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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Aug 30. 2021

식당 오픈 3달 만에 회사를 그리워하다.

똘맘의 식당창업일기

"나 회사로 복귀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식당을 오픈한지 2달이 조금 넘었을 때 남편이 회사로 복귀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새벽 4시에 출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던 다니기 싫다던 그 회사에,  본인 사업 오픈 3달 만에 다시 다니고 싶다고 했다. 꾸역꾸역 달려오기는 했지만 우리의 그릇은 다른 사람의 회사에서 일하는 그릇밖에 되지 않는데 더 많은 것을 채우니 그릇의 무게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를 나오면 회사에 대한 일은 모두 다 잊어버리면 된다. 
일이 적어지면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았었고 월급은 변함없기에 회사의 실적에 대해서는 남의 이야기였다. 당연하게 회사의 실적에 따라 이번 달 월급이 얼마나 나올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영업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에 한 발짝 내딛는 것 같다.
아침에 식당 영업을 시작하면서 오늘은 손님이 얼마나 올까 걱정 시작이었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어 손님이 안 오는 날은 심장에 날카로운 쇠사슬이 압박하는 듯이 쥐어짜졌고 짜증은 늘어갔다. 
손님이 많이 오는 날 또한 몸이 지칠 대로 지치니 힘들었다. 손님이 차례를 정해 한 팀 한 팀 차례대로 오는 것도 아니고 한번 올 때 5팀이 한꺼번에 오기도 하고 11시부터 1시까지 손님이 한 팀도 안 올 때도 있으니 어느 날은 기다림에 지치고 어느 날은 일에 지치는 파도의 연속이었다. 

회사를 다닐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스트레스였는데 자영업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스트레스를 넘어 무력감, 자괴감으로 다가왔다. 회사에서는 번아웃 되면 좀비처럼 다녀도 월급은 나왔는데 자영업에서는 번아웃 되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Photo by Luis Villasmil on Unsplash

책임감이란 무게가 이렇게 크고 감당하기 힘든 것이란걸.... 
어쩌면 평생을 모르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놈의 자기 개발서들을 믿고 일을 저질러 놨으니 끌고 나아가야 했다. 

힘든 이유에는 시기를 잘못 만난 것이 플러스였다. 식당 오픈도 운이 안 맞게 이런 시기에 했는지...
오픈한지 3개월 만에 식재료 원가는 약 30% 이상, 무서울 정도로 치솟았다.
코로나로 인한 제제는 2주마다 바뀌었다.
우리 식당은 한 끼 대충 때우려는 사람들이 타깃이 아닌, 가격이 조금 있지만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 가는 식당인지라 사람들과의 모임이 죄악시되는 상황에서 원활하게 운영될리 없었다.
게다가 입지는 7천 세대 아파트가 있는 주택가, 상업지가 아니라 매일 먹는 게 아닌 손님이 방문했을 때 맛있는 음식을 편하게 먹는 것 또한 기대했던 효과인데 코로나로 인해 서로 간의 왕래 또한 현저히 줄었다. 왕성했던 동네 모임도 코로나 2단계가 넘어가면서 없어졌다. 

Photo by Luis Villasmil on Unsplash


잔잔한 우물 속에 살 때가 그리워지는 파도 속의 개구리 꼴이 되었다. 

대체 이런 파도를 맞으면서 사는 자영업자들은 매일을 어떻게 견디며 살았던 것인가...

식당이 돈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3개월 넘어가면서 적어도 맞벌이 때의 수입은 나오고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 케어를 걱정 없이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돈이 아닌 우리의 책임감 그릇이었다. 
10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해온 덕분에 회사의 일과 나의 삶을 분리하여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자영업은 회사와 집의 구분이 없다. 집에서도 회사 걱정을 해야 한다. 나의 삶이 회사이고 회사가 나의 삶이 되어버렸다. 아마 이게 맞는 것인데, 내가 회사라는 우물 속에서 나약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내 그릇이 커지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고 시간만 흐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어차피 나이 40~50살이 되면 자의 혹은 타의로 회사 밖으로 던져진다.
우리 부부는 서로를 토닥이며 책임감의 그릇을 넓혀가야만 했다. 
어쩌다 우리에게 본인을 책임져야 하는 그 시기는 먼저 왔다고 모두 회사에서 던져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다행히 힘이 있고 아직 젊을 때 왔기에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굳을 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우리 지금 잘 하고 있어!"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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