 될 기회가 멀어졌는지 모르겠다.
우리 동네는 다세대주택단지였다. 엄마는 26년 전 영끌을 해서 1억짜리 다세대 주택 한채를 샀고 그 주택은 모두 월세로 바꿔서 매달 월세를 받는 건물주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동네 전체에 월세로 사는 사람들 밖에 없다는 것이다. 20~30년 된 다세대주택 10평~20평에 한 달에 월세 30~40만 원으로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선족, 외국인, 지하에 월세 살면서 아우디를 끄는 사람, 5명이 방 두 개짜리 10평 집에 사는 사람, 짧은 치마를 입고 두리번대다가 봉고차에 타는 아줌마, 술 주정뱅이 아줌마 아저씨, 밤에 아이를 때리는 엄마, 매일밤 들리는 부부 싸움 소리, 놀이터는 뛰어노는 아이들이 아닌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앉아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나 진하게 화장을 한 여중생들과 애인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의 애정행각이 벌어지는 일탈의 장소였다. 엄마는 그런 곳이어도 살기 좋다며 나에게 엄마 건물 밑에 집에서 살면서 돈을 펑펑 쓰고 살라고 했었다. 3~4 억하는 아파트에 살 필요 없이 평생 엄마 밑에 집에서 외제차도 끌고 엄마 아빠 여행도 보내주면서 살라고 했었다. 하지만 엄마와의 트러블이 상당했기에 하루빨리 집을 나오고 싶었고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영끌해서 집을 나올 수 있었다.

3년의 시간이 흘러 2020년 2월, 안산에서 제법 비싼 아파트에 속하는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기쁜 마음반, 걱정 반이었다. 사람들이 잘나서 우리를 무시하면 어떻게 하지?? 우리 아이가 꿀리면 어떻게 하지?? 빚은 언제 다 갚지? 옷은 어떻게 입어야 되지?? 이것저것 엄청 스트레스였다.

이사를 와서 살다 보니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달랐다. 놀이터에는 아이들과 뛰어노는 엄마 아빠들이 아침저녁으로 가득했고, 집 앞 커피숍에서 음료를 시키고 앉아서 대화하는 중고생들이 있었다. 어린이집도 대부분 맞벌이인데 아이들을 9시에 등원시키고 4시에 하원 시켰다. 궁금해서 무슨 직업이냐고 물어보면 육아휴직이나 아빠 회사에 다니거나 남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참~ 남편이 회사가 있다니...'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놀이터의 풍경은 어이가 없었다. 간식을 잔뜩 가지고 나와서 먹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그냥 주고 내 아이가 아닌데도 같이 놀고 싶다고 오니깐 함께 놀아주는 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기심이 가득한 부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반대였다.
아이들 부모들의 직업은 버라이어티했다. 보너스를 억대로 받는 사람, 검사, 변호사, 의사, 약사, 오피스텔을 10개 넘게 가진 사람 등 가장 많은 것은 회사 사장이었다.

원래 살던 인생에서는 만나기 힘들던 사람들이 이사를 하자마자 나타났다.


부자가 되기 위해 부자동네를 가라는 거구나...


내 인생을 깨운 책 중 하나인 '부자의 사고 빈자의사고' 라는 책이 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923493


그 책에 있는 내용 인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니까 낡은 아파트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vs
부자는 낡은 아파트에 사니까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가 몸소 체험 되는 단계였다.

이번에 지렁이의 머리에서 뱀의 꼬리가 된 것 같으니, 다음은 뱀의 머리가 되어볼까??
용의 꼬리는 한참 멀었고, 그 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용의 꼬리가 될 수 있도록 창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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