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오픈 3달 만에 회사를 그리워하다.

똘맘의 식당창업일기

by 똘맘

"나 회사로 복귀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식당을 오픈한지 2달이 조금 넘었을 때 남편이 회사로 복귀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새벽 4시에 출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던 다니기 싫다던 그 회사에, 본인 사업 오픈 3달 만에 다시 다니고 싶다고 했다. 꾸역꾸역 달려오기는 했지만 우리의 그릇은 다른 사람의 회사에서 일하는 그릇밖에 되지 않는데 더 많은 것을 채우니 그릇의 무게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를 나오면 회사에 대한 일은 모두 다 잊어버리면 된다.
일이 적어지면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았었고 월급은 변함없기에 회사의 실적에 대해서는 남의 이야기였다. 당연하게 회사의 실적에 따라 이번 달 월급이 얼마나 나올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영업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에 한 발짝 내딛는 것 같다.
아침에 식당 영업을 시작하면서 오늘은 손님이 얼마나 올까 걱정 시작이었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어 손님이 안 오는 날은 심장에 날카로운 쇠사슬이 압박하는 듯이 쥐어짜졌고 짜증은 늘어갔다.
손님이 많이 오는 날 또한 몸이 지칠 대로 지치니 힘들었다. 손님이 차례를 정해 한 팀 한 팀 차례대로 오는 것도 아니고 한번 올 때 5팀이 한꺼번에 오기도 하고 11시부터 1시까지 손님이 한 팀도 안 올 때도 있으니 어느 날은 기다림에 지치고 어느 날은 일에 지치는 파도의 연속이었다.

회사를 다닐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스트레스였는데 자영업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스트레스를 넘어 무력감, 자괴감으로 다가왔다. 회사에서는 번아웃 되면 좀비처럼 다녀도 월급은 나왔는데 자영업에서는 번아웃 되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luis-villasmil-mlVbMbxfWI4-unsplash.jpg Photo by Luis Villasmil on Unsplash

책임감이란 무게가 이렇게 크고 감당하기 힘든 것이란걸....
어쩌면 평생을 모르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놈의 자기 개발서들을 믿고 일을 저질러 놨으니 끌고 나아가야 했다.

힘든 이유에는 시기를 잘못 만난 것이 플러스였다. 식당 오픈도 운이 안 맞게 이런 시기에 했는지...
오픈한지 3개월 만에 식재료 원가는 약 30% 이상, 무서울 정도로 치솟았다.
코로나로 인한 제제는 2주마다 바뀌었다.
우리 식당은 한 끼 대충 때우려는 사람들이 타깃이 아닌, 가격이 조금 있지만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 가는 식당인지라 사람들과의 모임이 죄악시되는 상황에서 원활하게 운영될리 없었다.
게다가 입지는 7천 세대 아파트가 있는 주택가, 상업지가 아니라 매일 먹는 게 아닌 손님이 방문했을 때 맛있는 음식을 편하게 먹는 것 또한 기대했던 효과인데 코로나로 인해 서로 간의 왕래 또한 현저히 줄었다. 왕성했던 동네 모임도 코로나 2단계가 넘어가면서 없어졌다.

jeremy-bishop-iftBhUFfecE-unsplash.jpg Photo by Luis Villasmil on Unsplash


잔잔한 우물 속에 살 때가 그리워지는 파도 속의 개구리 꼴이 되었다.

대체 이런 파도를 맞으면서 사는 자영업자들은 매일을 어떻게 견디며 살았던 것인가...

식당이 돈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3개월 넘어가면서 적어도 맞벌이 때의 수입은 나오고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 케어를 걱정 없이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돈이 아닌 우리의 책임감 그릇이었다.
10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해온 덕분에 회사의 일과 나의 삶을 분리하여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자영업은 회사와 집의 구분이 없다. 집에서도 회사 걱정을 해야 한다. 나의 삶이 회사이고 회사가 나의 삶이 되어버렸다. 아마 이게 맞는 것인데, 내가 회사라는 우물 속에서 나약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내 그릇이 커지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고 시간만 흐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어차피 나이 40~50살이 되면 자의 혹은 타의로 회사 밖으로 던져진다.
우리 부부는 서로를 토닥이며 책임감의 그릇을 넓혀가야만 했다.
어쩌다 우리에게 본인을 책임져야 하는 그 시기는 먼저 왔다고 모두 회사에서 던져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다행히 힘이 있고 아직 젊을 때 왔기에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굳을 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우리 지금 잘 하고 있어!"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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