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맘의 창업일기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며 내가 회사의 부품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똑같았다.
인간미가 느껴지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싸워야 하는 삶 속에 던져져 있었다.
업무가 수출, 수입이라 아주 글로벌하게 싸울 곳도 많았다.
회사 내부에서는 생산 쪽에게 목표 수량이 왜 안 나왔냐고 싸우고,
공무팀에게는 기계 고장에 왜 신속 대응을 하지 못했냐고 싸우고,
검사 쪽에는 어제 왜 잔업을 안 하고 퇴근을 했냐며 싸우고,
외국에는 왜 선적 예정 수량을 바꾸냐고 싸우고,
수입을 하는 업체에는 왜 적은 수량을 선적했냐고 싸우고,
재고가 안 맞는 부분에서 또 왜 안 맞냐고 싸우고,
외국의 연휴에 특근을 잡아서라도 물량을 맞춰달라고 싸우고,
고객의 계획 변경을 왜 늦게 통보하냐고 싸우고,
10년을 싸움의 연속으로 살아갔다.
결국 싸우는 내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아무 말도 안 하고 넘어가면 또다시 실수가 반복되고 결국엔 출하 담당자인 내 속만 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위에서는 나에게 책임을 지라고 했기에 싸움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싸운 후 어떻게든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그 후 굽신이 기다리고 있다. 미안하다. 죄송하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 내가 잘못한게 아니지만 사과해야한다. 자존심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말들을 다 듣고 나면 퇴근 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서는 집안 일과 아이를 봐준 친정엄마의 불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를 맡긴 것이 죄인인 양 조금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며, 퇴근하자마자 집안일을 하고 아이와 2~3시간을 보낸 뒤 다음날 아침 몰래 빠져나와 출근해야 하는 일상에 지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회사 생활에 지쳐 살기 싫을 즈음....
자영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처음 생각은 쳇바퀴를 도는 바보 같은 일을 그만해도 된다는 해방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식당을 시작했다.
하지만 딱 한 달을 해 본 뒤,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회사의 쳇바퀴는 한 바퀴 돌면 먹을 것이 나왔지만,
자영업은 어디로 가야 먹을 것이 있을지 순전히 혼자의 힘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했다.
당연히 내가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고객들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계속 돌고 있어도 먹이가 안 나올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도 모르겠다.
주위에 코치를 하는 사람들은 다 나와 같은 사람들뿐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박리다매 해야 한다."
식당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두 개의 말은 상당한 모순이 있다.
성공한 사람이 주위에 없는데 다들 본인의 방법이 옳다고만 한다.
식당은 혼자 하기 힘든 자영업이기에 직원을 써야 하는데,
직원들은 또다시 내 안에서 돌고 있다.
나는 직원들까지 돌려가며 나도 함께 돌아야 하는 더 크고 세상의 바람을 맞는 부품이 되었다.
회사에 있었으면 코로나라는 바람을 맞지 않았을까?
코로나 단계가 격상되면 될수록 체감하는 바람의 세기는 더 커졌다.
회사원이었으면 주위 사람이 코로나가 걸려서 회사가 휴업한다면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은 주위 사람이 코로나가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
하루를 쉬어버리면 그 타격이 그대로 가족 전체의 생계에 영향을 준다.
반복되는 일상이 싫었는데, 이제 반복하지 않으면 먹고살게 없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손님이 없어서 쉬게 되면 휴식을 하며 행복함이 아닌 쉬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앞서면서 아무 걱정 없이 핸드폰을 하며 쉬고 있는 직원에게 화가 나는 그런 옹졸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루하루 손님의 숫자에 모든 기분이 좌우가 되는 조울증 환자가 되어버렸다.
옛날에는 동물원 철창 속에 갇힌 동물을 보면서 자유를 박탈당해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야생에서 힘들게 싸우는 것보다 자유를 버리고 먹이를 택하는 삶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식당의 사장이 된다는 것, 내 스스로 자유가 있다는 것,
참 달콤한 말이지만 이면에는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큰 부품이 된다는 것을 꼭 생각해 봐야 한다.
회사의 부품이 되기 지긋지긋해서 나온 세상에는 쉬는 날 없이 일해야 살아남는 부품이 되는 자영업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